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스터스 결승서 28위 중국 가오팡제 2대0 완파...올림픽 후 2개 대회만에 다시 정상
24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 중국 마스터스 대회 결승전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가오팡제가 친 셔틀콕을 받아치고 있다./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결승전은 부상 없는 안세영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1게임에서 안세영은 코트 구석까지 커버하는 특유의 탄탄한 수비력을 선보였고, 가오팡제는 잇따라 범실을 범하며 무너졌다. 2게임에선 한 때 19-6 13점차까지 달아나며 안세영이 사실상 낙승을 거뒀다. 앞서 준우승을 했던 덴마크 오픈에서는 김학균 대표팀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이번 대회에선 로니 아구스티누스 코치, 성지현 코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었다.
이번 대회 안세영은 우승까지 파죽지세였다. 32강에서 세계 랭킹 18위 랏차녹 인타논(태국)을 2대1로 격파한 뒤 쑹숴인(대만·24위), 장이만(중국·23위)을 차례로 꺾었고 23일 열린 준결승에서도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14위)를 2대0으로 완파, 결승까지 내리 5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상대였던 세계 랭킹 28위 가오팡제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지난달 덴마크 오픈 결승에서 안세영을 꺾었던 세계 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꺾었지만, 부상 없는 안세영의 결승 상대로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부상 우려와 배드민턴협회와의 갈등으로 인한 마음 고생을 한결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지난 파리올림픽 당시 발목 힘줄을 다친 상태에서도 부상 투혼으로 방수현 이후 28년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직후 배드민턴 협회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폭탄 발언’ 이후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혼자만의 힘으로 금메달을 딴 게 아니다”는 비판 속에 재활에 전념했지만 이번 우승까지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초 경남 밀양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올림픽 후 첫 공식 대회 복귀전을 치른 뒤에는 “그동안 생각이 많았다고 했는데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냐”는 취재진 질문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부상 회복 후 처음으로 나선 국제대회인 BWF 덴마크 오픈에서는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세계랭킹 3위)에게 0대2로 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올림픽까지 부상을 달고 뛰었던 게 안세영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덴마큰 오픈 이후 지난 17일 막을 내린 일본 마스터스에도 부상 예방 차원에서 결장하면서 팬들의 우려가 더 커졌지만 중국 마스터스 우승으로 안세영은 다시 여자 단식 세계 최강자임을 과시했다.
안세영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배드민턴협회가 보조금법을 위반해 약 90억원의 국가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정황과 후원 물품을 부당하게 배부하는 등의 혐의 등이 확인된 상태다. 문체부는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의 해임과 사무처장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한 상태다. 조사에서 김택규 회장이 직장 내 괴롭힘과 폭언, 과도한 의전 요구 등도 확인됐다.
문체부는 협회가 자정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관리 단체 지정을 통해 모든 임원을 해임하고 선수 지원 외 모든 예산 지원을 중단할 방침도 밝혔다. 문체부는 또 배드민턴협회의 부당한 국제 대회 출전 규제 폐지, 후원사 로고 노출 허용, 복식 선수 선발 방식 개선, 학력에 따른 연봉 차별 폐지 등도 지시하며 안세영의 문제제기가 다른 선수들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23일 문체부의 보조금법 위반과 관련한 지적에 대해 “보조금은 지침을 준수하고 상위 기관 승인 아래 집행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도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협회가 정상화될 수 있게 제도와 규정을 적극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문체부의 조사 결과 및 시정 지시에는 여전히 버티는 모습이다.
[배준용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