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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쿠키뉴스 '옐로카드'

[옐로카드] 벤투 A대표팀 감독 선임, 까발려진 한국축구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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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은 무성했고, 결과는 의외였다. A대표팀을 이끌 차기 감독으로 파울루 벤투 전 충칭 리판 감독이 낙점됐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 감독 선임 소식을 전했다. 이로써 다음 달 초 열리는 A매치 평가전부터 벤투 체제가 가동된다. 계약기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다.

벤투의 한국행은 16일 매체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축구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키케 플로레스 등 기대를 모은 감독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벤투 선임이 최선이었냐는 질의가 빗발쳤다. 벤투에 대한 낮은 신뢰도는 최근 벤투가 이끈 팀의 좋지 못한 성적 때문이다. 벤투는 2012년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리는 성과를 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크루제이루(브라질),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충칭 리판(중국) 등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갔으나 성적 부진으로 모두 1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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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는 숱한 감독들 중 가장 영입 난이도가 낮다고 봐도 무방하다. '명장'을 찾겠다고 공언한 뒤 42일 동안 유럽 각지를 돌며 물색한 결과물로는 뒷맛이 씁쓸하다.

김 위원장은 벤투 영입의 가장 큰 이유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외국인 감독은 한국에서 경질된 뒤 떠나면 그만이지만 그 피해는 A대표팀에 고스란히 온다'면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고, 진정성을 중점적으로 봤다. 왜 한국 대표팀을 맡고 싶은지, 왜 한국에 오려고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벤투와의 접촉 배경에 대해 '중국에서 나온다고 해서 접촉했다. 유로2012에서 결과물이 인상 깊었다. 2014년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페페 퇴장 등 변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좋은 커리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온 걸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와 인터뷰하는데 보여준 자신감과 명확한 축구철학은 흔들림이 없었다. 또한 코칭스태프가 강하다'면서 '한국에 오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묻자 '한국이 아시아에서 강력한 팀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벤투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와 의지를 드러냈다. 나중에는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모두 들고 올 정도였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다른 감독과는 충분히 논의를 했을까? 김 위원장은 한국 축구의 현실을 솔직하게 늘어놓았다. 김 위원장은 국내 매체에서 거론된 감독을 대부분 접촉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소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변방에 있는 한국에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떤 감독은 '충분한 동기'를 요구했다. 여기에서 동기는 고액의 연봉이고, 축구협회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또 다른 감독을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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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출장에서 3명의 감독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그는 '우리 포트폴리오에 있는 감독들은 축구팬들이 좋아할 만한 감독들이었다. 책정 금액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와 철학이 맞는 감독을 찾았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분도 있고, 다른 나라 오퍼 때문에 거절의사를 밝힌 분도 있다. 한국이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에서 활동하던 감독을 데려오는 데에는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일단지리적 문제가 크다. 4년간의 장기계약인 탓에 오랜 시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그만큼 한국 축구에 메리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1-2년 주기로 감독이 바뀐 '독 든 성배'다. 더군다나 급여도 파격적인 수준이 아니다.커리어를 망쳐가면서 한국에 오겠다고 하는 A급 감독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감독 선임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원한다고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은 변방에 머물고 있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기대는 분명 현실엔 괴리가 있다. 벤투 체제를 맞이한 지금, 한국축구는 차근히 수준을 쌓아 올려야 한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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