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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박성현의 특별함 or 골프에서의 클러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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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에서 막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성현은 이날 우승으로 시즌 3승을 챙기며 21일 발표되는 주간 세계랭킹의 1위 복귀를 예약했다. /사진=인디애나폴리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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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13] 박성현이 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며 시즌 3승을 달성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성현은 에리야 쭈타누깐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다시 올랐다. LPGA 루키 시즌이던 작년 11월에 1위에 오른 후 9개월여 만에 랭킹 1위에 복귀한 것이다.

시즌 3승 또한 쭈타누깐과 함께 시즌 공동 최다승이며, 상금랭킹은 121만달러로 쭈타누깐에 이어 2위다. 아직 10여 개 대회가 남은 만큼 쉽게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쭈타누깐과 2강을 형성하며 치열한 트로피 경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고로 올 시즌 23개 대회에서 다승자는 박성현과 쭈타누깐이 유이하다.

사실 기록으로만 보자면 쭈타누깐이 한발 앞서 있다. 쭈타누깐은 21개 대회에서 79라운드, 평균 69.44타로 1위이며 고진영·이민지 등과 함께 베어트로피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박성현은 53개 라운드에서 평균 70.62타로 35위에 머물러 있다. 두 선수 간 평균타수는 산술적으로 볼 때 평균 1.2타로 4라운드로 환산하면 5타 정도다. 다른 여러 주요 기록 지표에서도 쭈타누깐이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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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정상급 레벨에서 볼 때 꽤 큰 차이다. 물론 박성현이 원래 평균타수가 높은 선수는 아니다. 루키 시즌이자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지난해 박성현의 평균타수는 69.25타로 렉시 톰프슨에 이어 LPGA 전체 2위였다.

평균타수는 야구로 비유하자면 타자의 타율이나, 투수의 평균자책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타자가 특정한 기간이나 몇몇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를 수는 있다. 하지만 시즌(130~160경기) 내내 잘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시즌 초에 4할을 치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선수들이 매년 있었지만, 타격왕의 타율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할대 중반에서 결국 형성되게 마련이다. 그런 기록을 수년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어려운 일이다. 양준혁이나 장효조 같은 선수들이 위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특정 대회에서 특정 라운드에 10언더파 이상 기록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꿈의 50타대를 기록한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하지만 4라운드 내내 이런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코스레코드 기록을 세운 선수가 우승을 못하는 경우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골프의 시즌 평균타수 기록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평균타수 최상위권을 기록한 선수가 반드시 올해의 선수상이나 상금왕을 차지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여러 지표에 비해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시즌 내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꾸준히 좋은 점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분명 다른 선수들에 비해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 시즌이 중반이긴 하지만 박성현은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번 대회 이전까지 박성현의 평균타수는 정상급 선수들 중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 71홀 동안 박성현을 앞서 있었던 리젯 살라스의 시즌 평균타수도 70.62타 22위로, 박성현보다 의미 있는 차이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 노보기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던 살라스는 마지막 3개 홀에서 흔들렸고, 박성현은 그 3개 홀에서 탁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쉽지 않은 거리의 버디 기회를 성공시키며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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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에서 막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서 우승, 시즌 3승을 챙기며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예약했다. 사진은 박성현이 이날 최종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인디애나폴리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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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상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LPGA 시즌의 3분의 2가 지난 현재 박성현이 LPGA 최상위 선수다. 평균타수가 순위가 다른 정상급 선수들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올 시즌에 박성현의 플레이 기복이 심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잘할 때는 잘하지만,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잘할 때 '확실하게' 잘한다는 것이다. 우승이나 최상위권의 성적을 노려볼 만한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기겠다는 승부욕과 의지가 탁월하고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스포츠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골프 또한 최고 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좋은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말이 쉽지 하루하루가 다르고 오전·오후가 다르며, 홀마다 달라진다. 프로선수들 또한 마찬가지다. 시즌을 치르면서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우승 경쟁을 하기는 어렵다.

박성현은 올 시즌에 임하면서 베어트로피 수상과 시즌 3승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꾸준하게 좋은 타수를 기록하면 우승도 따라온다는 사실을 박성현 본인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목표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베어트로피 수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남은 대회에서 아주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실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박성현은 자신의 또 다른 목표였던 시즌 3승을 이미 달성했고 아직 대회는 많이 남아 있다.

야구 표현을 빌리자면 올 시즌 현재까지 박성현의 '클러치 능력'은 탁월하다. 현재까지 박성현은 17번의 대회에 출전하여 톱10을 네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 네 번 중 세 번이 우승이었다. *쭈타누깐은 21번 출전해 톱10을 13번이나 기록했지만, 역시 우승 횟수는 박성현과 같은 세 번이었다. 세부 기록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우승과 포인트를 따고 있는 원동력이다.

탁월한 클러치 능력을 가진 선수들은 팬들과 스폰서를 환호하게 만든다. '슈퍼스타'라고 해서 365일 항상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슈퍼스타'는 중요한 순간에, 또 기회가 왔을 때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남은 시즌 박성현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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