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호주전에 앞서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국가 연주에 맞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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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최고지도자 사망 이후 전쟁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여자 축구대표팀이 국가 연주 때 침묵했다는 이유로 자국 국영방송으로부터 ‘전시 반역자’라는 비난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7일 디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이란 국영TV 진행자 모하마드 레자 샤바지는 최근 방송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은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전시 상황에서의 반역자는 더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이란 여자 대표팀이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 한국전에서 시작됐다. 이란 선수들은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샤바지는 방송에서 “전쟁 상황에서 국가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여자 대표팀이 국가를 부르지 않은 것은 단순한 상징적 항의가 아니라 조국에 대한 불명예이자 애국심의 부재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단순한 시위자가 아니라 전시 반역자로 취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전쟁 상황에 들어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해외에서 경기를 치르는 여자 대표팀의 행동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된 것이다.
선수 노조인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 아시아·오세아니아 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하며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긴급 대응을 요청했다. FIFPRO는 성명을 통해 “선수들이 대회 이후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이후 열린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국가를 부르며 거수 경례를 했다. 현재 이란 여자 대표팀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기록했으며, 필리핀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3위 팀 자격으로 8강 진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이란의 국가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제정된 것으로, 종교 지도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신정 체제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란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국가 연주 때 침묵하는 장면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남자 대표팀 선수들은 영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아 당시 이란 내 반정부 시위와 연관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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