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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제갈용 노트`로 시작된 韓축구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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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3일 폴란드 우치의 팀 훈련장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결의를 다지는 대표팀 뒤를 정정용 감독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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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용'의 마법 노트가 한국 축구 역사를 바꿨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이란 대업을 이룬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전에는 정정용 감독이 7개월 전 실험한 '전술 노트'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서 우크라이나와 2019 FIFA U-20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챔피언십 지휘봉을 잡았던 정 감독은 당시 선수들에게 손가락 하나 정도 두께의 노트 한 권씩을 나눠줬다. 해당 노트에는 상대 전술과 경기 운영 방식에 따른 한국의 포메이션, 세트피스, 측면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 감독이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를 극대화시키고 경기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비기인 셈이다.

특히 코너킥 상황에서는 옵션이 너무 많은 탓에 세 가지 정도만 뽑아서 실제 대회에서 활용했을 정도다. 선수들에 따르면 전술 노트에는 풀백이 나가면 미드필더가 좁히고 라인이나 간격, 사이드에 볼이 갔을 때 움직임 등 세부화된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정 감독은 지난해 AFC 챔피언십이 끝난 후 전술 노트를 거둬들였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나눠주지는 않았지만 7개월 전 학습 덕분에 한국은 높은 전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서로를 믿고 약속된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보다 끈끈한 조직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은 스리백과 포백 두 기본적인 수비라인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유연성을 보여줬고, 패스를 주는 자와 받는 자 간 호흡과 타이밍이 정확해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운 공격을 펼쳤다.

고재현(대구 FC)은 14일 "경기장에 관중도 많고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포메이션에 따라 각자의 위치가 설명돼 있었다"며 "그 노트를 매일 방에서 보고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월드컵 준비할 때와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술 노트를 바탕으로 팀을 한 차원 발전시킨 정 감독이 결승전에서는 어떤 카드를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정 감독은 대회를 치르며 상대 팀에 알맞은 전술과 포메이션을 꺼냈고, 선수들 특징과 장점을 살린 번뜩이는 용병술을 보여줬다. 선수들의 체력적 피로도를 감안해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 위치를 로테이션을 돌리는 등 유연한 팀 운영 능력도 보여줬다.

한국은 결승전에서도 그동안 애용해왔던 스리백(3-5-2) 전술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마지막 경기이고,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날카롭기에 전반은 라인을 내린 후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쓸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모두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무서운 팀들이다. 우크라이나는 토너먼트에서 파나마와 치른 16강전을 제외하면 콜롬비아, 이탈리아에 모두 점유율에서 밀렸다. 한국도 난타전을 펼친 세네갈전을 제외하면 일본, 에콰도르에 점유율을 내줬다. 어느 팀이 보다 효율적인 공격을 하고 더 나은 골 결정력을 보여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 팀이 토너먼트에서 기록한 슈팅 대비 유효슈팅 확률을 보면 한국(38.7%)이 우크라이나(30.6%)보다 높다. 총 슈팅 수 대비 골 성공률은 한국(16.1%)과 우크라이나(16.7%)가 비슷하다. 특히 1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이강인(발렌시아)의 킬 패스 한 방이 강력하기에 한국이 상대 지역에서 집중력만 강화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철벽도 충분히 뚫을 수 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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