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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6 (목)

    코 골절·집단 폭행까지…영국 아마추어 축구 선수·관중·지도자까지 연루 폭력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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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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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아마추어 축구 현장에서 선수와 관중, 지도자까지 연루된 폭력 사건이 잇따르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중 폭행으로 선수들이 중상을 입거나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축구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디애슬레틱이 25일 대서특필했다.

    잉글랜드 비(非)리그 수비수 이선 라이트(22)는 2024년 12월 이스트미언리그컵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두 차례 폭행을 당했다. 라이트는 경기 막판 상대 공격수에게 뒤통수를 가격당한 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팔꿈치로 얼굴을 맞아 코가 부러졌고 약 1분간 의식을 잃었다. 그는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뇌진탕과 골절로 3주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라이트는 주급 약 200파운드(약 40만원)를 받는 비계약 선수였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했고,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던 직장에서도 2주간 일을 하지 못했다. 그는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 선수는 약식 합의 처분을 받았고 축구협회 징계위원회로부터 5경기 출장 정지 처분만 받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발표한 2024-2025시즌 풀뿌리 축구 징계 보고서에 따르면 심각한 사건으로 분류된 징계 신고는 4649건에 달했다. 이는 인종차별이나 위협, 경기 관계자 폭행, 선수 간 폭력 등을 포함한 수치다. FA는 실제 발생 건수는 신고 건수의 약 2.19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웨일스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트레아르드두르 베이 소속 선수 톰 테일러(35)는 올해 1월 페널티킥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 선수는 뇌진탕을 입었다. 구단은 즉시 테일러와 계약을 해지했고 웨일스축구협회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모든 축구 활동을 금지했다.

    잉글랜드 리버풀에서는 경기 중 관중 난입으로 선수가 중상을 입는 사건도 있었다. 가나 출신 리처드 아그바사가(27)는 2025년 10월 리버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관중 12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두개골 골절과 손가락 골절, 3단계 뇌진탕을 입었다. 그는 동료 선수에게 박치기를 한 상대 선수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격을 당했다. 피해 선수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구단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지도자나 관중이 연루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2024년 4월 웨일스의 한 경기에서는 구단 감독이 자원봉사 부심을 주먹으로 때려 넘어뜨린 사건이 발생해 징역형 집행유예와 3000파운드 벌금, 평생 축구 활동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청소년 축구에서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웨일스의 한 14세 이하 경기에서는 학부모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싸움을 벌이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해당 사건 이후 관련 인물들은 평생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

    전직 프로 선수 출신이자 현재 심판으로 활동 중인 제이미 매커니는 “최근 발생하는 사건들은 축구 경기에서 벌어졌을 뿐 사실상 폭행 사건에 가깝다”며 “예전에는 거친 플레이가 있어도 경기 흐름 안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사소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폭력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폭력 피해 선수들은 신체적 부상뿐 아니라 장기적인 정신적 후유증도 겪는다. 웨일스 카디프의 아마추어 구단 골키퍼 조엘 콜린스는 2024년 경기 후 상대 선수들이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공격한 사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FA는 최근 아마추어 축구에서의 폭력 문제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제도를 도입했다. 주장만 심판에게 항의할 수 있도록 하는 ‘캡틴 전용 대화 규정’, 경기 중 냉각 시간 제도, 반복적인 폭력 발생 시 승점 삭감과 경기장 폐쇄 조치 등이 포함된다. 또한 2023년부터 심판의 바디캠 사용도 확대해 폭언과 폭력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매커니 심판은 심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풀뿌리 축구 경기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심판 인력 확보와 유지가 큰 어려움”이라며 “폭력 사건이 이어지면 심판들이 현장을 떠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폭행 피해를 입었던 라이트 역시 “축구장에서 누군가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길거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들인데, 왜 경기장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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