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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모두가 갸우뚱했던 키움의 좌완수집, 결실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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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키움 선발 이승호가 2일 고척 두산전에서 역투하고있다. 2019.07.02.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단순히 원포인트 릴리프만 생각하지 않았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를 기대했고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열심히 수집했던 좌투수들이 나란히 주축으로 올라서고 있다. 영입 당시에는 “왼손에 한이라도 맺혔나”는 타팀의 비아냥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키움의 선택은 옳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영입한 좌완들이 꾸준히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좌타자만 잡아내는 것이 아닌 선발 혹은 불펜 필승조로 우뚝 솟아올랐다. 이들의 약진을 통해 창단 후 가장 강한 마운드를 구축한 키움이다.

시작은 이영준이었다. 키움은 2017년초 KT로부터 방출된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영준을 영입했다. 이영준 영입을 시작으로 사인 앤드 트레이드 포함 5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김성민, 정대현, 서의태, 이승호, 손동욱, 박성민 등을 영입했다. 당시 단장을 역임했던 고형욱 스카우트팀 상무는 프로 무대는 물론 중고교 아마추어 선수들을 봐도 수준급 좌완이 적은 것을 강조하며 좌완 수집에 열을 올렸고 지난해부터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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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영준이 21일 고척 NC전에서 0-2로 뒤진 1회 역투하고있다. 2019.05.21.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김세현의 반대급부로 받은 이승호가 2018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서 잠재력을 발휘했고 올시즌에는 이미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영입 당시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영준은 150㎞ 강속구를 뿌리는 특급 좌완으로 올라섰다. 김성민도 그렇다. 김택형을 SK로 보내고 김성민을 받았던 트레이드 당시에는 키움의 손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올시즌 김성민은 실력을 통해 논란을 일축시켰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지난 22일 수집한 젊은 좌투수들이 꾸준히 올라서는 것에 대해 “우리에게 행운이 따른 결과가 아닐까”라고 입을 열며 “영입을 논의할 때 당시 고형욱 단장님께서 예전부터 봐온 투수들이 리스트에 올라왔다고 하시더라. 마냥 좌완만 데려오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게 아마추어 시절부터 강한 인상을 받았던 좌완들을 영입할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덧붙여 그는 “지금 1군에 있는 투수들 모두 합류 후 첫 인상이 좋았다. 이영준은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공에 힘이 느껴지더라. 이승호도 재활 기간에 합류해서 구속은 130㎞대에 불과했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게 참 많은 투수였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과감하게 기용했는데 본인도 동기부여가 잘 된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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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불펜 김성민이 2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에 등판 급한 불을 끄고 있다.2019.05.29.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장 감독은 전략적으로 육성시켰던 김택형을 내주고 김성민을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털어놓았다. 그는 “150㎞를 던지는 좌완을 포기한 만큼 밖에서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고교시절부터 본 김성민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좌투수였다. 좌투수로서 보기 드문 뛰어난 제구력도 지녔고 배짱도 굉장했다. 여러가지 면을 종합하면 김성민의 재능도 김택형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선발투수로 내세운 것도 그만한 기량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김성민은 올시즌 36경기 40.1이닝을 소화하며 2승 0패 3홀드 방어율 1.79의 특급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과감한 직구 승부로 우타자 몸쪽을 공략하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자유롭게 섞어 던지며 1이닝 이상도 가볍게 소화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 감독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정대현과 해외파 신인 윤정현도 머지 않은 시점에서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 시즌에는 정대현의 합류로 좌투수 자원이 한층 더 풍족해질 것이다. 덧붙여 윤정현에 대한 기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입단하기 전 공백기가 있었고 시즌 중 몇가지를 수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우리가 좌투수를 영입할 때는 단순히 원포인트 릴리프만 생각하지 않았다. 1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투수를 기대했고 대다수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좋은 투수는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잡아낸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의 능력을 한정짓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채 수준급 마운드를 꾸준히 이어가는 게 장 감독이 그린 청사진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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