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파편화된 정보는 힘이 없다. 그러나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생겼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보와 정보를 결합시키보면 보이지 않았던 밑그림이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실체를 파악하는 단초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적된 정보의 종합적 분석은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열쇠가 되곤 한다. 전문가들은 결국 파편화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일 게다.
최근 체육 전문가들 사이에 태권도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태권도를 둘러싼 지형변화와 국제환경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정보를 종합해보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우선 태권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에서 심창치 않은 파열음이 터져나고 있는 게 걱정스럽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심혈을 기울였던 두 개의 종합대회의 정식종목에서 태권도가 빠졌다. 초대 대회인 2019월드비치게임에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에서 빠진 데 이어 제 2회 대회인 2019민스크유러피언게임에서도 태권도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특히 유러피언게임의 정식종목 탈락은 뼈 아프다. 초대 대회였던 2015바쿠유러피언게임에 당당히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가 2회 대회에서 빠진 건 가라테의 정식종목 유지와 맞물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WT는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 태권도의 유러피언게임 정식종목 유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태권도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은 급변하는 국제 스포츠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올림픽 개최지의 다변화다. 이제 선진국 중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향후 개발도상국 가운데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가 있어야 올림픽 무브먼트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은 과거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전에는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이라는 틀에서 정식종목이 규정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개최국에 유리한 종목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탄력성있게 채택하는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야 인기가 떨어진 올림픽 개최 열기를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올림픽 종목도 결코 마음을 놓을 수는 없게 됐다. 2000시드니올림픽이후 2024파리올림픽까지 7연속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된 태권도 역시 긴장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경쟁종목인 가라테가 2020도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진입한데다 그 다음 2024년 올림픽 개최지가 프랑스 파리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파리는 가라테의 유럽 본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보와 국제 스포츠 환경 및 지형변화를 종합해볼 때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과 권위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두 개의 국제 종합대회 정식종목에서 잇따라 빠진데다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이 폐쇄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개방적인 트렌드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태권도로선 결코 가볍게 넘겨버릴 사안은 아니다. 태권도의 위기상황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결정적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위기를 인식하는 태도의 문제다. 태권도 내부에선 아직도 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듯 권력투쟁이 한창이다. 국기원 사태는 한국 태권도의 응집된 모순구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부족함이 없다. 태권도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누가 새로운 권력의 주인이 되느냐에 온통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원죄탓인지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등 태권도를 둘러싼 모든 단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지 못하면 힘들게 쌓아올린 탑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만다. 지금 태권도는 명백한 위기다. 아니, 그것도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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