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페더러와 1세트 5대5 접전
악착같은 리턴 상대 코치도 깜짝
"아주 힘든 경기" 페더러 엄지척
졌지만···랭킹 10위권 희망 밝혀
첫서브 성공·득점률 여전히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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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초반 그 발리샷이 조금만 더 높았더라면···.’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계속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파리바 오픈(총상금 797만2,535달러) 단식 8강.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를 만나 1세트를 5대7로 아깝게 내준 정현(22·한국체대)에게는 페더러의 서브게임인 2세트 첫 게임이 승부처였다. 정현은 끈질긴 랠리를 이어가며 페더러의 실수를 유도한 끝에 40대40 듀스에 이어 어드밴티지마저 가져왔다. 한 포인트만 더 따내면 상대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는 상황. 정현은 강력한 스트로크로 페더러를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네트플레이를 노렸다. 가까스로 페더러가 받아낸 공은 정현의 정면으로 향했다. 밀어 넣기만 하면 끝나는 좋은 기회. 그러나 정현의 라켓을 떠난 공은 네트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네 번의 듀스 끝에 결국 2세트 첫 게임을 내준 정현은 이후 잇따른 서브 실수에 리턴 정확도도 떨어지면서 1대6으로 졌다. 그렇게 1시간22분 만에 경기는 마무리됐다.
정현이 메이저 20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랭킹 1위 페더러와의 리턴매치에서 0대2(5대7 1대6)로 졌다. 세계랭킹 26위인 정현은 그러나 두 달 전 메이저 호주 오픈 4강 기권패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을 만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계 테니스의 중심에 선 신성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호주 오픈에서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4강 신화를 쓰며 페더러와 맞닥뜨렸던 정현은 당시 발바닥 부상 탓에 1세트 1대6에 이어 2세트 2대5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49일 만에 페더러를 다시 만난 정현은 그때와 달랐다. 1세트 0대3으로 끌려가다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했다. 이날 전까지 올해 서브게임 승률 95%를 찍은 무시무시한 페더러였다. 3대3에 이어 5대5까지 끌고 간 정현이 20차례 샷을 주고받는 긴 랠리 끝에 포인트를 따내자 페더러 코칭스태프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듯한 페더러는 그때부터 맹렬하게 정현을 몰아붙였다. 적극적인 어프로치와 특기인 원핸드 백핸드를 앞세워 정현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며 1세트를 가져갔다. 1세트는 46분간이나 계속됐다. 정현에게는 머잖아 세계랭킹 10위권 진입도 기대하게 만드는 희망의 시간이었다. 완벽에 가깝게 들어간 페더러의 서브를 정현이 종종 어렵지 않게 받아내면서 랠리가 길어지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고 이러자 페더러도 적잖이 실수를 범했다.
정현의 이날 리턴 득점률은 35%로 페더러의 47%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페더러의 서브를 69차례 리턴해 24포인트를 따냈다. 경기 후 페더러도 “아주 힘든 경기였다. 정현의 리턴 플레이는 정말 힘들다”고 돌아봤다. 정현은 40%대였던 두 번째 서브 득점률도 이날은 54%까지 찍었다.
그러나 각각 52%와 53%에 머문 첫 서브 성공률과 득점률은 가볍지 않은 과제로 확인됐다. 서브 에이스 12개(정현은 0개)를 챙긴 페더러는 첫 서브 성공률과 득점률로 각각 67%와 70%를 기록했다. 페더러는 고비마다 코트 중앙을 가르는 날카로운 서브로 손쉽게 에이스를 만들어냈다. 2세트 시작 후 0대3이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5분이었다. 페더러는 올해 개막 후 16전 전승을 달리며 지난 2006년과 똑같이 역대 가장 좋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4강에서 보르나 초리치(49위·크로아티아)를 이기면 17연승으로 기록을 경신한다.
메이저 바로 아래 등급인 ‘제5의 메이저’ 마스터스1000 시리즈 대회에서 처음 8강에 오른 정현은 다음주에 세계랭킹 23위로 올라서 아시아 톱랭커 타이틀을 얻는다. 현재 25위인 니시코리 게이(일본)는 컨디션 난조로 이번 대회에 불참, 다음주 30위로 내려간다. 정현은 “아시아 톱랭커가 돼 정말 영광”이라고 했다.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한 그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마이애미 오픈에 참가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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