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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 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이 노박 조코비치(31, 세르비아, 세계 랭킹 14위)를 2년 만에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만난다. 한국 테니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빅 매치가 22일 저녁에 펼쳐진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3회전에서 '떠오르는 태양'인 알렉산더 즈베레프(21, 독일, 세계 랭킹 4위)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쳤다. 올해 호주오픈을 뒤흔든 '언더독의 반란'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남자 프로 테니스(ATP) 투어에서 다섯 번 우승한 즈베레프는 올해 호주오픈 우승 후보였다. 정현은 1세트부터 마지막 5세트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며 즈베레프를 무너뜨렸다.
그러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그랜드슬램 대회의 여정은 '산 넘어 산'이다. 정현은 8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조코비치는 만났다. 2년 전인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정현은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졌다.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조코비치는 정현의 도전을 뿌리쳤다.
분명한 점은 올해 정현은 2년 전과 비교해 한층 성장했다는 점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팔 부상으로 하반기 코트에 서지 못했다. 2년 전과 비교해 조코비치의 상승세는 주춤하지만 여전히 그의 기량은 건재하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는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펼쳤다. 2회전에서 가엘 몽피스(31, 프랑스, 세계 랭킹 39위)에게 한 세트를 내줬지만 1회전과 3회전은 무실세트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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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그는 여전히 '무결점'일까
조코비치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12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11년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그랜드슬램 대회를 휩쓸었다. 2015년에도 프랑스오픈에서만 준우승했고 남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는 우승 컵을 들어올렸다. 2016년 호주오픈에서 6번째 우승한 그는 그해 열린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015년에서 2016년 상반기까지 조코비치는 '빅4'를 넘어 '일인자'로 등극했다. 이 시기에는 라파엘 나달(32, 스페인, 세계 랭킹 1위)과 로저 페더러(37, 스위스, 세계 랭킹 2위) 앤디 머레이(31, 영국)도 조코비치에게 도전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조코비치는 '무결점'이란 명칭이 어울릴 정도로 약점이 없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최고 수준이었고 수비와 공격 여기에 경기 운영 능력까지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할 때 '빅4'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조코비치의 독주 시대가 열리는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도 '부상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한 그는 지난해 호주오픈 2회전에서 떨어졌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는 8강 진출에 그쳤고 US오픈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6개월 가까이 코트를 떠나 있었던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오랜 공백기를 겪었던 선수로는 보기 힘들 정도다. 조코비치는 20대 중반까지 코트에서 쉽게 흥분하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신력도 성숙해지면서 페더러와 나달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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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베레프와는 완전히 다른 조코비치, 무결점의 벽에 도전하는 정현
정현이 즈베레프와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큰 요소는 '정신력'이었다. 백핸드 스트로크가 장기인 정현은 4세트에서 즈베레프의 범실을 유도했다. 정현은 마지막 5세트까지 평정심을 유지했다. 반면 즈베레프는 정현의 플레이에 흥분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즈베레프는 강한 서브와 공격력을 앞세운 선수다. 반면 조코비치는 정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스트로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리턴샷이 뛰어나다. 여기에 그물망 같은 코트 커버 능력과 상대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 역습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조코비치를 상대로 많은 범실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어느덧 서른을 넘긴 조코비치는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 됐다. 어느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췄다.
문제는 6개월간의 공백이다. 조코비치는 분명 예전의 제 기량을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무결점의 벽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정현은 즈베레프와 5세트 경기를 하면서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경기를 오래 끌고 가면 공백기가 있었던 조코비치의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조코비치는 세계 정상급 선수답게 '다크호스'인 정현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정현은 약점이 별로 없는 선수다. 그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치비는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 스페인, 세계 랭킹 23위)와 치른 3회전 경기 도중 응급처치를 받았다.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그의 컨디션은 여전히 최상은 아니다. 이런 점도 정현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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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코비치와 승부 관건은 정신력과 체력이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을 놓치지 않고 실책을 최대한 줄이는 점이 중요하다. 또한 즈베레프 전보다 한층 높아진 집중력도 필요하다. 뼈아픈 실수 하나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조코비치의 장점을 생각할 때 한순간의 방심도 금물이다.
정현은 2007년 9월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16강에 진출한 이형택(42, 은퇴) 이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그랜드 슬램 대회 8강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없었다. 정현은 본인의 최고 성적은 물론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에 한 걸음 다가섰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기에 부담이 덜한 점도 정현의 장점이다. SPOTV 테니스 해설위원인 박용국 NH농협 테니스 단장은 "정현은 그동안 코트 뒤에서 스트로크로 상대의 볼을 받아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공격적으로 변했고 약점인 네트 플레이도 보완했다. 점점 올라운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현과 조코비치의 경기는 센터 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황금 시간대에 펼쳐진다. 즈베레프와 경기 이후 정현은 다시 한번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어필할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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