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1강의 종언' 울산은 전북을 밀어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울산, 한준 기자] 울산 현대가 전북 현대의 1강 체제를 끝내기 위한 디딤돌을 놨다. 2019시즌 전북과 첫 대결이자, 1차 라운드 마지막인 하나원큐 K리그1 2019 11라운드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울산은 모든 팀들이 한 차례씩 맞붙고 난 현재 승점 23점 단독 선두에 올랐다.

울산은 2018시즌 폭풍 영입으로 전북의 독주를 끝낼 대항마로 꼽혔다. 맞대결 전적은 1무 3패로 절대 열세. 5경기에서 1무 4패로 크게 밀려왔다. 1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거둔 승리는 울산이 전북을 상대로 2년 만에 거둔 승리이며, 홈에서 4년 만에 거둔 승리였다.

이 승리가 의미있는 것은 2005시즌 이후 무려 14년 만의 K리그 우승을 노리는 울산이 1차 라운드 종료 직후 선두를 점했다는 것과 더불어, 경기 내용면에서도 승리가 합당한 경기를 했다는 것이다.

◆ 서울 수비가 더 어렵다던 전북, 울산 수비에 묶였다

최근 5시즌 중 4시즌에 K리그 챔피언이 된 전북은 2019시즌 울산과 서울의 견제를 받고 있다. 전북은 지난 4월 28일 서울과 홈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앞서나갔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울산전 직전 취재진과 만나 "서울은 수비적인 팀이고 울산은 공격적인 팀이다. 서울 수비가 탄탄하기에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머리가 더 아팠다. 울산은 공격적으로 나오는 팀이니 더 쉽다"며 웃었다.

울산은 전북과 경기에 주전 중앙 수비수 조합이 모두 이탈했다. 윤영선이 경고 누적, 불투이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모라이스 감독은 울산의 주전 센터백까지 빠진 상황에 대해 "김도훈 감독이 머리가 아플 일"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뚜껑을 열었을 때 울산은 숙제를 풀어낸 모습이었다. 강한 전방 압박으로 전북을 괴롭혔고, 측면 수비에 집중하며 전북의 강점을 봉쇄했다. 1골 1도움으로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은 경기 후 회견에서 "준비된 전술의 승리였다"고 했다.

전북도 최정예 전력을 가동할 수 있는 경기는 아니었다. 주전 수비수 김민혁이 경고 누적으로 빠지고, 최보경도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 홍정호의 센터백 파트너로 이주용이 배치됐다. 발빠른 김인성이 좌우 측면을 바꿔가며 전방 압박을 부지런히 펼쳐 전북 수비 라인의 안정감을 괴롭혔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측면을 지배한 울산, 주니오도 로페즈를 막았다

전북은 로페즈와 문선민을 좌우 날개로 선발 출전시키며 울산의 강점인 측면에 맞불을 놨다. 그러나 울산의 측면 집중 협업 수비에 묶였고, 김인성과 김태환의 속도에는 대응하지 못했다.

전북은 후방 빌드업이 잘 이뤄지지 않자 직접 두 윙어에 볼을 투입하는 직선적인 공격을 했는데, 울산의 두 풀백이 수비에 집중하며 두 선수를 괴롭혔다. 박주호는 문선민을 지웠고, 김태환은 로페즈의 평정심을 잃게 만들었다.

전북은 측면 공격이 풀리지 않자 로페즈와 문선민의 좌우 위치를 바꿔가며 변화를 시도했으나 박주호와 김태환 모두 마크 상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인성과 이동격이 풀백처럼 수비를 지원하고, 박용우도 센터백 라인을 커버했다.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 주니오까지 로페즈 방어에 가담할 정도였다.

이날 주니오는 몇 차례 좋은 득점 기회를 놓쳤는데 김도훈 울산 감독은 "주니오가 수비적으로도 많이 뛰어주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면이 있었다"고 후일담을 말했다. 김태환은 "김도훈 감독님이 로페즈의 집까지 쫓아가라고 했다"며 로페즈 방어에 몰두했다고 했다. 주장 이근호도 "팀으로 싸웠다"며 전북의 강점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쏟았다고 했다.

박주호는 "사이드에서 1대1을 내주지 않고, 가운데서 박용우 선수가 사이에 끼거나 조금 올라서거나 계속 위치 변화가 있었다. 사이드 윙 선수가 벌려서 하기 보다 좁혀서 상대 선수에 세컨드볼 안줬다. 우리가 흐름 가져가게 했다"며 구조적으로 전북 공격을 1차 봉쇄하고 역습에 나선 것이 전술적인 포인트였다고 했다.

울산은 수비 상황에 김보경이 주니오 옆으로 올라가 4-4-2 대형을 갖춰 공간을 없앴다. 전북 측면 공격이 중앙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틈을 주지 않았다. 후방 빌드업을 제어해 중앙 침투 패스를 막았고, 측면 1대1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아 중앙 돌파를 저지했다. 전북이 울산의 핵심 지역으로 오지 못하도록 밀어냈다.

중앙 지역의 손준호와 임선영은 개인 돌파로 상황을 만들기 버거웠다. 이동국은 문전으로 날아온 크로스 패스를 받아 몇 차례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울산의 수비 플랜B 김수안과 강민수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전북이 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선발 전략, 후반 교체 모두 김도훈의 계획대로

전반전에는 전북에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울산은 후반전에 이동경을 빼고 이근호가 투입되면서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이근호가 전방과 측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자 반대편의 김인성에게 기회가 열렸다. 이근호와 김인성이 수시로 좌우를 바꿔가며 움직여 전북 수비를 흔들었다.

울산은 후반 16분 선제골을 터트려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중앙 지역에서 박용우가 보낸 전진 패스를 김보경이 잡아세우지 않고 곧바로 수비 배후로 침투 패스를 찔러 넣었다. 김인성이 한발 빠르게 달려들어 공을 확보했다. 오른발 논스톱 슈팅을 예리하게 찔러 넣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이틀 전부터 팀 훈련 전에 김인성이 따로 나와 슈팅 연습을 하더라. 각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김인성의 마무리가 좋았다고 했다.

전북은 실점 직후 김신욱과 이승기를 투입하며 공격에 변화를 줬다. 김도훈 감독은 "김신욱이 못 나오게 아예 팽팽한 경기를 오래 끌고 가고 싶다"고 했다. 후반 중반으로 돌입하던 시점에 나온 선제골은 김신욱의 투입 시점을 미뤘다는 점에서 울산이 원하는대로 됐다. 김도훈 감독은 선발로 뛴 이동국보다 압도적인 높이를 가진 김신욱이 더 어려운 상대라고 짚었다.

울산도 전북의 교체에 대응했다. 믹스를 빼고 신진호를 투입해 중원 체력을 보강했다. 마음이 급해진 전북을 상대로 울산은 라인을 내리기 보다 전방 압박을 더 강화했다. 김인성이 전방에서 빠르게 많이 뛰며 전북의 빌드업 기점을 괴롭혔다. 김신욱에게 향하는 패스를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이다.

전북은 후반 32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임선영을 빼고 이비니를 투입했다. 총공세에 나서니 전북의 뒤 공간이 열렸다. 울산 역습이 더 원활해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수비를 풀어내는 게 머리 아팠다는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이날 울산의 선수비 후역습에 당했다. 라인을 올리고 측면을 꽉 조여 중앙 진입을 막은 울산의 전략에 잡혔다.

후반 45분 김태환이 페널티 에어리어를 진입하다 로페즈의 파울에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은 장면은 이날 울산이 전북과 측면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득점 선두' 주니오가 김보경에게 페널티킥을 양보한 것은 지금 울산이 원팀으로 뭉쳐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제 겨우 1라운드 종료, 울산은 이제 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래도 전북의 전력은 놀라웠다. 후반 추가 시간 1분이 김보경의 쐐기골이 나오고 다시 2분 만에 이승기가 헤더 골을 넣어 한 골을 따라 붙였다. 울산 관계자는 "잘가세요를 외치는 이벤트를 후반 추가 시간 6분에 보냈다"며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경기였다고 했다. 모라이스 감독도 "끝까지 승점 1점이라고 얻으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의 승자는 김도훈 울산 감독이었다. 만면에 웃음을 띄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도훈 감독은 평소보다 치열하고 투지있게 수비하고 경기한 선수들을 칭찬하며 "가슴 뜨거운 사나이들의 경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전투 하나를 이긴 것"이라며 전북이 갖고 있는 K리그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오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 김보경도 "내가 아는 전북은 더 강하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이 승리와, 지금의 순위에 만족할 수 없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박주호도 "이 승리가 줄 자신감만 갖고 가야 한다"며 아직 리그 일정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그래도 울산은 이 승리를 즐길 자격이 있었다. 울산 관계자는 "여기서 리그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FA컵에서 조기탈락한 울산은 이틀 간 선수단에 휴가를 주며 정비에 나섰다. 리그 11경기를 치르며 7승 2무 2패를 기록한 울산은 2005시즌 우승 이후 가장 강한 팀을 만들었다. 전북전 승리는 정신과 전술, 기량으로 거둔 이론의 여지 없는 승리였다.

울산의 이날 승리는 2019시즌 K리그1은 더 이상 '전북 1강'이라는 표현이 유효하지 않다는 선언이 될 수 있었다. 울산은 이제 전북을 쫓아가는 도전자에서 대항마로 자격을 입증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