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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강심(江心)’ 아래로 가라앉은 추억이라는 보석을 꺼내들고 나는 박물관으로 간다.”(성혜영, 『오후 2시의 박물관』)
박물관은 박제된 기억의 정원이자 추억의 저장소이다. 이 땅에 숱한 박물관이 똬리를 틀고 대지에 입 맞추며 추억의 실타래를 풀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야구박물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미리 보는 한국야구박물관’ 전시회가 2월12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소재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다.(2월 24일까지 전시) KBO가 수장하고 있는,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아 있는 야구 물품들이 저마다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지상으로 나들이 한 첫 전시회다.
비록 한정된 공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마땅히, 또는 으레 기념해야할, 기념할 만한 여러 물품들이 한 곳에서 야구팬들을 유혹한다. 야구사적으로 정점을 이루었던 국제대회나 최동원과 장효조 같은, 고인이 됐지만 한국야구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는 인물들의 발자취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맛 뵈기 전시’로는 그런대로 볼만하다.
전시돼 있는 물품들을 돌아보노라면 우리에게 익숙한, 눈물과 환희와 탄식과 땀에 전 내음이 솔솔 풍겨온다.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그네들이 가만가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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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박물관은 왜 필요할까.
“야구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곳이다. 과거는 우리가 책임지고, 현재와 미래는 구단이 책임을 져야한다.”(일본 도쿄 야구박물관 관계자)
“야구박물관은 세대와 세대의 연결(connection)이자 과거와의 소통이다. 그 연결에는 존경심이 깔려 있다.”(미국 쿠퍼스타운 야구박물관 관계자)
‘한국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유물조사 및 전시계획 수립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일본 도쿄의 야구체육박물관과 미국 쿠퍼스타운의 명예의 전당에 다녀온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 정희윤 소장이 출장지에서 만난 관계자들에게 들은 박물관의 당위성이다. 그네들의 야구박물관에 대한 기본개념은 ‘연결’과 ‘소통’을 바탕에 깔고 있다.
KBO가 미술 전문 갤러리 학고재와 함께 한국야구 박물관 건립 추진 및 홍보를 위해 개최한 ‘미리 보는 한국야구박물관’ 전시회는 박물관과 야구팬들의 소통의 시작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프로야구 및 아마추어, 국가대표, 심판 등과 관련된 기념품 총 192점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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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관련 기념품으로는 1982년 KBO 리그 출범 당시 원년 구단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의 유니폼 및 국보 선동렬, 철완 고(故) 최동원과 장효조 등 KBO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타자들의 유니폼과 해병대, 한일은행, 상업은행, 포항제철 등 1960~1970년대 실업팀의 땀에 전 유니폼도 볼 수 있다.
아주 희귀한 기념품은 보기 어렵지만 1972년 5월 5일 실업야구에서 퍼펙트게임(완전경기)를 달성했던 백창현의 기념 트로피와 1934년 고려구락부의 해주보고 원정 경기 사용구와 1938년 경기 홈런볼 등 세월의 흔적이 물씬 배어 있는 낡은 공, 1935년 제12회 전조선야구쟁패전 기념 버클 같은 이색적인 물품도 들어 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과 최우수선수(MVP) 선동렬 트로피, 1989년 선동렬의 노히트노런 기록구와 2000년 현대 박경완이 기록한 KBO 리그 최초 4연타석 홈런볼과 2015년 삼성 이승엽이 개인통산 400홈런을 기록할 당시 착용한 유니폼 등 KBO 리그의 역사적인 물품들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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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베이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우승 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트로피 등 우리나라 야구의 영광의 순간들을 되새김할 수 있는 기념품도 볼 수 있다.
아마추어 관련 물품으로는 야구의 성지였던 동대문야구장의 홈플레이트 및 1971년 제1회 봉황대기쟁탈 전국고교야구대회 팸플릿 등 역사와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회는 작은 소통의 공간에서 마주하는 옛 선수들과의 조용한 대화다.
글/ 사진.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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