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테니스 4강전서 기권패 / 1세트 첫 두게임까지 팽팽한 싸움 / 0-1 상태서 2세트 못 마치고 포기 / 16강 경기까지 진통제 먹고 뛰어 / 페더러 “훌륭한 선수될 것” 위로 / ‘전설’과 겨루며 자신감 획득 결실 / 상금 7억 획득… 랭킹 30위내 들듯
정현(오른쪽)이 26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기권한 뒤 로저 페더러의 격려를 받고 있다. 멜버른=AP연합뉴스 |
하지만 정현의 위대한 도전은 아쉬움을 남기고 마감됐다. 대회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발바닥 부상이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았고 세트스코어 0-1 상태에서 진행 중이던 2세트를 끝마치지 못한 채 기권했다.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1세트 첫 두 게임을 모두 내주면서 0-2로 출발했지만 두 게임을 모두 듀스까지 끌고 가며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페더러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후 눈에 띄게 발이 느려지며 플레이가 흐트러졌고 1-2 상황에서 연달아 4게임을 내주며 1세트를 내줬다.
갑작스런 난조를 보인 이유는 2세트 중반 밝혀졌다. 2세트가 4-1로 벌어진 상태에서 정현은 메디컬 타임아웃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물집으로 엉망이 된 발바닥이 방송 카메라를 통해 고스란히 잡혔다. 정현은 이 부상 때문에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와의 16강 경기 때 진통제를 먹고 뛰었고, 경기 후에도 피멍으로 제대로 연습을 소화하지 못했다. 결국 정현은 2세트 5-2에서 경기를 포기하고 코트를 떠났다.
페더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세트를 정현이 워낙 잘해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2세트 들어 움직임이 둔화됐다”면서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대회 기간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고 정현의 미래에 축복을 보냈다.
물집이 생겨 응급치료를 받은 정현의 발. 멜버른=AP연합뉴스 |
관중도 코트를 떠나는 정현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였기 때문이다. 3라운드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를 풀세트 끝에 잡아냈고 16강전에서 조코비치마저 3-0으로 완파하며 ‘차세대 슈퍼스타’ 자리를 예약했다. 마침내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랜(27·미국·97위)을 꺾으며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해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정현의 미래는 매우 밝다. 테니스의 살아 있는 전설들과 샷을 겨루면서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고 자신감이라는 큰 소득도 얻었다. 상위 랭커로 올라서기 위한 기반도 마련했다. 4강 상금으로 88만호주달러(7억5000만원)를 받게 된 정현은 대회 이후 랭킹이 30위 이내로 수직 상승할 정망이다. 덕분에 향후 마스터스대회와 ATP투어 대회에 출전권과 시드 등을 보장받게 되면서 좀 더 수월하게 랭킹 포인트를 쌓아나갈 수 있게 됐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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