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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2026시즌 K리그2에 세 팀(용인FC, 파주프런티어FC, 김해FC)의 시민구단 참가가 확정되면서, 한국 프로축구는 또 한 번 '양적 확대'의 갈림길에 섰다. 이로써 K리그1과 K리그2를 통틀어 시민구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한때 지역 밀착과 저변 확대라는 명분으로 환영받던 시민구단 창단 러쉬는 이제 그 부작용을 외면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 시민구단을 통한 리그 확장, '운영의 내실'은 따라오고 있는가?
시민구단의 창단 역사는 2002년도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치른 후 남겨진 월드컵경기장의 활용방안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떠오른 방안이 시민구단 창단이 이였다. 대구월드컵경기장과 인천문학구장 활용을 위해서 창단된 대구FC와 인천유나이티드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 구단들 시작으로 여러 지역에서 시민구단들이 연속적으로 창단되었다. 2013년 승강제를 실행을 위해 K리그 2부리그 창설, 군경팀이 떠난 연고지 시민구단 창단으로 더 많은 시민구단들이 합류하였고 2025시즌 기준으로 K리그1, 2 통틀어 10개의 기업구단, 1개의 컨소시엄 구단을 제외하고 14개 구단이 시민구단으로 구성되어있다.
K리그의 시민구단 문제는 숫자 그 자체가 아니다. 시민구단의 급격한 증가는 곧바로 리그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K리그 시민구단들은 유럽 구단들의 연고지 시민들의 후원과 지지로 결성된'시민구단'에서 영감을 받아 시민구단으로 불려왔지만, 한국에서의 현실은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구조이다. 보통의 시민구단들은 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광역시나 특례 시를 연고로 하는 구단은 예외일 수 있으나 대부분에 시민구단들은 매 시즌마다 예산확보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에도 충남아산FC의 선수단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고 다행히 지자체의 추경예산으로 지급하여 해결했지만, 작년 시즌 창단 최고 성적에 도취되어 무리한 지출과 선수단 규모를 늘린 시민구단의 폐해 사례를 보여주었다.
한국프로축구의 최상위 리그인 'K리그1'에 속한 광주FC는 재정 건전화 규정을 지키지 못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천만 원과 선수 영입 금지 1년의 징계(조건부 효력 발생 유예)를 받았다. 여기에 FIFA로부터 외국인 선수 아사니의 연대기여금 미지급 문제로 인한 징계를 받았으나, 징계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을 강행한 사실이 드러나 두 차례 선수 등록 금지(두 번째 기간은 1년 유예)'와 벌금 1만 스위스프랑(약 1,750만 원)을 부과 받았다.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에 속한 구단이 사무국 직원의 인수인계 부족과 어설픈 행정오류에 재정건전성 위반까지, 낙제점 가득한 구단 운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자 시민구단이 화려한 성적과 선수단 구성 보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구단 경영과 능력과 꼼꼼함을 갖춘 사무국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주는 바이다.
전체적으로 K리그에 재정 구조가 불안정한 시민구단이 늘어나면서 선수단 운영은 단기 성과 위주로 흐르고, 유소년 육성이나 중장기 비전은 뒷전으로 밀린다. 이는 경기력 하락은 물론, 리그 전체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제 K리그는 '얼마나 많은 팀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한 팀이 있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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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제' 이전에 점검돼야 할 최소 조건
이러한 상황에서 2027시즌부터 시행 예정인 K리그2–K3리그 승강제는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른다. 제도 자체의 취지는 분명하다. 경쟁을 통한 자생력 강화, 그리고 완성된 피라미드 구조는 모든 축구 리그가 지향하는 목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현재 K리그2와 K3리그 사이에는 인프라와 행정 능력 측면에서 분명한 격차가 존재한다. 훈련 시설, 홈구장 요건, 프런트 조직 규모, 재정 운용 능력 등 어느 하나도 두 리그를 동일 선상에 놓기 어렵다.
이 격차는 '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2024시즌 K3리그 목포FC와 강릉시민축구단의 경기에서 박선주 선수는 헤더 경합 이후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신속한 응급조치와 이송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현장은 준비되지 않았다. 부상 선수를 옮기는 들것을 나른 사람은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아이였고, 구급차 대신 검은색 승합차가 호출됐다. 그마저도 차량 내부에 짐이 가득 차 있어, 다친 선수가 직접 걸어서 차에 탑승해야 했다. 이후 인근 목포기독교병원 응급실로 이동했지만, 부상이 심각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대학병원으로 재이송이 결정됐다. 그러나 병원에는 구급차가 없었다. 경기장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 사용을 요청했지만, '부재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사설 구급차를 수배한 뒤에야 대학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상황은 그제야 마무리됐다.
현재 규정상 K리그1·2는 경기장 내 구급차 2대 배치가 필수다. 반면 K3·4리그는 1대만 의무 사항이며, 2대 배치는 권고에 그친다.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 체계부터 리그에 따라 기준이 갈리는 현실이다. 이는 단순한 '환경 차이'가 아니라, 명백한 안전 리스크다.
이처럼 리그 간 수준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승강제를 섣불리 연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구단의 승격은 곧바로 재정 악화와 운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강등되는 구단 역시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장기 침체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승강제가 경쟁을 촉진하기는커녕 혼란을 증폭시키는 장치가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리그 전체로 돌아온다.
해법은 명확하다. 각 리그의 클럽 라이선스 기준을 보다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개정해야 한다. 단순히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 재정 건전성, 인프라 유지 능력, 유소년 시스템, 프런트의 전문성까지 단계별로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승강제는 이러한 기준이 충분히 안착된 이후에 논의해도 결코 늦지 않다.
결론적으로, 무리한 시민구단 창단과 인위적인 승강제 도입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내실 다지기다. 양적 팽창의 시대를 지나온 K리그가 이제는 질적 향상을 선택할 수 있을지, 그 선택이 한국 축구의 다음 1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글='IF 기자단' 6기 김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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