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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한국 테니스 '대들보' 정현, '우상' 조코비치 완파하고 그랜드슬램 8강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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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현이 호주오픈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사진제공 | 대한테니스협회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한국 테니스의 ‘대들보’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한국선수 최초 메이저 8강 신화를 쏘아올렸다.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 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릴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한때 세계 테니스를 호령했던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7-6<4> 7-5 7-6<3>)으로 제압해 한국 최초의 메이저대회 8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조코비치는 여섯 살부터 테니스 라켓을 잡은 정현의 ‘우상’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세계랭킹이 14위까지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2015~2016년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며 최강자로 군림했던 빅 스타였다. 어린시절 조코비치의 경기 영상을 보고 또 보며 테니스 스타의 꿈을 키웠던 정현은 이제 그 우상을 뛰어넘고 세계 테니스계의 새로운 강자로 도약했다.

정현은 2016년 호주오픈 1라운드에서 조코비치에 3-0으로 완패한 바 있지만 2년만의 리턴매치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먼저 1세트를 가져오며 기세를 올렸다. 6-6 동률을 만들어 들어간 타이브레이크에서 7-4로 이겨 첫 세트를 따냈다. 기선을 잡은 정현은 두번째 세트에서도 조코비치를 접전 끝에 7대 5로 제압해 승기를 가져왔다. 정현의 강한 수비에 말린 조코비치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신경질을 내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3세트도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혈전이 펼쳐졌다. 6-6 동률의 타이브레이크에서 7-3으로 세트를 따내며 3시간 21분의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정현의 이번 호주오픈에서의 승리는 곧바로 한국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메이저 대회 1승에 목말라하던 예전의 정현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서 64강, 32강 16강 고지를 차례로 점령했고 마침내 8강에 오르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강자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회전에서는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를 상대로 2세트까지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기권승을 거뒀고, 2회전에서는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를 3-0(7-6 6-1 6-1)으로 가뿐히 제압했다. 그리고 3회전에서는 세계랭킹 4위인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5-7 7-6<3> 2-6 6-3 6-0)으로 제압하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16강에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이덕희(1981년 US오픈)와 이형택(2000년과 2007년 US오픈)이 세웠던 한국 선수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16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었다. 정현의 강적들을 상대로 한 ‘도장깨기’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자신의 우상이었던 거함 조코비치까지 무너뜨리며 한국선수 누구도 밟지 못했던 ‘그랜드슬램 8강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정현은 등장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4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두각을 보였던 그는 이듬해 세계 톱100에 진입하더니 그해 연말 랭킹을 51위까지 끌어올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시련도 있었다. 그는 2016년 뜻밖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약 4개월의 공백 기간을 가져야 했다. 세계랭킹도 톱100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시련은 그에게 좋은 약이 됐다. 그토록 바랐던 리우올림픽 티켓도 반납하고 자신을 혹독하게 담금질한 정현은 이듬해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약점을 보완하고 정신무장까지 새롭게 다진 2017년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ATP 투어에 복귀해 여러차례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상대를 무너뜨리며 존재감을 보이더니 지난해 11월에는 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대회는 21세 이하 젊은 선수 8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루는 무대였는데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ATP 투어가 공인한 ‘차세대 간판’으로 인정을 받았다. 생애 첫 ATP 투어 대회 우승으로 정현의 자신감은 용광로처럼 끓어올랐고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는 새해에도 이어져 이번 호주오픈에서 대 이변을 연출했다.

파란의 주인공 정현은 이제 ‘그랜드슬램 4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출발 선상에 서게 됐다. 24일 4강 진출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될 8강전 상대는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이다. 샌드그렌은 지금까지 만났던 상대들보다 비교적 약한 상대여서 부담이 덜하고 4강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정현도 “수요일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또한번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지 기대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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