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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스포츠타임 시선] “보상제도 철폐” 카드 꺼낸 선수협, 대화 재개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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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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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4~5가지가 아니다. 보상제도 철폐다”

프로야구 선수협회장은 이대호(37·롯데)는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다. “선수협이 구단이 지난해 제시한 프리에이전트(FA) 80억 상한제를 수용했다”는 보도를 정정함과 동시에, 선수협이 현재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각 구단 주장들은 지난 15일 모여 FA 제도 개선과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일단 상한제 수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대호는 “상한제를 수용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논의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선수협의 현재 방침을 넌지시 드러냈다. 이대호는 “4~5가지 요구 조건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보상제도만 없으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FA 보상제도는 문턱이 꽤 높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호선수 20인 외 선수를 한 명 내줘야 한다. 여기에 영입 선수의 전년도 연봉 200~300%에 해당하는 보상금도 붙는다. 사실 보상금은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항상 보호선수였다.

KBO리그에서 FA가 되려면 대졸 8년, 고졸은 9년간 등록일수를 채워야 한다. 군 문제를 생각하면 대다수가 30대에 첫 FA 자격을 얻는다. 특급 기량을 가진 선수가 아니라면 보상선수 탓에 계산기가 복잡해진다. 때문에 이른바 S급이 아닌 선수들은 최근 FA 시장에서 한파를 제대로 맞기도 했다. 지난해 노경은과 같이 미아가 된 선수들도 있다. 선수들의 협상력은 크게 약화됐다.

일각에서는 선수협이 FA 상한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취득연한 축소, 최저연봉 인상, 부상자 명단 제도 신설 등 다양한 안을 한 번에 맞바꾸는 '빅딜'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호의 발언만 놓고 보면 FA 상한제와 보상제도 철폐로만 판이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대호는 "1~2년 더 뛰더라도 보상제도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한 지방구단 고위 관계자는 “선수협이 전향적인 안을 들고 나온 것 같다. 구단에서도 충분히 논의를 해볼 만한 상황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구단도 지난해 FA 상한제 제안 당시 등급제 보상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바 있다. 선수협의 요구는 이보다 더 앞서 나갔지만, 다른 부분을 내주지 않아도 되는 만큼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급진적이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메이저리그(MLB)도 보상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퀄리파잉오퍼라는 제도가 있다. 구단은 메이저리그 연봉 상위 125인의 평균치로 1년 계약을 제시한 뒤, 선수가 이를 거부할 경우 드래프트 지명권 한 장을 얻을 수 있다. 선수협은 모든 보상제도 철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갑론을박이 예고되는 이유다.

어쨌든 선수협은 생각보다 강력한 패를 꺼내들었다. "다른 것은 다 양보할 테니 보상제도만 철폐하자"로 전선을 좁혔다. 구단들의 방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전되던 논의가 한 차례 전기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이대호는 “선수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달을 할 것”이라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구단이랑 싸우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단도 대화에 응하지 않을 명분이 없다. 올 겨울까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하고, 모호할 수 있는 규정을 명확하게 정한다면 의외로 좋은 합의안이 나올 수도 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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