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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스웨덴이 놀라게' 신태용호가 숨긴 30%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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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60%-70%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은 숨겨야 한다. 그런 것을 고려해서 준비 중이다. 두루두루 선수를 기용하면서 숨기겠다. 1~2개 만들 것은 만들어서 가져가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볼리비아전에 한국 대표 팀이 보여준 실력과 전략, 전술은 스웨덴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1차전에 선보일 100%와 거리가 있다. 체련 훈련도 진행 중이기에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월드컵 첫 경기를 10일 앞둔 시점에 치른 경기다. 신 감독의 말은 100%가 아닐 뿐, 완전히 감추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60~70%의 전력이 담긴 경기였다. 그랬기 때문에, 주력 선수를 상당수 제외한 채, 경기 하루 전에 도착한, 남미예선 9위 팀 볼리비아와 경기 내용은 물론 득점 없이 비긴 결과는 실망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신태용호가 보여준 70%와 숨긴 30%는 무엇일까?

◆ 수비와 중원은 100%였다

우선 신 감독의 직접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수비 구성은 70% 안에 드는 영역이다.

“(장현수는) 내일은 100% 선발로 나선다. 포메이션에 대해서 말하면 전략이 노출되지만 수비 포지션은 포백으로 나가겠다. 수비 조직력을 맞춰야 한다.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스웨덴을 생각하고 있다. 공격적인 신태용이 왜 수비적으로 하나 이상할 수 있지만 스웨덴전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다. 수비 조직력이 우선이다. 2경기 선발은 월드컵에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신 감독은 달려드는 전진 수비 보다, 물러 서서 배후 공간을 좁히고 역습하는 형태의 수비를 하겠다고 했다. 수비 진형은 3월 유럽 원정 및 6월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에 허점을 보인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구성한다. 포백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측면의 허점을 채우고, 숫자 싸움에 대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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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 라인은 경험 있는 선수로 구성했다. 안정성을 추구했다. 박주호(31, 울산현대), 김영권(28, 광저우헝다), 장현수(27, FC도쿄), 이용(32, 전북현대)은 신태용호의 최선참이고, 이들 중 세 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참가 선수이며, 장현수는 홍명보 감독이 물러난 이후 대표 팀의 모든 일정을 소화한 선수다. 이 네 명의 선수가 세네갈전과 스웨덴전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볼리비아전의 경기력은 졸전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볼리비아 공격진의 밀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수비라인은 이전 경기 보다 안정적이었다. 특히 박주호는 레프트백 자리에서 공 소유와 탈압박, 공격 전개 시 패스 공급과 크로스가 좋았다. 이용은 국내 평가전에도 경기력이 좋았고, 이날 역시 공수 밸런스가 좋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장현수는 수비를 잘 이끌었고, 김영권도 이날은 군더더기 없는 경기를 했다.

23명의 대표 선수 증 11명이 선발로 나서도 12명이 밀려난다. 포백 라인이 확정되었으니, 수비수 포지션에서 김민우, 홍철, 고요한, 오반석, 윤영선, 정승현 등 5명이 선발 명단에서 지워질 수 있다. 그러면 14명이 남는다. 14명 중에 7명이 스웨덴전에 선발 출전한다.

이날 골문은 전반전에 김승규가 지켰고, 후반전에 김진현이 투입됐다. 세네갈전은 비공개로 치르는데, 스웨덴전은 결국 김승규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선발 출전 선수 중 5명의 윤곽이 나왔고, 두 명의 골키퍼가 더 지워진다. 5명이 결정됐고, 7명이 빠진다. 11명 중에 6명을 추려야 한다.

스웨덴은 4-4-2 포메이션을 쓴다. 투톱에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좁혀 들어오며 역습한다. 장신 공격수에게 롱볼을 때리고 들어와 세컨드볼을 에밀 포르스베리가 낚아 채 창조성을 발휘하는 카운터어택을 즐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수적 우위를 위해 스웨덴의 투톱에 스리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볼리비아전을 보면 정우영과 기성용이 번갈아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수비를 지원하고 빌드업 기점 역할을 하는 변형 스리백을 형성했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의 선발 선수 중 한 자리는 주장 기성용의 몫이다. 소속 팀 빗셀고베에서 빌드업하는 센터백으로 뛰는 정우영은 기성용의 미드필더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성용은 스웨덴의 높이 싸움에 대응할 수 있는 186cm의 장신 선수이기도 하다.

한국은 보스니아전에 스리백으로 나섰지만 볼리비아전과 비슷한 패턴의 경기를 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수적 대응을 하고, 선수들에게 보다 익숙한 포백을 틀로 두줄 수비를 구축한다. 상황에 따라 정우영과 기성용이 동시에 센터백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 정우영의 존재로 기성용이 한 칸 위로 올라가 공격을 지원할 수 있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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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욱-이승우-문선민은 실험, 스웨덴전은 손흥민-황희찬-이재성-구자철이 유력

이제 남은 것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와 투톱이다. 볼리비아전에 60~70%만 보여준다는 신 감독의 말이 맞는 이유는, 좌우 측면이 이승우, 문선민을 배치하고, 투톱을 김신욱, 황희찬으로 구성했기 떄문이다. 황희찬 정도가 스웨덴전 선발 출전이 유력하고, 나머지 세 명의 공격수는 후반전 조커 투입이 유력하다. 유수의 전문가들이 이 세 명의 선수는 스웨덴과 경기 후반전에 공격 강화 카드로 점검하기 위해 볼리비아전에는 역으로 선발 출전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신 감독도 이 네 명으로 구성한 공격에 대해 볼리비아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트릭이라고 보면 된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는 부분은 이해 부탁드린다. 황희찬, 김신욱 선수가 둘이 나갔을 때 어떨지 궁금했다. 더 생각한 부분이 있어 전체적으로 그런 걸 구상해 선발로 나갔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 축구에 더 이상 비밀이 없고, 신태용호의 개별 선수들이 소속 팀에서 뛰는 영상이나 그동안 A매치에서 보인 플레이가 충분히 노출된 마당에 평가전 경기로 조직력을 높이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의견을 보인다. 정답은 없다. 신 감독은 한국이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점을 인정하고, 상대가 최대한 한국의 패턴을 모른 채 경기해 허를 찌르고자 한다. 패를 다 까고 경기한다면 승산이 없다고 보고, 보다 모험적인 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경기에 뛰면 어떻게든 스웨덴이 영상을 수집할 것이다. 평상시 훈련할 때도 가상 스웨덴을 만들어 놓고 한다. 15분 공개하고 난 뒤 나머지 1시간은 조직훈련을 맞춰서 한다. 15분 후 가상 스웨덴을 만들고 담금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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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를 숨기는 게 아니라 패턴을 숨기려는 것이다

신 감독이 신묘한 비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상대가 최대한 한국의 패턴에 대비하지 못하게 해서, 허를 찔러 일격을 가하자는 자세다. 소집 전 뜻하지 않은 부상 선수가 발생한 문제도 있었지만, 이승우와 문선민을 발탁해 본선까지 데려간 것은 그런 변수까지 무기로 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이 강조하고 있는 무기 중 하나는 세트피스다. 세트피스에서 준비한 패턴에 대해 신 감독은 “평가전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스웨덴전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스웨덴, 멕시코 모두 마찬가지”라고 했다. 신 감독이 숨기고 있는 것은, 상대의 허를 찔러야 하는 공격진의 패턴 플레이와 세트피스 공격이다.

구성은, 신 감독이 경기 후 회견에서 노출한대로 스웨덴과 멕시코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투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고, 측면 미드필더 한 자리는 이재성의 몫이 될 것이다. 남은 자리를 구자철과 이승우가 다투는 데, 전반전에 구자철이 나서서 수비 규율을 잡고, 이승우가 후반전에 출격해 역습의 첨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승우가 먼저 나와 초반에 습격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황희찬은 전방에서 압박하고 돌진한다. 보스니아전에 보여준 것처럼,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은 공을 확보하면 논스톱으로 공간에 때려 놓을 것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달려들면, 어떤 변수가 생길 지 모른다. 이재성은 2선 공격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구자철은 이들에게 부족한 수비를 채우고, 경기 분위기를 잡아줄 수 있다. 이승우는 또 다른 번뜩임으로 공격에 기여할 것이다.

이승우는 상대의 컨디션과 전력이 온전하지 않았지만 온두라스전과 볼리비아전에 분명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돌진과 원투 패스, 슈팅 타이밍을 선보였다. 손흥민, 황희찬과 합이 좋았고, 처음 만나는 상대의 예측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자기 만의 리듬을 갖고 있다. 이승우는 몇 분이 되었든 스웨덴, 멕시코와 경기에 뛸 것이다. 다만,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은 조합과 선발 및 교체 선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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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을 놀라게 하고 싶은 신태용, 국민들의 지지와 믿음이 필요한 대표 팀

신 감독은 이들을 최대한 실전에서 보여주기 보다, 최대한 숨기는 것으로 변수를 만들고자 한다. 신 감독의 트릭은, 이 조합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이 조합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자 하는 데 있다. 모두, 스웨덴을 놀라게 하기 위해서다. 스웨덴전을 치르고 나면, 멕시코는 한국에 대해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일단 스웨덴전에 1승을 챙기고, 멕시코와 비겨 16강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한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여러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독일과 1차전 경기를 보고 추가 분석 자료를 확보한 뒤, 스웨덴전을 마친 뒤 내부적인 전술 보완을 통해 2차전 전략을 확정할 것이다. 신 감독은 “축구는 상대에 따라 전술이 달라진다. 막상 경기에 나가는 11명 선수는 상대 힘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진다.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갖고자 하는 것은 항상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월드컵 경험이 없는 지도자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017년에 FIFA U-20 월드컵을 거치며 쌓인 내공이 있다. 그가 선수 시절 펼쳐보인 지적인 플레이와 성남일화를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쌓은 노하우와 자신감도 있다. 신 감독은 축구를 아는 지도자다. 그는 그만의 방식으로 월드컵을 준비할 자격과 권한이 있다.

물론 그 이력과 경력이 그의 선택을 정답이라고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 감독을 존중해야 하는 근거는 되어야 한다. 나 역시 그의 선택과 운영, 대표 팀의 경기력에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있지만, 실패한다면, 그가 책임을 질 것이다.

지금 모든 포커스는 스웨덴전에 맞춘 것이 맞다. 볼리비아전에 보여준 경기력이, 한국 대표 팀의 최대치는 아니지만 현 주소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맞다. 볼리비아전이 한국의 70% 전력을 보인 것이라면, 3전 전패의 가능성은 꽤 높다.

하지만, 스웨덴과 경기가 어떻게 펼쳐질 지는 알 수 없다. 우리도 우리를 확실히 모를 정도로 숨기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러핑이나 허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분명한 것은, F조에서 전력상 최약체임을 인정한 신 감독이 ‘통쾌한 반란’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패배일 수도 있지만, 우선은 신 감독과 대표 팀이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 응원을 받으며, 기를 얻고 스웨덴과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볼리비아전은 우려를 자아내고, 비판을 받을 요소를 남겼지만, 주장 기성용이 남긴 말은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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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예선부터 많은 팬분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했다. ‘기대해 달라’,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 식으로 말했는데 어느새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거 같아 마음이 힘들었다. 선수들도 부상자가 많고 그런 과정이 쉽지 않았다. 선수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감독님도 준비한 여러 가지 전술적인 부분이 어렵다. 다 잘하고 싶고 100%로 준비하고 있다. 팬들에게 잘하겠다는 말보다 첫 경기가 왔을 때 경기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걸 느끼게 끔 말보다 경기를 잘 준비하고 있다.”

“더 이상 팬들에게 잘하겠다는 말 하지 않겠다. 선수들과 하나가 돼 결과가 어떻든 모든 걸 던지고 했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음가짐이다.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처음 나가는 친구도 많다. 월드컵 후 잘못될 경우 책임을 지는 거고, 그건 당연하다.”

“일단 선수들이 월드컵에 좀 더 편안하게 준비하도록 옆에서 도와주길 바란다. 그 이후 잘못된 경우 책임을 져야 하고 반성해야 한다.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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