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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훈련 일정이 모두 끝난 깜깜한 밤. 호텔 꼭대기에 마련된 야외 훈련장에서 한 선수가 홀로 남아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롯데 외야수 허일(27)이었다.
인기척에 놀란 허일은 멋쩍은 듯 "(다른 선수들은) 다 훈련하고 들어갔다. 나도 조금만 더 하고 곧 들어갈 참이었다"고 말하며 다시 방망이를 돌렸다.
허일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11년 2차 2라운드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였다. 프로 첫해 1군에서 2경기 맛을 보면서 여느 성공하는 선수들처럼 꽃길을 걷는 듯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꽃길은 열리지 않았다.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고 한창 기량을 끌어올릴 프로 3년차엔 현역으로 입대했다. 데뷔 7년 만인 지난해 1군에 정착하나 싶더니 햄스트링 부상에 발목 잡혔다. 어느덧 20대 후반. 그 역시 사라지는 수많은 유망주 중 한 명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1월 롯데가 발표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허일의 방망이에 주목했다. 허일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낮에도 밤에도 방망이를 돌렸다. 롯데 관계자는 "연습량이 대단하다. 정말 잘 됐으면 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개막을 맞은 허일은 지난 7일 부상으로 빠진 민병헌을 대신해 1군에 올라왔다. 한화와 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이름을 올렸다.
허일은 첫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방망이를 돌렸다. 한화 외야수들은 쫓아가기를 포기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수천 번, 수만 번 돌렸던 그 스윙이었다. 9년 만의 첫 홈런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주 사직은 허일의 방망이에 열광했다. 지난 17일 KIA와 경기에서 허일은 8-9로 추격하던 9회 1사 만루에서 대타로 들어서 9-9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고, 20일 kt와 경기에선 연장 10회 대타로 나와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사직에서 끝내기. 허일이 꿈꾸던 순간이었다.
허일의 대타 성적은 5타수 4안타 3타점. 리그 대타 기록 중 최다 안타, 최다 타점이다. 그야말로 특급 조커다. 못다 핀 꽃이 아닌 늦게 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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