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 사진=프레인TP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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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미리 정해서 현장에 가지 않아요. 그런 부분의 연기가 재미있고, 앞으로도 현장 위주의 연기를 많이 고민하고 표현하고 싶어요."
배우 박용우와 대화를 나누며, 그가 현장에서 오가는 피드백과 호흡을 통해 캐릭터와 작품의 디테일을 쌓아가는 작업에 재미를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장의 변동성만 아니라 어떤 설정도 재미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흥미를 자극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연출 우민호)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을 지닌 남자 백기태(현빈)와 그를 막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박용우는 1970년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국장 황국평 역으로 분했다.
어느 순간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박용우는 "이번 작품도 재미를 느낀 연장선상이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가발 설정이 생겨 더욱 작품과 연기를 풍성하게 할 수 있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민호 감독이 제안한 가발 설정이 갑작스럽게 생기면서 황국평이란 캐릭터는 연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가 됐다. 박용우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캐릭터를 잡는 방식이 직관적으로 변한 거 같다. 하나의 또렷한 단서만 있다면 굳이 억지로 뭘 뽑아내려 하지 않더라도 상상이 잘 되는 거 같다. 이번에 '가발'이란 소품 하나가 황국평에 대한 설정을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가발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질까 신경 쓰는 황국평은 늘 거울과 빗을 달고 다닌다. 이러한 모습에서 박용우는 외모 콤플렉스를 발견하고 나아가 자극에 민감한 황국평의 특징을 포착해 냈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담배를 피울 때도 손을 계속 쳐다보는데, 담뱃재가 튈까 봐 그러는 거다. 그런 것이 설정이 아니라. 외모 콤플렉스가 있다면 이물질이 묻거나 쟤가 튄다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직관적인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박용우는 황국평을 예민함만 아니라 무게감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생각하고 연기했다. "무게감과는 정반대로 접근했다. 무게감의 종류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는 '쫓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두려워하는 사람. 이 자리를 놓칠까 늘 걱정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런 인물"이라고 설정했다고.
다만 악역이냐 선역이냐의 경계를 확실하게 하진 않았다. 박용우는 "굳이 경계를 두지 않고, 보는 시청자나 상대 배우가 황국평을 악역이라고 얘길 하든 저는 그냥 사람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황국평이 나빠서 그랬다고 접근하지 않고 쫓기고 두려워하는 그런 부분 때문에 그런 행동들이 나온 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시즌2에선 아쉽게도 황국평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는데, 연기자로서 아쉬움은 없을까. 박용우는 "우민호 감독님이 전화를 주셨는데 어머님이 재미있게 보셨다더라. 근데 '왜 죽였냐' '살리면 안 되냐' 그런 얘길 하셨다더라. 감사하고 좋았다"면서 "저는 이미 대본을 보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다. 그래도 '저 배우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란 반응을 얻는 게 감사한 일 아니냐. 기분 좋다"라고 했다.
우민호 감독과 대학 동문인 박용우는 대학생 때 봤던 모습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제가 기억하는 우민호 감독님은 그때부터 굉장히 뜨거웠던 사람이다. 자유로운 감성을 가진 분. 그게 그대로 유지되고 확장된 거 같다"라고 했다.
특히나 감독과 배우로서 함께 한 작업 중 가장 '재미'를 느꼈다고. 그가 우민호 감독과 작업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코드가 잘 맞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가발이란 설정부터, 거울과 빗이라는 소품만 아니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신과 대사를 바꾼 것들 마저도 서로의 '쿵작'이 잘 맞았다. 박용우는 "아마 미리 이렇게 할 거야 정했다면 오히려 불편했을 거 같다. '나 이렇게 정했는데 왜 이렇게 안 하지?'란 불만 때문에 불편했을 수 있다"라고 했다.
"저는 굳이 말씀드리자면 표현이든 정서든 확장하는 편이에요. 미리 정해서 현장에 가지 않아요. 그런 부분의 연기가 재미있고, 앞으로도 현장 위주의 연기를 많이 고민하고 표현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일까. 박용우는 자신을 '리액션 배우'라고 말했다. "상대배우의 느끼고 거기에 따라 표현하는 편인 거 같다. 하나의 예를 들면 감독님이 대본에도 없던 말을 해보겠냐고 하더라. 표학수 과장한테 '사랑해 봤어?'였다. 그게 맥락하고 전혀 달라서 '응?' 이럴 수 있는데, 여기서 감독님과 코드가 맞는다 느꼈다. 뭘 표현하고자 해서 이런 얘길 하는구나란 게 느껴졌다. 그런 확장이 너무 재미있었다"라면서 "이건 감독의 리액션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내 리액션이 원활하게 소통되는 느낌이랄까. 배우들과도 마찬가지였다"라고 했다.
박용우는 지난해 '은수 좋은 날' 메스를 든 사냥꾼'을 비롯해 이번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묵직한 캐릭터와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로맨스 장르에 대한 목마름이 있지 않을까란 반응도 나왔다. 박용우는 수긍하면서도 "사실은 모든 이야기가 크게 보면 사랑이야기라 생각한다. 황국평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거다. 누군가를 봤을 때 저 사람들이 '오만해' '잘난 척 많이 한다' 하겠지만 심리적으론 충족되지 않은 연약함이 있어서 과시로 채우려고 하는, 인정욕이라 생각한다. 그게 다 사랑이야기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어 "남녀 간의 멜로라면 그런 장르나 이야기가 풍성해지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많진 않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994년 공채 탤런트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용우는 벌써 30년이 넘는 긴 세월을 연예계에 몸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연예계에서 건강한 멘털을 유지하며 장수한다는 것은 모든 배우들의 숙제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용우는 "예전과 차이라면, 두려움 걱정이 있다면 예전엔 부정하고 아닌 척했는데 지금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하게 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인정하면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사적인 저의 정서나 가치관이 바뀐 영향도 클 것이다. 현장을 받아들이는 저의 마음가짐이 많이 바뀐 거 같다. 예전엔 카메라와 싸워서 이겨먹겠다 생각했다. 적으로 생각한 거 같다. 그런데 카메라는 저를 잘 담기 위한 수단이고 절 나쁘게 본 적 없다란 생각을 어느 순간 한 거 같다. 카메라 너머의 분들은 내 연기가 잘 나오길 응원하는 사람이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이런 사람들이 아니란 걸 느낀 거 같다"면서 "복합적으로 마음이 편해진 게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가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박용우는 "연기를 못한다고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었던 적이 있다"라고 털어놓으며 "그런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랬다간 잡혀간다.(웃음)"라고 말했다.
배우 인생에 있어 요즘 들어 만족도가 높다는 박용우. "저를 좀 지킬 생각은 없고 그건 자기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저는 저를 사랑하려고 하는 편인데, 지키는 것과 사랑하는 건 큰 차이라 생각한다. 제가 느낌이 좋은 걸 타인의 평가 때문에 나쁘다 생각하는 것도 저에 대한 학대인 거 같다. 제가 볼 때 나쁜데 타인의 평가가 좋다고 해서 그걸 또 좋다고 말하는 것도 자기 방어인 거 같아 경계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박용우만의 밸런스를 찾는 중이었다.
"현실적으론 늙어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조금 본질적이고 철학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작품으로든 사적으로든 '사랑과 두려움에 소통하려 고민했던 배우'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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