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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지향점이 다르다.. '남자 단식' 기준 올린 안세영, 그런 '여제'가 목표인 왕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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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EN

    [사진] BWF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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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EN=강필주 기자] 세계를 제패하고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 보였던 안세영(23, 삼성생명)에게 새로운 지향점이 생겼다. 반면 패자에겐 그런 '배드민턴 여제'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21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2위 왕즈이(25, 중국)를 세트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꺾었다.

    96분의 혈투가 펼쳐진 코트였지만 승부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안세영은 20-10으로 승리를 눈앞에 뒀던 마지막 세트에 왼쪽 허벅지 경련으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하지만 왕즈이의 라켓이 닿지 않은 깊은 곳으로 스매시를 날려 승부를 끝냈다.

    이 승리로 안세영은 시즌 11번째 우승컵을 품었다. 이는 2019년 남자 단식 모모타 겐토(일본)가 보유했던 역대 최다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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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 안세영은 시즌 승률 94.80%(77경기 73승)를 기록, 배드민턴계 '메시' 린단(중국)과 '호날두' 리총웨이(말레이시아)의 전성기 수치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시즌 상금은 최초로 100만 달러를 돌파했다. 모두 새 역사를 창조한 것이다.

    이에 BWF마저 공식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안세영을 "The best! The YOUNG GOAT!"라는 문구로 칭송했다. 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는 스포츠계에서 해당 종목 역대 최고를 상징하는 단어다.

    명실공히 배드민턴 최고 국제 기구로부터 인정받은 안세영이다. 더구나 'YOUNG'이라는 단어가 붙어 커리어가 아직 정점이 아니라 진행형이란 점까지 더해져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사실상 여자 단식에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을 이룬 안세영이다.

    하지만 안세영이 바라보는 곳은 더 높았다. 중국 '시나스포츠'에 따르면 안세영은 경기 후 "남자 단식 선수들과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것이 내 목표"라면서 "남자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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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이 매체는 "과거 여자 선수들이 '여자부 1위'에 안주했다면, 안세영은 그 선을 넘으려 한다"며 "린단이나 리총웨이 같은 배드민턴 예술, 시위치(중국) 같은 날카로운 공격력을 원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또 안세영은 여자 단식 선수들이 통상 '여자 최고'를 목표로 삼는 것과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드민턴 역사를 통틀어 '남자 단식을 지표로 삼겠다'고 공개적으로 목표를 세운 여자 선수는 없었다고 칭송했다.

    안세영은 이미 남녀 전설들을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여자 선수들 사이에서는 안세영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견뎌낼 선수가 없는 상태다. 천위페이, 왕즈이, 한웨 등 중국 선수들도 엄격한 의미의 라이벌로 보기엔 안세영과 간극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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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중국 팬들이 꿈꾸는 것도 안세영의 발언과 맞닿아 있다. 팬들은 안세영이 시위치(중국), 쿤라붓 비티드산(태국),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토마 주니어 포포프(프랑스) 등 남자 단식 선수들과 이벤트 대결에 나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안세영이 기준선을 남자로 올리고 있는 동안, '2인자'에 머문 왕즈이는 당연히 안세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왕즈이는 안세영을 상대로 올해 8번 만나 모두 패했다. 그 중 7번이 결승 무대였다. 통산 전적도 안세영이 16승 4패로 왕즈이를 압도하고 있다.

    왕즈이는 경기 후 인터뷰 도중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왕즈이는 3게임에서 무너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결국 눈물을 쏟아냈다. 등을 돌려 눈물을 닦은 뒤에도 한동안 감정을 추스른 후에야 인터뷰를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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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즈이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3게임에서는 정말로 끝까지 싸우고 싶었지만, 체력과 에너지가 머리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인 템포가 떨어졌다. 상대의 체력이 너무 좋았고, 드롭샷이 많아 내 체력 소모가 컸다"면서 "작은 전술 변화를 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안세영과의 격차를 인정했다. 세계 랭킹은 1개 차이지만 그 간극이 크다는 의미다.

    안세영은 이제 기록이 아니라 경기력을 어떻게 더 끌어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남자와 '성대결'까지 가능한 힘과 스피드, 템포, 랠리의 밀도 등이다. 남자 단식을 목표로 스스로 압박을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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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즈이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은 안세영이 목표다. 왕즈이는 자신의 SNS에 "나 역시 계속해서 노력하며,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상태를 코트 위에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이어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다.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면서 "다음 대회에서, 다시 싸우겠다"고 말해 안세영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목표는 여전히 안세영, 눈앞의 산이다.

    안세영은 시즌을 돌아보며 "내가 좋아하는 배드민턴을 재미있게 하면서 좋은 결과까지 내서 감사하다"고 한 해를 정리했다. 다음 시즌 남자 선수 기량에 다가가 여자 기준점을 더욱 끌어올릴 안세영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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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세영은 22일 귀국 인터뷰에서 "내가 완벽한 경기를 할 때가 내 전성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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