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등지는 건 인류를 등지는 거예요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 능력(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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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참을 수 없는 무게의 미친 능력(The Unbearable Weight of Massive Talent·2022·사진)’은 할리우드의 전설 니콜라스 케이지가 자기 자신, ‘닉 케이지’를 연기하는 메타 코미디다. 빚더미에 앉아 이혼한 아내와 소원해지고 딸에게는 부담스러운 아빠가 된 스타 닉. 재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결국 배우의 삶을 정리하려 하고 에이전트에게 은퇴 선언을 남긴다. “작은 힘이나마 인류의 유구한 전통인 이야기와 신화 만들기에 보탬이 됐으니까(It was a tremendous honor... to be a small part... of one of the oldest of human traditions... storytelling and mythmaking).” 이 쓸쓸한 독백은 그가 연기를 인류 역사와 맞닿은 소명으로 여겨왔음을 보여준다.
그를 억만장자 수퍼 팬 하비가 일으킨다. 닉은 100만달러를 받기 위해 참석한 하비의 생일 파티에서 연기 철학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유일한 사람을 만난다. 은퇴하려는 닉을 향해 하비는 열정적으로 호소한다. “어둡고 망가진 세상에 빛과 기쁨을 주는 재능! 그 재능을 등지는 건 인류 전체를 등지는 거예요(And that gift brings light and joy to an increasingly dark and broken world! And to turn your back on that gift... is to turn your back on the entire human race).” 이 대사는 조롱거리로 전락한 닉에게 배우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찬사가 된다.
결국 연기가 그를 구원한다. 닉은 자신의 연기력을 무기 삼아 현실의 빌런들과 맞선다. 이 과정에서 닉은 스크린 안팎의 경계를 허물며 진짜 주인공으로 각성한다. 이 영화는 영광이나 인정이 아닌 스스로를 믿고 ‘나’를 연기할 때 삶의 주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찬가다.
‘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 여러분과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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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희 영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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