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판정 논란 속 국제 세미나 최종 후보 '전원 탈락'
월드컵 심판 명단서 또 빠진 한국…16년 공백 왜 이어지나
[사진=대한축구협회] |
한국 심판진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을 대비한 국제 무대에서 또다시 배제됐다. 축구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AFC·CAF·OFC 심판 세미나 최종 후보 명단에 한국인 심판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종혁 주심이 AFC 예비 후보 15명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 선발된 10명에는 들지 못했다.
최종 후보에는 일본, 중국, 카타르, 이란을 비롯해 요르단,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UAE, 우즈베키스탄 심판이 선정됐고, 개최국 카타르는 유일하게 2명을 배출했다. 한국은 이로써 월드컵 본선 심판을 16년째 배출하지 못하게 됐다. 마지막 출전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정해상 부심이며, 주심 기준으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김영주 주심이 마지막이다.
국제 경쟁력 부재는 성인 대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심판진은 2025 FIFA U-20 월드컵에서도 초청받지 못하며 3개 대회 연속 주·부심 배출에 실패했고, 2025 FIFA 클럽 월드컵 역시 같은 결과를 맞았다.
국내 사정도 심각하다. 올 시즌 K리그에서는 판정 논란이 잇따르며 오심 건수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전체 오심은 79건으로 급증했고, K리그1에서도 논란 사례가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타를 받아야 했다.
판정 문제는 리그 신뢰도를 흔드는 핵심 변수다. 시즌 내내 반복된 오심에 더해 인종차별 제스처 논란과 무단 언론 인터뷰 이슈까지 겹치며 이른바 'K-심판'은 1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결국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월드컵 무대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제시 린가드.[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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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K리그 흥행을 이끌던 유명 선수와 감독마저 잇따라 작별을 고했다. FC서울의 주장이었던 EPL 출신 제시 린가드는 시즌 마지막 경기 후 인터뷰에서 K리그 심판의 운영이 선수들의 감정을 자극한다고 공개 비판했고, 전북 현대를 우승으로 이끈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 감독 역시 반복된 판정 논란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제주 SK전에서 페널티킥과 VAR 판정이 모두 이뤄지지 않은 장면은 논란의 분수령이 됐다. 해당 판정은 오심으로 인정됐지만, 포옛 감독은 심판 비판을 이유로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K리그 규정상 심판 판정에 대한 공개적 언급이 징계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계기는 마우리시오 타리코 전북 코치가 연루된 인종차별 논란이었다. 항의 과정에서 나온 두 눈에 양 검지 손가락을 대는 제스처가 문제가 되었고 '상황을 눈으로 보지 않았느냐'라는 항의 표시였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출장정지 5경기에 제재금 2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타리코 코치의 사임과 함께 포옛 감독도 전북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심판 문제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가 결국 현장을 떠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반복되는 판정 논란과 국제 무대에서의 외면은 우연이 아니다. 신뢰를 잃은 심판 시스템을 근본부터 돌아보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는 그라운드가 아닌 논란의 주변부에서만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아주경제=유영훈 기자 ygleade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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