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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정효경 기자) 1990년대 후반 시작된 국내 아이돌 문화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팬덤은 세분화됐고,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늘어난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다르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느냐'다.
과거 걸그룹 콘셉트 전략은 비교적 선명했다. 여자친구와 러블리즈는 같은 '청순' 계열 안에서도 각각 '파워청순'과 '동화적 감성'으로 결을 달리했다. 제한된 키워드를 세분화해 차이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콘셉트 경쟁은 다르다. 더 이상 외형을 설명하는 수식어 싸움이 아니다. 감정과 서사를 설계하고, 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전략의 문제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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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투하츠, '스며들기'라는 선택
하츠투하츠는 정면 돌파 대신 '스며들기'를 택했다. 지난 20일 공개한 '루드(Rude)'는 서늘하면서도 감각적인 젠지 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청순이나 걸크러시처럼 단순한 구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다.
데뷔곡 '더 체이스(The Chase)'부터 방향성은 분명했다. 몽환적 사운드, 절제된 퍼포먼스, 과장되지 않은 감정선. 일각에서는 'SM 걸그룹다운 강렬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스타일(STYLE)', '포커스(Focus)' 등 활동을 거치며 팀의 결을 점진적으로 각인시켰다.
한 번에 폭발하기보다 반복 청취와 무대를 통해 서서히 침투하는 전략. 빠른 소비가 일상화된 시장에서 오히려 속도를 늦춘 선택이 차별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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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믹스, 호불호를 자산으로
엔믹스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믹스 팝'이라는 독자 장르를 내세워 한 곡 안에서 장르와 분위기를 급격히 전환하는 실험적 구조를 고수해왔다.
데뷔곡 'O.O'는 대중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랐다. 그러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실험성을 팀의 핵심 자산으로 축적했다. 최근 타이틀곡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역시 같은 흐름에 있다.
라이브 콘텐츠와 퍼포먼스 영상으로 보컬·무대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며 '설명하는 콘셉트'가 아닌 '증명하는 콘셉트'로 접근한다. 논란을 통과한 정체성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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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 일관성의 확장
아이브는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핵심 키워드는 '자기 확신'이다.
'일레븐(ELEVEN)'을 시작으로 '러브 다이브(LOVE DI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까지 이어지는 세계관은 '당당함'을 브랜드로 구축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직설적 메시지,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는 이를 공고히 했다.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 '리바이브 플러스(REVIVE+)'와 타이틀곡 '블랙홀(BLACKHOLE)'은 기존 서사를 확장하는 단계에 가깝다. '나' 중심의 이야기에서 '우리'로 시선을 넓히며 세계관을 넓힌다. 급격한 변주보다 정교한 확장. 변화보다 일관성을 무기로 삼는 전략이다.
현재 걸그룹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다. 더 세게, 더 튀게, 더 자극적으로 가는 전략만이 답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다른가'가 아니라 '스스로를 얼마나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가'다. 콘셉트는 외피가 아니라 언어다. 그 언어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팀만이 브랜드가 된다.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일수록, 정체성이 분명한 팀은 오래 남는다. 생존 경쟁의 승부는 결국 그 지점에서 갈린다.
사진=MH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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