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선발 린드블럼.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두산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32)이 에이스의 품격을 증명했다. 구위가 썩 좋지 않았지만 관록으로 이닝을 막아나가는 힘이 매우 좋았다.
린드블럼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1이닝 동안 101개를 던지면서 7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진 6개를 곁들이며 위기일수록 집중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날 최고구속은 149㎞까지 측정됐지만 포심 패스트볼이 140㎞대 초반에 형성됐다. 컷 패스트볼도 13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커터와 정반대 궤적을 그린 포크볼을 전진배치해 KIA 타선을 제압했다.
구위 자체로 위압감을 주는 린드블럼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이날 컨디션은 완벽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실제로 포심 패스트볼은 KIA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빠른 공에 강점을 가진 상대 타자들의 특성을 고려해도 포수 미트까지 힘있게 밀고 들어가는 힘은 평소에 비해 살짝 떨어지는 감이 있었다. 그러나 컷패스트볼을 좌우타자 가릴 것 없이 홈플레이트 양쪽 보더라인에 꽂아 넣었고 같은 궤적으로 날아들다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에 이보다 스피드를 확 줄인 체인지업을 가미해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춘 KIA 타선을 봉쇄했다.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1회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오르며 인사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특히 2-0으로 앞선 3회초 선두타자 박찬호에게 우익선상 2루타로 불안하게 출발한 뒤 박준태에게 볼넷을 내줄 때 3루 도루까지 허용해 무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자칫 빅이닝을 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김선빈과 안치홍에게 모두 몸쪽 빠른 공을 선택해 모두 1루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냈다. 포심보다 구속은 적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꺾이는 예리함이 좋아 배트가 깨지는 장면이 연출됐을 정도다.
6회초에도 선두타자 최형우와 황대인에게 연속안타를 내주고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지만 1군 경험이 적은 이창진에게 몸쪽 투심을 결정구로 구사해 3루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땅볼을 유도했다. 더블플레이로 여유있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린드블럼은 한승택에게는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위기를 맞을수록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노련함이 엿보였다.
두산 선발 린드블럼.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이날까지 린드블럼은 잠실구장에 특화된 투구를 펼쳤다. 올시즌에만 6차례 마운드에 올라 40이닝 동안 단 7점만 내주며 방어율 1.58로 짠물투구를 이어갔다. 이날 전까지 지난해 5월 26일 삼성전부터 잠실구장에서만 11연승을 질주 중이고, 개인으로도 지난해 9월 21일 잠실 LG전부터 무패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롯데 시절까지 포함해도 잠실에서는 30경기에서 193이닝을 던졌고 184안타(13홈런) 69자책점으로 방어율 3.22로 잘던졌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단 5패밖에 당하지 않았을만큼 ‘약속의 땅’인 셈이다.
비록 권혁과 김승회가 8회초 2점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리를 날려보냈지만, 린드블럼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도 잠실 마운드에만 서면 에이스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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