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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광주 하늘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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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프랜드, 하이다이빙 우승 ‘여자부 2연패’…

여성으로서 두려움 묻자 “남자들이 하면, 당연히 우리도 할 수 있다”



경향신문

호주의 리아난 이프랜드가 23일 광주시 조선대 하이다이빙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여자부 결승에서 금빛 연기를 펼치고 있다. 광주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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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난 이프랜드(28·호주)는 23일 광주 조선대 하이다이빙 경기장 2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라섰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여자 3~4차 시기 경기가 이날 열렸다.

하이다이빙은 경기보다는 ‘묘기’에 가깝다. 보통 사람들은 20m 다이빙대에 서 있기도 쉽지 않다. 극한의 상황에서 경기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세계선수권 정식 종목으로 넘어왔다. 기존 하이다이빙은 주로 절벽에서 이뤄진다. 여자 하이다이빙은 20m, 남자 하이다이빙은 27m에서 뛰어내린다.

실내에서 펼쳐지는 일반 다이빙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위해 조용히 치러진다면 하이다이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열린다. 선수들도 흘러나오는 음악에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이날 3~4차 시기 경기를 앞두고 선수 소개도 마치 콘서트처럼 이뤄졌다. 이름이 불린 선수들은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입장했고, 손가락 하트와 손 키스를 관중석과 카메라를 향해 날렸다.

하이다이빙 플랫폼은 조선대 축구장 위에 세워졌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종목으로 배경이 중요하기 때문에 광주는 도시의 상징이기도 한 무등산을 택했다. 무등산을 배경으로 20m에서 뛰어내린다. 안전을 위해 몸을 똑바로 편 채 다리부터 입수해야 하기 때문에 동작이 화려하지 않다. 회전 수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신 오랜 체공시간에서 느껴지는 몰입감이 상당하다.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높은 곳에서 ‘하늘을 나는’ 종목이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이 6m14임을 고려하면 20m는 상당한 높이다. 스키점프는 스키를 날개 삼아 날지만 하이다이빙은 맨 몸으로 난다. 당연히 두려움과 싸워야 하는 종목이다.

이프랜드는 무등산을 배경으로 날아올랐다. 4차시기에서 몸을 비틀고 무릎을 굽힌 채 팔로 잡은 뒤 3바퀴를 도는 어려운 동작을 성공시켰다. 98.80점을 추가하며 합계 298.50점으로 3차시기까지 1위를 달리던 아드리아나 히메네스(34·297.90점·멕시코)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프랜드는 지난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이 종목 2연패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이프랜드는 ‘여성으로서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하지 않냐’는 질문에 간단하게 답했다.

“Man can do? We can do(남자들이 하면, 당연히 우리도 할 수 있다).” 기자회견장에 박수가 쏟아졌다.

광주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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