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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내팀내·야잘잘…이젠 과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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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37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는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신조어 또는 야구 은어는 시간이 흘러 야구 격언이 되기도 한다.

야구는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과학은 검증을 통해 체계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이 돼야 한다. 야구 격언은 과학과 비슷한 말로 통용됐다. 예를 들면 ‘좌타자는 좌완투수에 약하다’는 것이 그렇다. 이는 오랜 기간 축적된 통계에 의해 확립된 하나의 진리가 됐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그렇다. 투수가 강한 팀, 구체적으로 선발진과 불펜진이 강한 팀이 대권을 잡을 수 있다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하나의 통설로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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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팀내의 창시자 김재박 전 LG감독. 사진=MK스포츠 DB


때로는 우연이 과학으로 자리 매김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신조어와 은어가 사실과 부합할 때 말이다. 우스갯소리가 진리로 굳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요즘 야구계에는 이렇게 기발한 신조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인터넷을 통해 팬들의 커뮤니티가 확장되고 야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맞아 떨어지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 내팀내·DTD-올팀올·UTU

최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말은 아마 내팀내(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일 것이다. 흔히 DTD(Down team is down)라고도 한다. 한눈에 봐도 영어 문법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전형적인 한국식 영어다. 이 말은 김재박 전 감독(현대 유니콘스-LG트윈스)이 한 말이고, 과학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4월말 현대 사령탑이었던 김 감독은 당시 팀이 7위에 쳐지며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지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적 부진에 대해 묻는 질문에 “5월이 되면 내려가는 팀이 나온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그 시점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롯데를 겨냥한 얘기라는 게 통설이었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연속 최하위(8위)를 기록했던 팀이다. 김 감독의 예언처럼 5월 3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롯데는 그 해 5위로 가을야구에서 미끄러졌다. 재밌는 사실은 이 말이 김 감독에게 자승자박이 됐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친정 LG유니폼을 입은 김 감독은 시즌 중반까지 LG를 2위로 이끌며 가을야구의 희망을 부풀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LG도 5위로 포스트시즌 문턱에서 좌절됐다. 김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LG는 한 때 DTD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박종훈 감독(현 한화 이글스 단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1년에는 30승을 선착하고도 공동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당시 30승 선착은 가을야구의 보증수표였는데, LG는 30승 선착 첫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기록을 세웠다.

DTD의 반대말은 올팀올(올라올 팀은 올라온다), UTU(Up team is up)이 있다. 2010년대 초반 통합 4연패로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그렇다. 시즌 초반 좋지 않은 레이스를 펼쳤던 삼성이 무서운 기세로 선두로 치고 올라가 우승까지 거머쥐는 데서 나왔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2018 KBO리그도 비슷한 양상이 나오고 있다. 4월 초중반까지 연승행진을 달리며 상위권에 위치했던 kt위즈가 19일까지 45경기를 치러 19승26패 8위에 머물러 있는 게 그렇다. 2013년 1군에 진입한 뒤 줄곧 상위권에 위치했던 NC의 행보도 그렇다. 내려갈 팀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3월까지 6승1패로 단독선두를 달렸던 NC는 4월 들어 9연패에 빠지는 등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며 46경기를 치른 현재 18승28패로 삼성과 공동 9위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올팀올의 사례도 현재 시점에서 관찰할 수 있다. 개막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롯데다. 한 때 내팀내의 대표적이기도 했던 롯데는 이제 올팀올의 대표주자가 됐다. 3월24일 개막전부터 3월31일까지 개막 후 7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로 처졌던 롯데다. 4월1일 NC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승을 신고하고도 이후 3연패에 빠지며 1승10패로 부진의 늪에 빠졌던 롯데는 이후 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을 펼치면서 43경기를 치른 현재 22승21패로 승률 5할을 넘어섰다. 순위는 단독 4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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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잘하는 선수가 계속 잘한다라는 말을 증명한 롯데 이대호.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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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잘잘·올놈올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계속 잘한다.’(야잘잘) 또는 ‘올라올 놈은 올라온다.’(올놈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이는 이진영(kt)이 SK시절 했던 얘기로 알려져 있다. 흔히 클래스가 다르다라는 말과도 비슷하게 쓰인다. 이는 김인식 전 감독 등 원로지도자들이나 야구팬들도 인정하는 말이다.

올 시즌 야잘잘의 대명사는 이대호(롯데)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4월10일까지 14경기에서 타율 0.226 1홈런 5타점으로 이름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개막 7연패 중에는 사직구장에서 퇴근을 하다가 팬이 던진 치킨박스에 맞는 수모도 겪었다. 하지만 4월13일 광주 KIA전부터 이대호는 조선의 4번타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그 경기에서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멀티히트 행진을 이어가면서 4월 17~18일 사직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멀티홈런을 터트리는 활약을 펼쳤고, 19일까지 타율 0.359 10홈런 37타점으로 롯데 상승세의 중심이 됐다.

투수 쪽에서는 김광현(SK)이 눈에 띈다. 지난해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은 김광현은 재활을 거쳐 올해 복귀했다. 투구수나 이닝 등 구단의 심층 관리를 받고 있지만, 공은 위력은 전성기를 능가한다는 평가다. 직구는 150km를 훌쩍 넘고, 슬라이더의 예리한 각이나 속도도 위력적이다. 비록 19일 광주 KIA전에서는 6⅔이닝 동안 2실점하고도 패했지만, 8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76을기록하고 있다. 1년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활약. SK는 김광현의 순조로운 복귀에 활짝 웃고 있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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