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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SW시선] “어차피 졌어” 귀를 의심케 하는 작전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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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월드

    이상민 KCC 감독이 지난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SK전 도중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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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면 그 순간 바로 시합 종료.’

    얼마 전 막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서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한 장면이 있었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세화여고)의 부상 투혼이다.

    결선서 두 번이나 넘어졌다. 출전 선수 12명 중 11위까지 떨어졌다. 누구나 고개를 저을 법한 상황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고, 기적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츠가 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지’를 보여준 순간이었다.

    ‘할 수 있다(펜싱)’부터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E-스포츠·축구)’까지. 표현은 달라도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스포츠의 본질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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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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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기에 최근 한국프로농구(KBL) 코트 위에서 포착된 한 마디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지난 18일 부산 사직체육관. 홈팀 KCC는 리그 1위 LG를 상대로 74-94로 패했다. 두 시즌 전 기록을 포함해 어느새 맞대결 12연패다.

    적잖은 이목을 끈 건 3쿼터였다. 한때 27점 차까지 벌어졌다. KCC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작전타임을 부른 이상민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흐름을 바꿔보자는 메시지였다. 그 순간, 벤치에 앉아 있던 스타 플레이어 허웅의 말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패배를 단정하는 듯 “어차피 졌어”라고 툭 던졌다. 그러곤 아이러니한 독려가 이어졌다. 뒤에 “끝까지 해”라는 말을 덧붙인 것. 사기를 꺾는 체념이었는지, 혹은 잃을 게 없으니 부딪쳐 보자는 독려였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대다수의 귀에 남은 단어는 ‘어차피’였다. 물론 어느 쪽이 본심이었는지는 선수 본인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KCC의 작전타임 풍경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여느 팀들과 다르다. 사령탑은 주저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의견을 묻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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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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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선 넘는 행동이 용인된다는 말은 아니다. 수많은 팬들이 바라보고 있다. 이날도 설 연휴 막바지를 맞아 527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수장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다잡아보려고 했다.

    승패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건 프로선수로서의 사명 중 하나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간판 허웅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은 뒷맛을 더욱 씁쓸하게 한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수집한 KCC는 시즌 전 ‘슈퍼팀’이라는 기대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부상과 기복에 시달려 5할 승률에 딱 맞춰 턱걸이하고 있다. LG전을 마친 뒤 국가대표 브레이크를 맞았다.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은 생겼지만, 순위표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언제든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위치다. 5위에 올라 있지만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다.

    이럴 때일수록 팀을 지탱할 주축들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허웅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코트 위에서 오가는 태도와 언어 역시 경기력의 일부다. ‘어차피’와 ‘끝까지’ 사이,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KCC의 남은 시즌을 가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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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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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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