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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한국 축구' 파울루 벤투와 대표팀

中서 5경기 8골 폭격 김신욱… 벤투 감독 보고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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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력으로 인정 받겠다"던 본인 말대로 멀티골 잇따라 벤투 감독은 '연계 플레이' 강조

"장신 공격수 뽑을 생각 없다" 득점 행진 계속 땐 고민 커질 듯

"헤딩으로 공 셔틀(운반)하는 선수가 아닌 공격수 본연의 자질인 득점력으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키 196㎝의 '고공 폭격기'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이 중국 프로축구 수퍼리그로 떠나기 직전 본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금까지 장신의 키를 활용해 주변의 발 빠른 공격수들의 득점을 돕는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선수로 인식돼 왔다. 팬들은 상대 수비진의 거친 압박 속에서도 어떻게든 공을 따내 헤딩 패스로 동료에게 연결하는 김신욱을 가리켜 '대갈(머리의 비속어) 사비'라 불렀다. 헤딩 패스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패스 마스터'로 불렸던 스페인의 사비 에르난데스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중국 리그로 떠난 김신욱은 데뷔전부터 5경기 연속으로 상대팀 골망을 흔들며 "득점력으로 인정받겠다"던 자신의 다짐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김신욱은 지난 2일 중국 상하이의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수퍼리그 21라운드 홈경기에서 우한 줘얼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팀이 후반 들어 실점하며 2대2로 비기긴 했지만, 전반 32분 보여준 오른발 중거리포와 전반 44분 왼발 발리 슈팅으로 만든 추가 골은 김신욱의 '킬러 본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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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리그 상하이에서 뛰고 있는 김신욱이 지난 2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한 줘얼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다음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김신욱은 국내 리그 때부터 골을 넣으면 이 세리머니를 펼친다. /상하이 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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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상하이 감독은 "(김)신욱이가 요즘 자신에 차 있다"며 "콜롬비아 공격수 지오반니 모레노와 김신욱이 가까워질수록 더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은 5경기 8골을 넣은 김신욱에 대해 "컴퓨터 게임에서 가끔 나오는, 전산 오류 수준의 득점력"이라고 평가했다. 상하이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아시아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상하이 오빠(歐巴)' 등 화려한 수식어로 불리고 있다.

김신욱이 중국 리그에서 출전 경기마다 '무력시위'를 벌이자, 대표팀 재발탁 이야기가 슬슬 나온다. 한국이 지난 1월 UAE(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 15년 만에 8강에서 탈락했을 때에도 김신욱의 빈자리가 컸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당시 대표팀에는 발 빠른 공격수 황의조(27·보르도)나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이 고립되었을 때 단순한 롱 패스를 받아 2선 공격수에게 공을 넘겨줄 장신 스트라이커가 한 명도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8강 카타르전 막판 임시방편으로 장신 수비수 김민재(23·190㎝)를 최전방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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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격수의 '연계 플레이'를 강조하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회 직후 "(김신욱과 같은) 장신 공격수를 뽑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지난 6월 호주와 이란을 상대로 한 두 차례의 친선 경기를 마친 뒤에도 벤투 감독의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북한, 레바논,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와 함께 H조에 편성된 한국은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을 시작으로 월드컵을 향한 대장정에 돌입한다. 벤투 감독은 일단 호주와 이란 평가전에 나섰던 멤버를 중심으로 대표팀 명단을 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술의 다양성을 위해, 현재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우선 기용한다는 원칙을 위해서라도 아시아 무대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김신욱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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