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강한 2번 타자’가 KBO리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때아닌 원조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핫’한 2번 타자 박병호를 내세운 키움은 한 발 짝 물러나 있다.
지난 12일 프로야구 2019시즌 시범경기 첫날의 최대 관심사는 2번 타자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을 작렬하며 존재감을 나타냈다. 그러자 ‘강한 2번 타자’에 대한 관심도가 급상승했다.
우선 홈런왕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113경기에 출전, 400타수에서 43개의 홈런을 작렬했다. 홈런왕에 오른 두산 김재환은 139경기, 527타수에서 44개의 홈런으로 타이틀을 차지했고, 팀을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SK 로맥은 141경기, 528타수에서 43홈런을 때려냈다. KT 로하스 역시 144경기, 564타수에서 43홈런을 기록했다.
경쟁자와 비교할 때 약 120타수가 모자랐지만, 홈런 개수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박병호가 2번에 나설 경우 산술적으로 약 40타석에 더 들어설 수 있다. 박병호가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면서 지속해서 2번으로 나설 경우 2018시즌 대비, 약 150타석에 더 들어설 수 있다. 바뀐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박병호의 홈런은 더 늘어날 여지가 충분하다. 섣부른 판단을 금물이지만, 팀 성적과 리그 판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자 때아닌 원조 공방전이 일어났다. 김기태 KIA 감독은 “몇 년 전 (강한 2번 타자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너무 앞서간다고 했는데, 인제야 타 구단에서 그 카드를 꺼내고 있다”고 웃었다. 류중일 LG 감독 역시 “현대 야구의 흐름이 바뀌는 것 같다“며 “따라 하지 말라고 전해달라 “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사실 두 감독 모두 강한 2번 타자로 성공 사례를 쓰기도 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2017년 김주찬을 2번으로 기용해 재미를 봤고, 팀은 정상까지 올랐다. 류중일 LG 감독 역시 삼성 시절 박한이를 기용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톰 탱고의 개념인 ‘강한 2번’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톰 탱고가 정의한 ‘강한 2번 타자는 ‘high OBP and high SLG’, 즉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아야 한다. 김주찬과 박한이의 경우 출루율이 높은 타자이다. 두 선수 모두 통산 장타율이 0.400대이다. 정확하게 강한 2번 타자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장타율 0.500 중후반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개념대로라면 박병호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박병호는 지난 시즌 장타율 0.718로 1위에 올랐다. SK 한동민(SLG 0.601)이나 삼성 구자욱(SLG 0.533)도 마찬가지. 염경엽 SK 감독과 김한수 삼성 감독 역시 올 시즌 한동민과 구자욱을 2번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작 장정석 키움 감독은 강한 2번 타자 개념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맥락이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강한 2번 타자 개념을 팀에 적용하기 위해 박병호의 타순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박병호의 전력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다가 톰 탱고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즉, 단순히 박병호의 타순을 늘리기 위한 것보다는, 4번 고정 박병호의 부담과 박병호를 대체할 4번 타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2번’을 고안한 것이다. 그래서 2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장정석 감독이 “2번이 될 수도 있고, 3번이 될 수도 있다”고 유동적이라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장정석 감독은 14일 고척 롯데전에서 박병호를 3번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지난 12일 LG전 홈런포의 영향으로 2번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3번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장정석 감독은 남은 시범경기 동안 이를 지속해서 실험할 계획이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래서 감독도, 선수도 조심스럽다. 분명한 것은 박병호, 한동민, 구자욱이 중심에선 ‘강한 2번 타자’는 올 시즌 내내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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