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에서 데뷔 6년 1개월, 167번째 출전 경기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박소연(27) 같은 경우도 흔치 않다.
박소연은 데뷔 첫해인 2013년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초반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한때 3타 차 선두를 달렸다. 그런데 같은 해 데뷔한 10대의 전인지가 마지막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로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주인공 전인지는 스타덤에 올랐다.
박소연은 이때부터 얼마 전 최혜진이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한 KLPGA챔피언십까지 모두 여섯 차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준우승 전문가'란 달갑지 않은 멍에를 썼다.
2015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우승 이정은 5), 2016년 교촌 허니레이디스 오픈(우승 김해림)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우승 장수연), 2017년 MY문영퀸즈파크 챔피언십(우승 이정은6)에서 그가 준우승했던 걸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박소연이 우승 후 농담하듯 풀어낸 말들이 더 짠하고 감동적이었다.
"다른 선수들이 더 잘 칠 줄 알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승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대회 내내 요통·복통으로 고생해 마음을 비웠다" "400만원짜리 비싼 퍼터를 사서 쓴 게 우승 요인이다"….
박소연, 맥스 호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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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비결은 따로 있었다. 지난 동계훈련 기간 쇼트 게임 실력을 집중적으로 갈고닦았다. 전문가들은 "그린 주변 플레이가 좋아지면서 언제든 우승할 실력이 됐다"고 했다.
박소연에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칠 때마다 가장 힘들었던 게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힘들었던 것은 없었다. 내가 못 친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잘했기에 그들이 우승했다. 난 만족했다."
6일 미 PGA 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맥스 호마(29·미국)는 미국 UC버클리 재학 중이던 2013년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골프대회 개인전 우승자다. 하지만 이듬해 PGA 투어 데뷔 후 1, 2부 투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두 시즌 전엔 17개 대회에 출전해 두 차례만 컷을 통과했다. 손에 거머쥔 상금이 고작 1만8008달러(약 2100만원)였다. "생계를 위해 프로암에 나가 버는 돈이 더 많았다"고 했다. 호마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142만2000달러(약 16억6000만원)를 받았다. 417위였던 세계 랭킹은 102위로 껑충 뛰었다.
그는 오른 손목에 'Relentless(끈질긴)'라는 글자를 문신으로 새기고 다닌다. "정말 어두운 바닥까지 내려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내 사다리를 발견하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끝없이 막막하던 길을 걷던 박소연과 호마는 한때 꿈이라고 여겼던 곳에 왔다. 호마는 "달 위를 걷는 것 같다"고 했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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