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이 2005년 아내와의 연애 시절 바다 낚시를 가서 찍은 사진./최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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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예능 프로그램 ‘도시 어부’가 인기입니다. 필드에선 ‘낚시꾼 스윙(fisherman swing)’이 화제죠. 안녕하세요. 프로 골퍼 최호성입니다. 요즘 분에 넘치는 사랑 덕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도 초청을 받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저의 스윙이 낚시꾼을 닮았다고 하는데 실제 낚시 실력은 어떨까요. 제 고향집 30m 앞에 바로 바다였답니다. 제가 대회에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낚시도 정말 잘 합니다. 어린 시절 대나무 낚시대로 수없이 많은 고기를 낚아 올렸거든요. 연애 시절에는 1만 원짜리 낚시대로 30분에 8마리를 낚아 아내의 마음도 얻었으니 ‘천생 낚시꾼’인가 봅니다.
낚시꾼 스윙에 대해 사람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 왜 그런 우스꽝스런 스윙을 하느냐는 겁니다. 일부러 눈길을 끌기 위해 ‘오버 액션’을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말씀 드리지만, 결코 ‘개그’가 아닙니다. 투어 프로치고 장난으로 스윙을 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답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라운드는 친목이지만 프로 골퍼들의 한 샷 한 샷은 ‘생존’과 직결되니까요.
저의 낚시꾼 스윙은 어느 한 순간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몇 년 간의 변화 끝에 완성된 거죠. 포항 바닷가에서 자란 저는 힘이나 유연성 등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자신 있었습니다. 6살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넝쿨을 잡고 타잔 흉내를 내다 떨어져 팔이 부러진 적이 있을 정도로 자연 속에서 넘어지고 뒹굴면서 자랐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20kg을 어깨에 얹고 스쿼트를 했었고, 짐볼 위에서 빈 스윙을 연습할 만큼 균형감각도 뛰어났습니다.
최호성의 어린 시절 사진. 최호성은 “6살 때쯤으로 기억한다”며 “넝쿨을 잡고 타잔 흉내를 내다 떨어져 팔이 부러졌었다”고 했다./최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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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지 않습니까.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죠. 그래서 찾은 게 낚시꾼 스윙이랍니다.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박함’ 속에서 찾은 저만의 보석인 셈이죠.
일부에선 프로 골퍼가 어떻게 그런 스윙을 하느냐고 비웃기도 했지만 전 두 아들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입니다. 코스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합니다. 제 직업이니까요. 낚시꾼 스윙을 통해 평균 270야드였던 비거리는 282야드로 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 카시오 월드 오픈에서 정상에 섰죠.
낚시꾼 스윙이라고 해서 다 같은 건 아니에요. 저는 스윙을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습니다. 스물다섯 늦은 나이에 골프 잡지를 보며 독학했죠. 그래서인지 머리보다는 몸의 감각과 직관이 더 발달한 것 같습니다.
스윙이 이뤄지는 그 짧은 순간, 제 몸과 손은 본능적으로 이 샷이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 것인지 알아챈답니다. 훅이 날 것 같으면 임팩트 이후 상체를 좀 더 눕히는 자세를 통해 잘못된 샷을 조금이라도 보정하려고 하죠. 반대로 슬라이스가 될 것 같으면 피니시 동작에서 채 끝을 낮춥니다. 홀 구조에 따라 일부러 이런 동작을 취하기도 하죠.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스윙 폼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력과 유연성은 감소할 밖에 없는데 프로 골퍼처럼 완벽한 스윙을 추구한다는 건 애당초 무리죠.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임팩트 순간입니다. 공과 페이스가 직각으로 만나는 게 중요하죠. 제 스윙을 보더라도 임팩트 전까지는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후 발을 떼면서 몸을 강하게 회전하는 건 공에 힘을 좀 더 실어주기 위해서랍니다.
공을 맞히는 순간에 집중하면서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분 만의 낚시꾼 스윙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꾸준한 연습과 시행착오는 필수겠죠. 그 과정에서 분명 실력이 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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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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