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아부다비(UAE), 박주성 기자] 부상에 시름시름 앓은 벤투호는 카타르전에서 실점 후 쓸 카드 자체가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배했다. 이로써 59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예상치 못한 결과로 끝났다. 어쩌면 예상이 됐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카타르를 몰아붙였다. 이에 카타르는 침착하게 수비를 한 후 한국의 라인이 높이 올라오는 걸 기다린 후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이 작전은 한국을 무너뜨렸다. 후반 34분 압델하지즈 하템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이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처참하게 드러났다. 경기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애초에 부족했던 것이다. 벤투 감독은 실점 전 황인범을 빼고 구자철을 투입했다.

그리고 실점 후 급하게 주세종과 이청용을 빼고 지동원과 이승우를 투입했다. 다른 카드가 없었다. 기성용은 부상으로 돌아갔고, 이재성은 첫 경기에 부상을 당한 후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공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벤투 감독이 황인범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린 것도 그와 같은 이유다. 하지만 황인범은 계속되는 혹사로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지난 바레인전이 끝난 후 그의 무릎은 얼음과 회복을 위한 것들이 덕지덕지 붙었다. 짧은 휴식 후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황희찬도 마찬가지다. 지난 경기에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그는 MRI 촬영결과 근육손상은 없으나 왼쪽 내전근 사타구니에 경미한 염좌가 발견됐다. 결국 황희찬도 카타르전에 뛸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벤투 감독이 교체한 두 선수가 사실상 전부였다.

이는 대표팀의 의무 트레이너 사건과도 직결된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관찰해야 하는 트레이너가 대회 중 2명이나 떠난 건 대표팀에 치명적인 손해였다. 대회 전 이들의 계약을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했고, 결국 이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대우를 찾아 떠났다.

부상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끝난 대회다. 나상호, 기성용, 이재성, 구자철, 황희찬 등 환자가 연이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회를 치를 수 있을까. 쓸 카드 자체가 없던 벤투호는 스스로 무너졌다. 부상자가 쏟아질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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