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페더러·나달·조코비치·머리 뒤이을 차세대 선두주자
테니스 집안에서 성장…안경 덕분에 '교수님'이라는 별명 얻어
이형택(36위) 보유한 한국 선수 최고 순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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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크 조코비치를 몰아붙이는 정현. [AFP=연합뉴스] |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제는 정현(22·삼성증권 후원)을 유망주로 취급할 수 없다.
10년 넘게 남자프로테니스(ATP)를 지배했던 '빅4'의 일원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까지 격침해 세계 테니스의 중심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에서 조코비치를 3-0(7-6<4> 7-5 7-6<3>)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4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8강에 오른 건 정현이 최초다.
그동안 한국 테니스에 '메이저 대회 16강'은 넘지 못한 벽이었다.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은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42·은퇴)은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현은 데뷔 후 처음 맞이한 메이저 대회 16강전에서 침착하게 제 기량을 펼치면서 '깜짝 쇼'를 펼쳤다.
시드를 받지 못한 세계 58위 정현은 지금까지 남자단식 8강 진출을 확정한 선수 중 가장 험난한 길을 헤쳐왔다.
1회전에서 35위 미샤 즈베레프(독일)에 기권승을 따낸 뒤 2회전에서 53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를 3-0(7-6<7-4> 6-1 6-1)으로 일축했다.
3회전에서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 가운데 한 명인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에게 3-2(5-7 7-6<7-3>2-6 6-3 6-0)로 짜릿한 역전승을 수확했다.
이날 잡은 14위 조코비치까지 포함하면, 정현은 이번 대회 4번의 단식 경기에서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를 꺾었다.
정현의 8강 진출이 운이 아닌 실력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현에게 고전하는 조코비치. [로이터=연합뉴스] |
조코비치는 2년 전까지 '무결점'이라고 불렸던 선수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뒤를 이어 2011년 7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에서 12번을 우승한 최정상급 선수다.
흔히 조코비치와 페더러, 나달, 앤디 머리(영국)까지 남자테니스를 지배한 4명을 묶어 '빅4'라고 부른다.
이들은 10년 넘게 남자테니스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페더러(37세), 나달(32세), 조코비치·머리(31세) 모두 30세를 넘었다.
테니스계에서는 이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대한다.
지난해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으로 '20대 초반 기수'로 우뚝 선 정현은 데뷔 후 처음으로 '빅4' 멤버까지 제압하며 후계자 후보로 급부상했다.
1996년생인 정현은 수원 영화초등학교와 수원북중, 수원 삼일공고를 졸업했다. 현재는 한국체대에 재학 중이다.
정현은 테니스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 정석진 씨는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 출신이며, 형 정홍(25) 역시 실업 선수로 활약 중이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 정현 선수 (PG) |
안경은 정현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정현의 아버지는 어릴 적 고도근시와 난시로 고생한 그를 위해 테니스를 권했다.
테니스 코트에서는 눈에 좋은 초록색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도 정현은 시력교정수술 대신 안경을 고집한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부터 착용해 이제는 벗는다면 허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덕분에 외국 언론으로부터 '교수님',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현(왼쪽)-정홍 형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현은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 대회 에디 허 인터내셔널(12세부)과 오렌지볼(16세부)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준우승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한 정현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복식 우승으로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았다.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4위다. 아직 이형택(36위)의 기록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번 대회로 정현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즈베레프를 꺾고 9번의 경기 만에 '톱 10' 선수를 꺾었고, 조코비치에게는 2016년 호주오픈 1회전 3-0 패배를 그대로 설욕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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