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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한준 기자] 축구 감독은 두 부류로 나뉜다. 어떤 팀을 상대로든 자기 플레이에 집중해 확고한 플랜A를 만드는 감독. 또 다른 한 쪽은 상대 팀 별 대응 전략을 다채롭게 구사하는 감독이다. 어느 쪽이든 전술의 완성도는 보유한 선수에 따라 달라지고, 감독의 성향도 선수단의 수준에 따라 조정된다.
한국의 신태용 감독과 멕시코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성향이 비슷한 편이다. 경기마다 동일한 라인업을 좀처럼 반복하지 않는다. 신 감독의 경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주축 선수를 부상으로 대거 잃은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웨덴, 독일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갖고 경기를 준비했다. 신체조건이 좋은 스웨덴, 기술이 좋은 멕시코가 뚜렷하게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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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전, 스웨덴전 보다 공격적일 수 있었던 이유
스웨덴과 F조 1차전과 마찬가지로 신 감독의 멕시코와 2차전 라인업은 많은 기자들의 예상을 깼다.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이재성을 올리고, 스트라이커 황희찬을 왼쪽 윙으로 옮겼다. A매치 경험이 일천한 문선민을 오른쪽 윙에 배치했고, 기성용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로 주세종을 세웠다. 포백 라인은 김민우, 김영권, 장현수, 이용을 유지했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멕시코전은 키보다 활동량과 속도, 기술을 강조했다. 조금 더 신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 가깝다. 스웨덴전은 상대의 높이를 견디기 위한 축구를 했다. 멕시코전이 더 시원시원했다. 선수들이 많이 뛰고, 높은 곳에서 뛰었다. 주세종의 패스가 공간으로 잘 찔러들어가며 두근거리는 장면도 여럿 나왔다.
스웨덴전부터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라는 말이 나오지만, 신 감독은 스웨덴을 분석한 결과 그렇게 나섰다가는 수비가 크게 무너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분석한 것과도 일치한다.
“보는 분들은 보는 것만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장단점이 있고, 상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잘 분석하지 못 한다. 6개월 이상 스웨덴전을 분석했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했어야 했다. 만일 스웨덴전에서 세트피스 실점을 했다면 왜 알고도 당했냐는 질책을 받았을 것이다. 스웨덴은 정형화된 4-4-2를 하면서 패턴이 바뀌지 않는다. 신체조건이 훨씬 불리하기 때문에 앞선에서 밀고 나갈 때 상대는 그걸 노리고 들어온다. 단순하면서도 높이로 들어오는 게 염려 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장점을 살리진 못한 건 사실이다. 월드컵에서 선실점을 하지 않고, 버티면 기회가 올 거라고 봤다. 아쉬웠다. 6개월 간 준비했던 것이니 보는 것만 갖고 얘기하면 인정할 건 인정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신태용 감독)
“스웨덴전에 물러선 것은 승점 3점을 따려고 한 것이다. 비기려고 한 게 아니다. 역습이 안된 게 문제다. 만약 안 물러섰다면? 끝나고 나니까 한 골 만 내준 게 아쉽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갔다면 그대로 골을 먹었을 것이다.” (이영표)
멕시코와 경기는 길게, 높게 때리고 들어오는 플레이가 없어서 전방압박이 가능하다. 라인을 높여 달려드는 축구는 롱볼 플레이에 취약하다. 수비에 약점이 있는 한국 입장에선 더더욱 위험했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 신중을 기했다. 멕시코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고, 경기 스타일 상으로도 중원을 거쳐서 올라오는 팀이기에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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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 부담 덜어준 주세종 효과, 기대 이상의 저돌성 보여준 문선민 카드
신 감독이 멕시코전에 꺼낸 카드는 4-1-4-1과 4-4-2의 혼용이다. 기성용이 포백 앞, 손흥민이 원톱. 수비 시엔 수비 포지셔닝이 좋은 이재성이 전진해 손흥민 옆에 서고, 기성용이 한 칸 올려 주세종과 나란히 두 줄 수비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웨덴과 경기에 기성용이 후진하면서 2선에서 좋은 패스를 공급할 선수가 없었는데 주세종이 이 역할을 잘 해줬다. 주세종은 2017년 동아시안컵, 지난 5월 28일 온두라스전에 수 차례 예리한 스루패스를 보내며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패스 능력뿐 아니라 중원 압박에도 능한 주세종은 이재성이 전진했을 때 그 뒤 공간으로 전진해 폭넓은 전방 압박 그물을 펼치기도 했다. 주세종은 멕시코전에 최고의 경기를 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황희찬, 손흥민, 문선민이 빠져들 공간으로 좋은 패스를 여러 번 보냈다.
“오늘 전체적인 그림은 포메이션이 4-4-2와 4-1-4-1을 혼용하는 것을 3일 동안 준비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멕시코 선수들이 2대1 패스와 함께 뒷공간을 잘 침투해 기성용을 꼭지점에서 내려서게 하고 주세종을 올리고 이재성을 내려 4-1-4-1 포메이션을 하려 했다. 우리가 센터서클 이상 올라가면 4-4-2 형태를 만들고 우리 진영으로 내려오면 4-1-4-1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신태용 감독)
오른쪽 윙으로 배치된 문선민도 그동안 평가전서 보인 미숙함보다 저돌성이 더 빛나는 경기를 했다. 특히 온두라스전에 문전에서 섬세한 터치로 득점을 만들었을 때의 기술을 멕시코전에도 여라 차례 선보이며 드리블 돌파에 성공했다. 속도전에 집중한 신태용 감독의 공격 변화 카드는 결정력 부족으로 선제 골을 얻지 못한 점을 빼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반 13분 주세종의 볼 커트, 문선민의 전진 패스, 황희찬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이용이 문전 우측에서 마무리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은 백미였다. 멕시코의 레프트윙 이르빙 로사노가 악착 같이 달려들어 막지 않았다면 한국이 선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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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는 로테이션 하지 않은 이유
변화를 준 공격은 잘 풀렸으나, 스웨덴전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수비라인은 그대로 가동되었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전반 23분 손흥민이 공격 상황에서 공을 차단 당한 뒤 이어진 멕시코의 역습. 김민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간 멕시코의 전환 패스를 빠트리며 위기가 시작됐다. 다시 왼쪽으로 넘어온 공을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몰고 가다 크로스한 것이 장현수의 손에 맞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김민우와 장현수가 또 한번 집중력 문제를 드러냈다.
실점 직후 두 선수는 더 흔들렸다. 신 감독도 토니 그란데 코치와 이 둘의 교체를 논의했다고 했다. 그란데 코치는 더 두고 보자고 답했다. 신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더 공격적인 홍철을 김민우 대신 투입하려 했으나 그 시점도 그란데 코치가 미뤘다. 수비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신 감독은 공격은 많이 바꾸지만 수비는 유지한 것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 수비가 많이 흔들렸다. 장현수가 페널티킥을 주면서 흔들렸다. 수비는 조직적으로 가야 해서 확 바꿀 수 없다. 상대가 실력이 부족하다면 수비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바꿔야 하지만, 상대가 우위니까 조직으로 대응해야 했다. 많이 아쉽다. 함부로 수비 조직을 건들 수 없었다.”
김민우와 장현수는 여전히 불안했지만 이용은 투지를 보였고, 김영권은 또 한번 최고의 경기를 했다. 김영권은 포지셔닝과 빌드업, 대인 방어는 물론 수비 라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며 홍명보의 뒤를 잇는 대형 수비수의 자질을 보였다.
두 차례 월드컵 경기를 통해 김영권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광저우헝다 시절 왜 중용했는지 입증했다. 2014년의 경험이 김영권을 더 강하게 만든 모습. 김영권은 부상 후유증을 털고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기성용이 수비에 매진하는 와중에 한국의 볼이 잘 살아나온 것은 김영권의 공도 크다. 앞으로 한국 축구 수비 라인은 김영권을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다.
신 감독은 후반전에 골을 위해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썼다. 후반 19분 주세종을 빼고 이승우, 후반 32분 문선민을 빼고 정우영, 후반 39분 김민우를 빼고 홍철을 넣었다.
신 감독은 체력 문제로 교체를 했다고 했다. 선발 전략은 흡족했던 것이다. “주세종이 위에서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많이 뛰었다. 이재성을 내렸다가, 동점골을 위해 더 공격적으로 가기 위해 이재성을 올리며 중거리 슈팅도 있는 정우영을 투입한 것이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고 더 공격적으로 가기 위해 홍철을 넣었다.”
애석하게도 이승우와 정우영, 홍철 모두 투입 이후 굳히기에 들어간 멕시코를 크게 흔들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이 개인 능력으로 후반 추가 시간에 만회골을 넣어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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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는 왜 변하지 않았을까?
다채로운 변화로 멕시코에 대응한 신태용호와 달리 멕시코는 독일과 1차전 전략이 거의 다르지 않았다. 오소리오 감독에게 한국전은 부임 후 50번째 경기였는데, 그는 이 50번의 경기에 모두 다른 라인업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이 경기에선 알려진대로 11명 중 1명만 바뀌었다. 다만 바뀐 선수가 예상과 달리 수비 라인에 있었다. 라이트백 카를로스 살세도가 센터백으로 이동하고, 센터백 엑토르 모레노가 빠지고 라이트백 에드손 알바레스를 선발 출전시켰다.
오소리오 감독은 그동안 수 많은 선수 변화를 주다가 유지한 것에 대해 월드컵 본선에 이르러 실험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2015년에 부임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팀을 운영해왔다. 그 동안의 모든 경기가 실험이었던 셈이다. 오소리오 감독에게 왜 그동안 많이 명단 변화를 주다가 이번엔 유지했냐고 묻자 “지금 질문 내용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며 진지하게 답했다.
“어떤 사람들은 전술적인 가능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 그걸 잘 적용한다. 오늘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한국 선수들은 등번호 이름을 자주 바꾼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우리 선수를 교체해 왔고 특히 공격진을 교체하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3년이 지났는데 3년간 감독을 하면서 이젠 선수들을 잘 파악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오소리오 감독이 지금의 선수를 대회 내내 유지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언제 어떻게 교체해야 하는지, 포메이션이 따라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측면 자원이 필요한지, 미드필더를 강화해야 하는지, 빠른 선수가 필요한지, 그런 상황에 따라 교체한다. 오늘은 약간 교체가 있었는데 알바레스에게 기회를 줬다. 오늘이 첫 선발이었다. 많은 발전을 한 선수다. 더 많은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그러면 선수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 주전이 보장된 선수가 있으면 안 된다.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려고 한다.”
오소리오 감독은 내부 경쟁와 상대 팀 맞춤 전략에 대한 부분을 말했다. 한국과 경기는, 한국이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경기하는 팀이기 때문에 센터백과 풀백이 모두 가능한 살세도를 안으로 좁혀 넣고, 186cm로 키가 큰 편인 풀백 알바레스를 선발로 넣었다.
오소리오 감독은 경기 전 김신욱의 높이를 경계했고, 스웨덴과 경기에 측면으로 빠져 헤더를 전개하는 부분을 대비했다. 김신욱이 나오지 않으면서 허를 찔렸다. 높이는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는 알바레스는 한국의 측면 공격에 여러번 흔들렸다. 그로 인해 라윤이 크게 눈에 띄는 경기를 하지 못했다.
멕시코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다만 공격시 독일전과 달리 로사노, 치차리토, 벨라가 달려들었고, 라윤이 보다 중앙 우측면 수비에 신경 쓰며 한국의 속공에 대응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분석하고 연구한 만큼 선발 전략은 언론의 예상 범위를 넘었고, 수준 높은 공방전이 90분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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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오소리오가 10개월 신태용을 이긴 것은 ‘논리적 결과’
승자가 멕시코가 된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멕시코는 3년 간 오소리오 감독과 단련했고, 한국은 10개월 간 신 감독이 급조해 준비한 팀이었다. 두 감독의 전략의 차이 보다 개별 선수의 능력과 준비 기간으로 인한 밀도가 승패를 갈랐다. 한국에서 전술 전략에 가장 능하다는 신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두고 두고 아쉽다.
“내 생각에 한국은 훌륭한 팀이다. 우리가 받은 여러 보고서, 정보를 많이 취합했다.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4-1-4-1 스웨덴전, 오늘 4-4-2 등이 있었다.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봤다. 거기에 적응을 하려 했다. 손흥민의 골은 아주 멋졌다. 그리고 내가 볼 때 지금도 훌륭하지만 미래가 더 밝다고 본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을 때부터 이번 팀까지 경쟁력이 있다. 오늘은 열심히 잘 뛰었고, 멕시코는 상당히 강한 팀임에도 잘 상대했다. 팀워크가 중요한데 어떻게 보면 멕시코의 팀워크가 더 강해 전체 경기를 컨트롤했다.” (오소리오 감독)
“우리가 역습을 노렸을 때 더 뻗어나가는 경기 운영 등은 하루 아침에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팀을 맡아 월드컵에 오기까지 10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부분들이 아쉽다. 시간이 더 있고 부상 선수들이 없었다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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