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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청령포 오픈런’ 만든 배정윤 미술감독 “정성 들였던 세트, 허물어야 했기에 더욱 애틋”[왕사남 천만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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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강원도 영월 선돌 인근의 배소 세트 전경.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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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번지. 2008년 12월26일 대한민국 제50호 명승지로 지정된 청령포는 관광지로 따지자면 1452년 단종의 승하 이후 770년의 역사가 넘었다. 이 곳의 관광지로서 역사적인 가치는 지금 최고점을 찍고 있다. 바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 때문이다. 지난달 4일 개봉 이후 한 달 만에 8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갔고, 아침 운영 시간 즉시 관광객이 이어지는 이른바 ‘오픈런’도 시작됐다.

    영화 속 단종의 서사를, 직접 영월로 가서 만나보자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공간이 주는 매력 때문이다. 영화 속 단종의 유배지인 배소와 광천골 마을 등 공간의 힘은 미술팀의 몫이었다. 그 중심에는 1990년대를 그려냈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콜’ 등의 미술을 맡았던 배정윤 감독이 있다. 비록 역사 속 그 청령포는 아니었고, 인근 차로 10분 거리의 선돌 인근에서 꾸려진 세트였지만 배 감독은 이 열기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감사하다. 그에게 영화 속 미술의 힘과 이를 만들기 위해 애썼던 이들의 땀과 노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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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현장 비하인드 이미지.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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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만 관객 달성을 축하한다.

    “기분이 좋습니다. 미술감독으로 메인 감독이 된 이후에는 처음 기록이라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조수 때는 ‘도둑들’ ‘관상’ 등도 인기가 많았지만,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 실제 영월에 꾸려진 세트장이었다. 청령포의 최근 인기를 보는 느낌도 있을 것 같다.

    “실제 단종의 유배지는 관광지로도 있는 곳이라 번듯하고 크게 지어져 있지만, 영화 속 배소는 좀 허름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풍광은 가져가면서 규모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죠. 가장 중요한 것은 강을 끼고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전국을 제작부에서 다니며 고생을 해주셨는데 결국 동강이 좋았어요. 영월군 측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영화를 넘어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는 부분이 신기합니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 것이, 좋은 세트였지만 원래 건물을 지으면 안 되는 곳이라 이를 다 허물었어야 하는 것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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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배경인 배소 세트 인근 선돌 전경.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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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종 이홍위의 배소는 어떤 느낌의 건물로 구상했나.

    “성격을 정리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광천골 사람들이 새로 집을 지은 게 아니라 버려진 공간이라는 설정이었거든요. 고민을 하다, 외딴곳에 떨어져 있으니 무당이 사는 집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콘셉트가 정해지고는 잘 풀렸습니다. 강원도 느낌의 탑문을 달고, 선돌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강이 넘어 보이는 낮은 담의 구조 등에 신경 썼습니다.”

    - 강너머가 잘 보이는 장소였다.

    “원래 집을 짓는 장소가 아니었어요. 절벽 앞에 있는 집이라는 느낌이라 당시의 잡목을 다 밀어내고, 토사도 쌓아 나루터도 만들며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했습니다. 원래 처소까지 실제로 지었던 건데 그대로 부숴 원래대로 돌려놓는 과정도 쉽지 않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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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야외 세트 이미지.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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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미술에서 신경을 쓴 부분은?

    “조선시대의 우리가 아는 집들은 초가집이 많잖아요. 산골마을이라는 설정이니까 너와지붕(지붕을 나무 널판으로 덮은 집)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어요. 노루골은 더욱 산골 깊숙이 있는 마을이니 사냥 위주의 공간이라는 설정을 해 육고기나 사냥용품 등을 갖췄습니다. 광천골은 산골이지만 강을 끼고 있으니 수렵도 같이한다고 생각하고, 그물이나 그런 도구를 곁들였습니다.”

    - 현장에서 배우들과의 호흡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유해진씨가 갑자기 ‘어두일미(魚頭一味·물고기는 머리가 맛있다)’는 대사를 애드리브로 하고 싶으셔서 생선을 급하게 공수한 일이 있었어요. 무를 씹어먹는 장면을 원하셔서 칼이랑 무를 부랴부랴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애드리브 때문에 갑자기 뭔가가 필요했는데 덕분에 재밌는 장면이 나왔죠. 촬영 때 날씨 때문에 고생해서 스태프들끼리는 ‘단종께 제대로 인사를 안 드려서 그런가’ 농담처럼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영화가 흥행하고 사랑을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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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속 단종 이홍위의 밥상 소품 이미지.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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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감독으로서 작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다른 스태프와의 조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희가 세트를 지어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연기하는 것은 배우이고, 촬영은 촬영 스태프가 하거든요.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가 사랑받게 돼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다른 표현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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