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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근로시간 단축, 프로야구 흥행에 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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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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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79] 여야가 합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역사적인 '주 52 시간 근로'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당장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는데, 그동안 주당 근로시간이 최장 68시간까지 가능했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간으로는 16시간, 비율로는 25%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모든 근로자가 최장 근로시간을 채워가면서 일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줄어든 시수만큼의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일부 예외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시간 단축은 적지 않은 일자리 창출효과와 함께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한국노동사회 연구소의 '주 52시간 상한제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 적용 시 5인 미만 사업체·특례산업·적용제외산업을 제외하고 일자리가 13만~16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42시간 정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04년 실행된 법정근로시간 단축(44시간→40시간)으로 인한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비견되는 획기적인 변화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 5일 근무제' 시행 이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토요일은 더 이상 일하는 날이 아니게 되었으며 달력에도 2005년부터 파란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인쇄되었다. 사람들은 보다 많은 여가시간을 즐기게 되었으며 이는 문화, 예술, 여행 그리고 스포츠에까지 다방면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도 '주 5일 근무제' 시행은 여가 등 관련 업계에 커다란 기회였으며, 대부분의 관련 업종이 수혜를 보았다. 프로스포츠 관람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대표 프로스포츠라 할 수 있는 프로야구(KBO리그)는 2004년 포함 '주 5일 근무제' 실시전 3년간 평균 총 입장 관중이 248만명이었다. 실시 후 3년 동안엔 351만명으로 41.5%(103만명)나 증가했다. 이후 베이징 올림픽 및 각종 국제 대회에서의 선전으로 인해 이전과 달리 몇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프로야구 관중 수 증가 원인을 오롯이 '주 5일 근무제' 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 5일 근무제' 시행시기인 2004년을 기점으로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인 프로축구(K리그)와 프로농구(KBL)의 총 관중 수도 증가하였다는 점에서 '주 5일 근무제'가 프로스포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주 5일 근무제'는 한국프로야구(KBO리그)로서는 분명 호재였으며, 유의미한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KBO리그가 이 호재를 과연 충분히 활용했느냐는 점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물론 프로야구의 관중 증가 성장세는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 비해 훨씬 두드러졌다).

하지만 프로야구 성장세는 대표적인 여가활동인 영화시장의 성장세와는 큰 차이가 났다. 영화시장은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전후하여 크게 성장했다. 2004년 6925만명이었던 연간 영화 총관람객 수는 '주 5일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005년에는 1억2335만명으로 무려 78%(5410만명)나 증가했다. 연간 영화 총 관람객 수 증가는 상승률도 상승률이지만 실제 증가한 관람객 수가 프로야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았다.

물론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본격적인 저변 확대 등 영화업계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할 수밖에 없으며 다른 업종과의 단순 비교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영화업계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토요일 오전 근무 폐지에 따른 해당 시간대 여가생활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다. 반면 프로야구는 경기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번 주 근로시간(52시간) 상한제는 KBO리그에 더 좋은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KBO리그의 경기 시작 시간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면 수십 년 동안 오후 6시 30분으로 고정돼 왔다. 사실 6시 30분이라는 시간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일반적인 직장인들로서는 맞추기 매우 힘든 시간이다. 일단 기존 근무시간 체계 하에서는 6시 정시 퇴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인 프로축구나 프로농구는 모두 오후 7시 이후로 경기 시작 시간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KBO리그 또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총 경기소요시간이 야구에 비해 짧을 뿐더러 종료시간이 정해져 있는 축구나 농구와 달리, 최소 3시간 이상 걸리는 야구는 경기 시작 시간 조정은 관중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다.

*삼성라이온즈가 2000년대 초반 일시적으로 6시로 조정한 바 있으나, 6시 30분으로 재조정한바 있다.

하지만,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한 실근무시간 축소와 정시 퇴근이 점차 정착되면, 관중들은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직관'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KBO리그는 총 관중 수나 선수 연봉 시장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다. 하지만 산업으로서 프로야구는 출범 4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즉 덩치는 커지고 생김새도 멋있어 졌지만 체력은 그대로 이거나 오히려 약해져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멀지 않은 미래에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프로야구업계가 현재의 성공과 위상에 취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좋은 기회를 소홀히 하거나 놓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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