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기는 `핫식스` 이정은이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각오와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정은이 올 시즌 LPGA 투어 '신인상'을 탈 것이다."
미국 주요 골프 전문 매체에서 일한 골프전문가 론 시락 기자는 3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홈페이지에 '2019년 세 가지 예측'을 언급하며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의 올해의 선수상 2연패, 줄리 잉크스터의 솔하임컵 주장 역임 등과 함께 LPGA 투어 Q시리즈를 수석 합격한 이정은(23·대방건설)이 '루이스 석스 신인상'의 주인공으로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누구에게나 신인상은 특별하다.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기 때문. 당연히 이정은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은은 "올해가 LPGA 투어 첫해이기 때문에 적응하는 것이 첫 번째다. 욕심을 낸다면 '한국 선수 5년 연속 신인왕' 계보를 내가 이어가고 싶다. 신인왕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물론 신인왕 조건에는 우승도 포함된다. 하지만 2016년 우승 없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었던 이정은은 "차근차근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1승이라도 한다면 정말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왕 우승을 한다면 메이저 대회에서 하고 싶다. 많은 경험은 없지만 US여자오픈엔 두 차례 출전했고 첫 출전 때 좋은 기억이 있다. 많은 선수의 꿈인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자신의 호칭에 대해 "아직 LPGA 투어 선수들은 나를 모를 것 같다. 영어를 못해 출전했던 대회에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선배 언니들이 나를 '식스(6)'라고 부른다. 다른 선수들도 '식스'로 불러주면 재미있을 것 같고 나도 익숙하다"고 말했다.
신인왕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회화 위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고 멘탈 코치를 통해 심리훈련도 시작했다. 신인상을 목표로 세운 이정은은 특히 '단점 보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첫 번째는 '체력'. 이동 거리가 길고 시차까지 있는 LPGA 투어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정은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전남 해남에서 진행 중인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10일가량 더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샷 감각을 익히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태국으로 향한다. 이정은은 "태국에서는 지난해 LPGA 투어에서 느꼈던 아쉬운 점을 보완하려 한다"며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을 했는데 당시 강한 바람과 안 좋은 날씨 탓에 샷과 멘탈이 흔들렸다. 당연히 전지훈련에서는 바람에도 좋은 샷을 만들어내는 연습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필살기'를 준비 중이다. 이정은은 "나는 장타자가 아니다. 당연히 숏게임이 좋아야 한다. 100m 이내에서 최대한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웨지샷과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불안감을 보였던 이정은은 이제 자신감이 넘쳐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올해 LPGA 투어 진출을 굳히게 된 과정에는 지난해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를 병행하는 힘겨운 일정 속에서도 상금왕과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는 자신감이 한몫했다.
이정은은 "데뷔 첫해에는 우승 없이 신인상을 탔고 2017년 6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018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한국과 미국 투어를 병행하며 컨디션과 샷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어려웠는데 잘 이겨냈고 한국에서 메이저 2승, LPGA Q시리즈 우승 등 너무 많은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은 98점 정도를 주고 싶다.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시즌이 됐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낸 자신을 칭찬했다. LPGA 투어 도전의 힘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다.
이정은의 공식 LPGA 투어 데뷔전은 2월 열리는 호주오픈이다. 익숙하지 않은 2월 대회 출전. 이정은은 "전지훈련 중 시합에 나간 적이 없어 걱정이지만 LPGA 투어 분위기와 새 캐디와의 호흡 등을 미리 느껴보고 싶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제 LPGA 투어로 진출하는 이정은. 아쉽지만 이정은의 모습을 국내에서 세 차례 정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정은은 "올해 국내 대회는 스폰서 회사에서 여는 크리스 KLPGA 챔피언십과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하는 KB금융 챔피언십, 한화 클래식 등 3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KLPGA 투어를 점령하고 LPGA 투어 무대로 진출하는 이정은. 개인적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이정은은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조건 '차근차근'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도 욕심내기보다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털어놨다. 물론 프로골퍼라는 직업은 힘들다. 이정은도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서른 살까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선배 언니들은 '그때 되면 생각이 바뀐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좀 힘들다"며 웃어 보였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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