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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NC 뒷문엔, 대장암 이긴 ‘기적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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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 변신한 원종현

콧수염·삐딱 모자 트레이드 마크… 13경기 무실점 행진 세이브 2위

지난해 꼴찌팀을 상위권에 올려… “별명 ‘155’ 생각하며 항상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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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마무리 투수 원종현. NC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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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딱하게 쓴 모자와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인 ‘기적의 사나이’ 원종현(32)이 지난해 최하위팀 NC를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원종현은 25일 현재 14경기에 출전해 14.1이닝을 책임지며 벌써 10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1.26으로 올 시즌 첫 등판인 3월 26일 KT전에서 2실점한 것을 제외하고는 13경기 무실점 행진이다. 탈삼진 17개에 피안타율 0.226,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19 등 투구 내용도 훌륭하다. 지난 시즌 NC는 마무리 투수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고 결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원종현이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자 달라졌다. NC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고 꾸준히 상위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큰 이유다. 이동욱 NC 감독은 “시즌 초반 지금의 성적을 내는 데에는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해진 부분도 있지만, 원종현이 뒤에서 제 역할을 잘해 준 점이 크다”고 평가했다.

원종현은 지난 2006년 LG에 입단(2차 2라운드 11순위)했지만, 1군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방출됐다. 이후 팔꿈치 수술과 재활 훈련 등 절치부심 끝에 2013년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를 밟자마자 그의 잠재력은 폭발했다. 데뷔 첫해인 2014년 73경기에서 5승3패1세이브 11홀드(평균자책 4.06)를 올리며 확실한 필승 계투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초 청천벽력의 대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려야 했지만 동료들은 그의 최고 구속이었던 ‘155’를 모자에 새기며 함께 재기를 염원했다. 12번의 항암 치료 끝에 대장암을 극복한 원종현은 다시 마운드에 올라 2016년 17홀드(3.18), 17년 22홀드(4.39), 18년 17홀드(5.18)를 올렸다.

중간 계투로 훌륭한 네 시즌을 보냈지만, 마무리는 올해 처음이다. 특히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슬라이더 등 빠른공 위주의 구질을 갖고 있었던 그는 올해 손민한 투수코치와 상의 끝에 커브까지 추가 장착했다. 원종현은 “마무리로 보직을 바꾸면서 처음에는 승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자신감이 붙으면서 오히려 집중력도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중간 계투는 언제 어느 때 나설지 전혀 예측이 안되지만, 마무리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보니 마음도 한결 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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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마무리투수 원종현과 포수 양의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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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만성’ ‘기적의 사나이’부터 ‘시라소니’ ‘원 할머니’까지 별명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155’는 2014년 포스트시즌 3차전 LG전에서 최고 구속 155㎞를 찍으며 팀의 첫 포스트시즌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얻은 별명이다. 당시 원종현은 24구를 던졌는데 그 가운데 23개가 150㎞ 이상 빠른 공이었다. 2016년 항암 치료 후 복귀 후에도 155㎞가 한차례 나왔다. 원종현은 “사실 155㎞가 찍혔을 때 스스로도 놀랐다”면서 “‘155’라는 별명에는 온 힘을 다해 던졌던 그때 마음 그대로 항상 마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 모자 창을 한일자(一)로 곧게 편 채 왼쪽으로 비틀어 쓰는 버릇이 있다. 원종현은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시작했는데 많은 팬들께서 알아봐 주신다. 나를 알리는데 성공한 것 같다”며 웃었다. 올해 40세이브가 목표라는 원종현은 “부상 없이 꾸준히 팀 승리를 위해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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