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이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6회말 1사 3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있다. 2025.10.26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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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 그 길은 과연 누가 따를 것인가.
노시환(26)이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계약을 맺으면서 향후 리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1년 307억원은 역대급 거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미래에 쓸 돈을 미리 상징적으로 썼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노시환의 계약은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꾼 사건으로 꼽힌다. 총액과 기간 모두 한화와 류현진(39)이 체결한 8년 17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초 기록이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나 봤던 대형 장기 계약이 한국에도 처음 나오면서 프로야구의 계약 지형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200억원을 넘어 300억원까지 돌파한 것은 지나친 거품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 거품론은 늘 있었지만 아직 3할 타율을 찍어본 적이 없고 최근에는 타율이 하락세인 노시환이기에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지난해 노시환은 개인 최다인 32홈런과 101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타율 0.260에 그쳤다. 커리어 하이인 2023년 타율 0.298에 31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는데 이대호(44), 박병호(40)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확실히 떨어진다. 이대호는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시즌은 항상 3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했고, 박병호는 2014년과 2015년 50홈런 이상을 때릴 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한방만 조심해야 하는 타자가 된다면 노시환으로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부상으로 급격하게 실력이 꺾이기라도 하면 구단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노시환이 한화 이글스와 11년 총액 307억원 계약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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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져가는 시대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도 있다. 구단이 애써 키우고 팬들의 마음에 정착한 선수가 떠나면 그만큼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은 선수들이 기존 구단보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언제든 떠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구단으로서는 사전에 잡는 것이 팬심을 생각하면 합리적일 수 있다. 일례로 나성범(37)이 2021시즌 종료 후 NC 다이노스에서 KIA 타이거즈로 6년 150억원에 이적했을 당시 NC 팬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충격과 상실감을 경험해야 했다. 당시 NC는 ‘1호 영구결번’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손혁 한화 단장도 “노시환은 장종훈, 김태균처럼 한화의 레전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며 “저런 선수를 다른 팀에 뺏긴다고 생각하면 그만한 선수를 다시 키워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노시환은 요즘 프로야구에 귀한 우타 거포로서 가치도 높게 평가받는다. 현역 20대 우타 선수 중 통산 100홈런 이상은 124개의 노시환이 유일하다.
총액만 보면 307억원이 막대한 금액이지만 따지고 보면 4년 100억원 수준의 FA 계약을 세 번 정도 했을 때 써야 하는 금액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되레 아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지난해 물가상승률(2.1%)이 매년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의 100억원은 5년 뒤 90억원, 11년 뒤 8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샐러리캡을 고려해야 하는 구단으로서는 핵심 선수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고정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이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 랜더스와의 홈 경기에서 5회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5.10.13 대구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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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이냐 전략투자냐를 떠나서 이번 계약은 MLB에서나 가능한 초대형 장기계약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타니 쇼헤이(32)의 경우 2023 시즌 후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원)에 계약했는데 ‘지급 유예’ 조항에 따라 연봉의 97%는 10년 뒤에 받는다. 초대형 장기계약이었기에 이런 방식이 가능했다.
계약이 보다 정교하고 다양해지는 것은 팬들에게 재미 요소이자 리그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노시환이 새로운 길을 걸어감으로써 한국에서도 보다 다양한 형태의 계약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구단에서도 노시환 못지않은 계약이 나올 수 있다. 당장 직접 비교되는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의 에이스이자 노시환의 동기인 원태인(26)이다. 노시환의 이번 계약 이전 두 사람은 나란히 올 시즌 10억원의 연봉으로 동급 대우를 받았다. 게다가 원태인은 어릴 때부터 삼성 시구자로 나서는 등 진정한 ‘푸른 피의 에이스’라는 점에서 삼성이 자존심을 세워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LG 트윈스 등 선수와 다년계약을 고려하는 구단들도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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