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오카, KIA클래식 우승… 20승 바라보던 박인비 제쳐
샷을 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몇 차례씩 제자리 뛰기를 하는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20)가 경기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은 4년 전 일본 돗토리현 다이센 골프클럽에서 열렸던 한·일 아마추어 골프 국가대표 대항전 때였다.
키 157cm인 하타오카는 조금이라도 더 거리를 내기 위해 임팩트를 하는 순간 점프를 하는 습관도 있다. 그런데도 멀리 치고 정확성이 뛰어났다. 연습량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이미 프로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가쓰 미나미(21)란 선수도 작은 키에 공을 멀리 쳐서 인상적이었다. 그는 현재 일본 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당시 일본 선수들이 입을 모아 '롤 모델'로 꼽던 선수가 미야자토 아이(34)였다. 미야자토도 키 157cm 단신을 슬로모션을 보는 듯한 독특한 스윙으로 극복하며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LPGA 투어 9승에 세계 1위에 올랐다. 미야자토는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현역 시절 후원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하타오카는 1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18언더파 270타로 3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20승을 바라보던 박인비와 세계 1위 박성현, 세계 4위 고진영 등이 공동 2위에 올랐다. 하타오카는 마지막 날 LPGA 명예의 전당 멤버인 박인비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플레이를 했다. 그에게선 뒷심이 약하다는 평을 듣던 예전 일본 선수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세리 키즈는 1977년생인 박세리가 21세이던 1998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보며 꿈을 키웠다. 전국의 동네 골프 연습장마다 갑자기 초등학교 3~4학년 여학생들이 몰려들어 '내일의 박세리'를 꿈꾸었다. 세리 키즈는 박세리보다 열한 살 어린 1988년생들이 주축을 이루었는데 그보다 몇 살 많거나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선수들까지 자신이 '세리 키즈'라고 생각했다. 영향력이 광범위했다.
일본의 미야자토는 1985년생인데 역시 폭넓은 연령에 걸쳐 '아이짱 키즈'라는 골프 신세대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예전 세대에 비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식이 강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도 그들의 도전 의식을 강하게 만들었다.
JLPGA 투어는 한국 KLPGA 투어보다 쉬운 무대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최근 몇 년간 '아이짱 키즈'가 가세해 우승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
한국에는 '세리 키즈'의 성공을 보면서 자란 '인비 키즈' '지애 키즈' '나연 키즈'도 있다. 일본의 '아이짱 키즈'와 아마추어 무대에서 자주 만났던 최혜진(20)을 비롯해 전영인(19), 조아연(19), 박현경(19) 등이 그들이다. 여자 골프 신세대 한·일 대항전을 만들면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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