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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시상 거부 도핑 신경전 ‘눈살’… 동료 쾌유 세리머니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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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시상식 이색 장면 2題 / 자유형 400m 4연패 中 쑨양 겨냥 / 은메달 그친 濠 호턴 돌출행동 / 국제수영연맹, 엄중 경고 결정 / 女 접영 100m 銀 셰스트룀 제안 / 백혈병 투병 중 日 리카코 위해 / ‘절대 포기하지 마’ 응원 메시지

국제대회에서 시상대에 올라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국기가 올라가는 장면을 바라볼 기회를 아무나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시상식은 영광의 자리다. 그런 한편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올림픽 시상식에서 몇몇 선수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행동을 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제수영연맹(FINA)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시상식에서도 눈길을 끄는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자 경영 자유형 400m 시상식에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쑨양(28·중국)이 이 종목에서 역사적인 4연패를 달성했지만 은메달을 딴 라이벌인 맥 호턴(23·호주)은 이를 축하할 마음이 별로 없는 듯 행동해 주목받았다. 호튼은 시상대에 쑨양,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레 데티(25·이탈리아)와 나란히 오르지 않은 채 홀로 뒷짐을 지고 다른 곳을 응시했고 기념 촬영 때도 쑨양은 외면한 채 데티와만 함께 했다.

호턴의 이런 돌출행동은 쑨양의 도핑 논란을 비판해오던 것의 연장 선상이었다. 쑨양은 지난해 9월 도핑검사 샘플을 채집하기 위해 찾아온 국제 도핑시험관리 직원들의 활동을 방해했으나 FINA는 ‘경고’ 조치만 내려 쑨양의 이번 광주대회 출전을 가능하게 했다. 호주 측은 이에 관한 문제 제기를 지속해서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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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딴 호주 맥 호턴(왼쪽)이 지난 21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도핑 의혹을 사고 있는 쑨양과 함께 기념 촬영을 거부하며 뒷짐을 지고 서 있다. 광주=연합뉴스


호턴의 시상식 돌발 행동 후 쑨양은 “그 자리에 나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나섰다. 개인을 무시하는 건 괜찮지만, 중국은 존중해야 한다”며 맞불을 놨다. FINA도 지난 22일 집행부 회의를 갖고 호턴에게 경고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FINA는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존중하지만, 올바른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FINA 이벤트를 개인 의견을 피력하는 장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의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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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마거릿 맥닐(가운데)이 2위 스웨덴의 사라 셰스트룀(왼쪽), 3위 호주의 엠마 매키언과 나란히 시상대에서 급성 백혈병 투병 중인 이케에 리카코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은 손을 흔드는 모습. 광주=연합뉴스


쑨양과 호턴의 날 선 분위기와 달리 따뜻한 동료애가 전해지는 아름다운 시상식도 있었다. 22일 여자 접영 100m에서 나란히 1~3위로 나란히 시상대에 오른 마거릿 맥닐(19·캐나다)과 사라 셰스트룀(26·스웨덴), 엠마 매키언(25·호주)이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동료 선수 이케에 리카코(19·일본)를 향한 응원 메시지를 보내 경기장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바꿨다. 이들은 손바닥에 ‘RIKAKO ♡ NEVER GIVE UP IKEE ♡(리카코, 절대 포기하지 마)’라는 문구를 적어 펼쳐 보였고 이 메시지가 전광판을 통해 전달되자 경기장에 있던 관중은 박수로 이들의 응원에 동참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에 오르며 아시아 수영의 간판으로 떠올랐던 리카코는 올해 2월 백혈병 진단을 받아 수영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응원 아이디어를 낸 셰스트룀은 “리카코는 내 친구다.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광주=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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