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나고야(일본), 정형근, 배정호 기자] 결과만 보면 패배다. 그러나 이번 덴소컵이 남긴 의미는 단순한 승패 이상의 것이었다.
한국 대학축구 선발팀은 15일 일본 나고야 웨이브 스타디움 카리야에서 열린 일본 대학선발팀과의 2026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에서 1-2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덴소컵 한일전 5연패에 빠졌다. 일본 원정에서도 1무 11패라는 쉽지 않은 기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단순한 패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대학축구연맹이 추진하고 있는 ‘UNIV PRO’ 체제 이후 처음 치른 실전 무대였기 때문이다. 덴소컵은 한국 대학축구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무대였다.
이번 대표팀은 준비 과정부터 기존과 달랐다. 과거 덴소컵 대표팀은 대회 직전에 감독이 선임되고 선수들이 선발돼 짧은 기간 훈련한 뒤 경기에 나섰다. 대표팀 운영 자체가 단기 소집 중심이었고, 선수 관찰이나 전술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은 대학축구연맹이 지난해 5월부터 추진한 'UNIV PRO'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운영됐다. 'UNIV PRO'는 대학축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된 중장기 프로젝트로, 연령별 대학 상비군을 운영하고 선수 데이터를 관리하며 지속적인 훈련과 평가를 통해 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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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표팀 운영 방식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였다. 오 감독은 “예전에는 대회 일주일 전에 감독이 선임되고 급하게 팀이 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1년 동안 선수들을 보며 준비할 수 있었다”며 “지속적인 훈련과 평가를 통해 선수들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변화는 나타났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 대학축구의 패스 중심 축구에 대응하기 위해 전방 압박을 핵심 전략으로 준비했다. 일본 축구를 꾸준히 분석하며 상대의 빌드업을 차단하는 전술을 준비했다.
오 감독은 “일본 축구를 많이 보고 연구했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전방 압박이라고 생각해 짧은 시간 안에 준비했다”며 “선수들이 그 부분을 잘 이해하고 경기에서 이행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일본의 패스 전개를 흔들었다. 전반에는 상대 패스를 끊어내며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었고 후반에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성예건의 헤더로 동점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막판까지 일본을 몰아붙이며 추격했다는 점에서도 이전 덴소컵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결과는 아쉬웠다. 전반 추가시간 프리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허용했고 후반에는 롱스로인 상황에서 실점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오 감독은 승부를 가른 요소로 세트피스와 결정력을 꼽았다.
그는 “찬스가 났을 때 마무리를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였다”며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방 압박뿐 아니라 세트피스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부분에 따라 일본 축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수들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주장 장하윤은 “감독님과 코치진이 준비한 부분을 선수들이 더 완벽하게 이행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 것 같은 경기였다”며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력 자체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상비군 체제 속에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훈련하며 전술 이해도를 높였고 팀 조직력도 안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경기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끝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일본 측에서도 한국 팀의 변화를 인정했다. 일본 대표팀을 이끈 카와즈 히로카즈 감독은 “작년 한국 팀과 비교하면 많이 달랐다”며 “이번에는 공격적으로 파워풀한 축구를 펼쳤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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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덴소컵에서 한국 대학축구는 일본에 완전히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이전과는 다른 흐름 속에서 치러졌다. 경기력 자체는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줬고 준비 과정 역시 변화의 시작을 보여줬다.
박종관 UNIV PRO 본부장은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 중 제일 내용이 좋았다. 우리도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본 선수 대부분은 프로에서 실제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우리도 기업 후원을 유치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면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일전 5연패를 떠나 이번 덴소컵이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따로 있다. 한국 대학축구가 새로운 시스템 속에서 다시 출발했고, 변화 속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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