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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왜 재미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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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저런 걸 왜 하는 건가요?”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8 KBO 올스타전. 본 경기가 열리기 전에 진행된 퍼펙트히터를 본 한 야구팬이 기자에게 질문했다. “색다른 볼거리로 지난해부터 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팬은 고개를 갸웃했다. 애초 팬의 입에서 “왜 하냐”는 질문이 나온 것부터가 실패한 이벤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프로야구의 축제, 별들의 향연인 올스타전이 무사히 끝났다. 나눔올스타(KIA LG 한화 넥센 NC)가 드림올스타(두산 SK 롯데 삼성 kt)를 10-6으로 눌렀다. 나눔올스타 소속의 김하성(넥센)은 홈런 두 방을 때리며 미스터 올스타(올스타전 MVP)에 선정됐다. 김하성에게는 부상으로 기아자동차의 K5가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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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O리그 올스타전이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나눔 올스타 김하성이 홈런을 친 뒤 2루에서 오재원과 장난을 치고 있다. 사진(울산)=옥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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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프로야구의 큰 축제 중 하나이기에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올스타전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의 맞대결치고는 깊은 인상을 남긴 장면이 없었다. 그나마 드림올스타의 신인 강백호(kt)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를 상대한 뒤 좌익수로 들어가면서 지명타자가 사라져, 드림올스타의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섰던 장면 정도다. 박치국(두산)은 안타와 득점을 기록하기도 됐다. 또 이색적인 퍼포먼스로는 드림올스타 노수광(SK)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나간 정도다. 자신의 별명인 노토바이를 의식한 퍼포먼스였다.

다만 경기 내용의 긴장감은 떨어졌다. 그나마 예년에 비해서 동점과 재역전이 반복되는 흐름이었다. 그래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펼친 대결치곤 싱거운 장면이 많았다.

사실 이벤트 경기인 올스타전은 승패가 큰 의미가 없다. 선수들도 승패보다는 팬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시즌 중이라 부상 방지 차원에서 살살 뛰고, 살살 던질 수밖에 없다. 홈런레이스를 우승한 이대호(롯데)처럼 “사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고 한 두 타석만 뛰고 싶다”는 고백도 나온다. 미스터 올스타에 선정된 김하성은 “투수들이 거의 직구로만 승부를 해 와서 정규시즌과 달리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하성의 말처럼 타자들은 홈런을 때리기 위해 큰 스윙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홈런을 치고, 팀이 이기면 MVP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역대 올스타전에서 투수 MVP는 1985년 김시진(삼성) 1994년 정명원(태평양) 뿐이다. 투수들은 살살 던지기도 하지만 1이닝씩 나눠 던진다. 선수보호차원에서다.

그래서 위에서 언급한 색다른 장면으로 승부를 건다. 또 홈런레이스, 퍼펙트피처와 퍼펙트히터 등의 이벤트 승부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려 한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그게 그거’라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스피드킹이나 번트왕 같은 이벤트 매치는 사라졌다.

물론 선수들은 올스타 선정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팬들에게 뽑힌 진정한 스타라는 의미가 있다. 한 때는 올스타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하차하는 선수가 꽤 나왔다. 물론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리하면서까지 올스타전에 출전할 수는 없지만, 얼굴이라도 비추는 게 맞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을 뽑아 준 팬들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보여줬는지는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매년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오면 곤란하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의 올스타전은 양대리그의 대결 성격이 강했던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의 올스타전과는 다르다. 과거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는 서로 다른 리그 선수들과 맞대결할 수 있는 기회가 월드시리즈나 일본시리즈에서나 가능했다. 물론 인터리그와 교류전의 도입으로 미국과 일본에서도 올스타전의 긴장감이 예전 같진 않다. 다만 아직까지는 리그의 맞대결 성격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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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KBO리그 올스타전이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드림 올스타 노수광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타석에 올라 관객들에게 큰 웃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울산)=옥영화 기자


이런 점이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리그인 KBO리그의 경우에는 양대리그를 도입했던 1999~2000년을 제외하고 과거 동군과 서군으로 나눴다. 연고지의 위치를 기준으로 했지만 신생구단의 창단으로 연고지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을 나누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2009년에는 이름을 웨스턴과 이스턴으로 바꾸기도 했지만, 결국 동서대결이라는 의미는 같았다. 2015년 kt의 진입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되면서 올스타전의 획기적인 변화가 논의되기도 했다. 가장 큰 부분은 팀의 재편이었다. 그러나 팀 구성은 그대로 유지됐고, 명칭만 웨스턴이 나눔, 이스턴이 드림이 됐다. 나눔과 드림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팬들이 많다.

이렇기에 올스타전 대신 국가대표 평가전을 치르자는 의견도 나온다. 골수 롯데팬인 서모씨는 “긴장감 없고, 설렁설렁 뛰는 올스타전보다는 이제 야구도 대표팀 전임 감독제 시행에 매년 굵직굵직한 국제대회가 있기에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또는 쿠바와 같은 팀과 평가전을 치르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KBO도 올스타전을 다양한 볼거리와 팬들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더욱 고민을 해봐야 할 때다. 팬들의 니즈는 볼거리뿐만 아니라 질 높은 경기다. KBO가 노잼 올스타전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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