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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올해 프로 감독 10년 차고, 이젠 적지 않은 나이다. 내게도 정말 큰 도전이다. 신인의 '초심'으로 돌아가 축구 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 올해는 반드시 부산에 승격을 안기겠다"
부산아이파크의 조성환 감독은 2025시즌을 앞두고 '승격' 목표에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지난 2024시즌 도중 부임한 조 감독은 17경기 10승 3무 4패(승점 33점, 28득점 19실점)로 리그 5위에 안착, 준플레이오프(PO)행을 이끌었다. 전남드래곤즈와의 준PO에서 0-0 무승부를 거둬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긴 했지만, 부임 당시 리그 9위로 '위기' 그 자체였던 부산을 반등시켜, 팬들로부터 강한 지지를 받았다.
부산에게 '승격'이란 최대 목표는 '선택' 아닌, '필수'였다. 2020시즌 이후 5년 연속 2부리그에 남아있었고, 2025시즌 승격에 실패한다면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K리그2에서의 10번째 시즌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
조성환 감독은 2025시즌을 앞두고 오장은 수석코치와 함께 배일환 코치, 권한진 플레잉코치, 양동원 골키퍼 코치 등을 선임하며 코칭스태프 구성을 빠르게 마쳤다. 선수단도 21명을 방출, 17명을 영입하며 본격적인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특히 '에이스' 페신과 호흡을 맞출 사비에르, 빌레로, 곤잘로까지 총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아쉬웠던 공격력을 보강했고, 영생고 시절 조 감독과 호흡을 맞춘 '베테랑' 수비수 장호익을 영입과 동시에 주장으로 선임하는 등 2025시즌 '승격'이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변화를 이어 나갔다.
2025시즌을 맞이한 조성환 감독의 부산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김포FC와의 개막전에서 0-0 무승부, 경남FC와의 2라운드에서 0-1 패배를 거둬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이후 부천FC1995와의 3라운드, 천안시티FC와의 4라운드에서 2연승을 거둬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팀과의 3연전이었던 인천유나이티드와의 5라운드, 전남드래곤즈와의 6라운드, 서울이랜드와의 7라운드에서 2무 1패로 또 한 번 휘청했다. 그러나 8~11라운드까지 4연승을 따내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부산의 행보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특히 17~21라운드까지 5경기 무승행진, 26~33라운드까지 9경기 무패행진을 거두는 등 상승과 하락이 극명하게 갈렸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은 후반기의 하락세로 이어졌고, 부산은 최종 순위 8위(39경기 14승 13무 12패, 47득점 46실점)이란 초라한 결과로 PO행 티켓도 따내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로 조성환 감독은 '구단 사상 첫 모든 시즌을 치르고도 PO 진출하지 못한 한국인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조성환 감독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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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했던 '방패', 그러나 무뎠던 '창'
조성환 감독은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배치하여 안정적인 후방을 구축하고, 양쪽 윙백과 윙어를 활용할 수 있는 3-4-3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특히 부산은 조위제, 장호익과 같은 리그 내 수위급 수비 자원과 빌레로, 페신과 같은 수위급 공격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 감독과의 좋은 궁합이 예상됐다.
'3백 대가'라는 별명을 지닌 조성환 감독답게 올 시즌 수비는 합격점이었다. 경기당 평균 태클 7.4개(총 288개), 경합(공중, 지상) 9.6개(각각 총 760·373개), 볼획득 80개(총 3,119개)로 리그 2위, 인터셉트 10.7개(총 417개)로 리그 1위에 올랐다. 특히 3백의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조위제가 36경기, 우측 수비수로 출전한 장호익이 37경기를 소화하며 팀의 수비를 이끌었다. 이들은 K리그2 베스트일레븐 수비 부문의 후보에 올랐으며, 부산이 46실점으로 리그 실점 10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반면 공격은 매우 아쉬웠다. 경기당 평균 전방패스 144개(총 5,634개)로 리그 3위, 공격진영 패스 72.3개(총 2,821개)로 리그 2위에 오르며 공격수에게 향하는 지원은 충분했다. 그러나 슈팅 12개(총 468개)로 리그 4위, 유효슈팅 4.3개(총 167개)로 리그 5위에 올랐지만, 득점은 1.2개(총 47개)로 리그 8위에 그쳤다. 벗어난 슈팅은 5.5개(총 213개)로 리그 2위에 위치하면서 부족했던 골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11라운드까지 5골을 몰아친 곤잘로의 득점력이 쇠퇴한 것이 컸다. 이후 출전한 26경기에서의 득점은 단 2개에 그쳤으며, 27~38라운드까지 '12경기 무득점'이라는 최악의 행보를 이어 나갔다. 그 자리에 손석용, 윤민호, 백가온 등 다양한 공격 자원을 실험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진 못했다. 뒤늦게 김찬이 전역 후 합류했으나, 분위기 반전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간극이 큰 것도 문제였다. 부산의 팀 내 득점 1, 2, 3위 모두 외국인 선수가 가져갔다. 1위 페신(12골), 2위 곤잘로(7골), 3위 빌레로(6골)가 그 주인공이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사비에르는 국내 선수 백가온, 윤민호, 전성진과 3골로 동률이었다. 이들 중 사비에르는 미드필더, 전성진은 수비수이고, 백가온, 윤민호만이 공격수이기에 국내 선수들의 부진 또한 저조한 득점력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 유동적이지 못한 전술과 쌓이는 체력적인 부담
조성환 감독의 전술적인 문제도 존재했다. 조 감독은 2025시즌에 치른 모든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의 득점 또는 실점을 막기 위한 변화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 줄곧 3-4-3 포메이션으로 이뤄진 플랜A만을 고수했다.
조성환 감독의 3-4-3 포메이션 중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 미드필더의 체력적인 부담이었다. 미드필더 '4' 중 2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넓은 반경을 커버하고, 때로는 공격 가담에 참여한다. 수비수 '3'의 중앙 수비수는 최종 수비수로 자리를 지키고, 미드필더 '4'의 양쪽 윙백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활용하기 때문에 중원 싸움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2명의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야 했고, 이는 곧 체력적 문제로 이어졌다.
개막 이후 5라운드까지 임민혁과 사비에르가 중원 조합을 이뤘다. 패스 능력이 뛰어난 임민혁과 많은 활동량을 기반으로 커버 능력을 지닌 사비에르는 좋은 조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임민혁의 체력적인 부담이 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기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4라운드 이후 사비에르의 부상까지 겹치면서 중원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전승민, 이동수, 이현준 등으로 대체해 봤으나 역부족이었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임민혁을 FC안양의 리영직과 맞임대 트레이드로 교환했다. 공·수비 밸런스가 뛰어난 미드필더인 리영직이 합류하면서 해결되나 싶었지만, 2경기 만에 십자인대 부상으로 경기장을 오랜 시간 떠나야만 했다.
이후 이동수가 사비에르와 합을 맞춰봤으나, 빡빡한 리그 일정으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이 쌓이면서 점점 더 힘을 잃게 됐다. 로테이션을 통해 두 선수의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거나, 다른 전술을 구사해 중원의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둘 중 하나도 해내지 못했다. 특히 전승민, 이현준, 이수아 같은 중앙 미드필더는 선택받지 못하거나, 교체로 잠깐 얼굴을 비추기만 했다. 측면 미드필더인 손휘가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등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포지션 변화도 존재했다. 부산은 30~39라운드까지 10경기 동안 단 1승만 거두는 등 부진에 벗어나지 못한 채로 PO행에 멀어졌고, 최종 순위 8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 승격을 위해선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
2025시즌의 부진이 오직 조성환 감독의 책임이라고 말할 순 없다. 승격은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가능한 과제이기 때문. 분명히 조 감독의 잘못된 판단도 있었으나,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세훈, 리영직. 단 두 선수 영입에만 그쳐 반등의 시기를 활용하지 못한 부분은 '승격'이란 목표에 맞지 않는 지원이기도 하다.
2025시즌을 앞두고 15살 어린 오장은 수석코치와 함께하게 된 조성환 감독은 "나이가 많다고 소통을 잘 못하고 나이가 젊다고 무조건 소통을 잘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 코치가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리더십도 좋다. 학구열과 열정도 갖춘 코치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결과는 좋지 못했다. 조 감독은 과거 인천유나이티드 재임 시절에 경험 많은 최영근 수석코치와 팀 사상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행이란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기에, 적절한 기준을 잡고 '승격'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코칭스태프를 꾸리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더해 부산은 지난 11일 팀을 이끌어갈 단장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단장의 능력에 따라 구단의 미래가 바뀌는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에, 조 감독과 마음 맞는 단장 선임 또한 필수적인 과제다.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2부리그를 '지옥', '정글'이라 표현한다. 그만큼 '승격'이란 목표는 쉽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 그러나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한마음, 한뜻으로 헤쳐 나간다면 '승격'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다가올 2026시즌,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부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모인다.
글='IF기자단' 6기 이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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