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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딸기 따는 로봇, AI 내시경, 신경계 질환자 재활 기기.. 올해 빛난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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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취중잡담] 서울형 R&D 선도 기업, 헬퍼로보틱스·메디인테크·임프레시보코리아

    2025년이 저물고 있다. 조선일보 스타트업 인터뷰 코너 ‘스타트업 취중잡담’은 올해를 빛낸 스타트업을 선정해 소개한다.

    오늘은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서울형 R&D 지원사업’ 선정 우수 기업이다. 서울형 R&D 지원사업은 2005년부터 하고 있는 중소기업 기술 개발 사업으로, 중소·벤처·창업기업의 혁신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바이오·의료·인공지능(AI)·핀테크·로봇 등 지원 분야가 다양하다.

    ◇자율 주행 로봇이 스마트팜에 가면

    조선일보

    헬퍼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이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헬퍼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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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퍼로보틱스’는 서울형 R&D ‘로봇 기술 사업화 지원사업’ 분야에서 우수 사례로 꼽혔다. 이 회사는 로봇을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용·관리하는 오퍼레이션(Operation), 로봇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옵티미네이션(Optimization), 여러 대의 로봇을 한 팀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등의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헬퍼로보틱스의 시작은 서빙·조리 로봇이었다. 이후 물류·농업으로도 로봇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선반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스마트팜에서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면서 정밀하게 설계된 매니퓰레이터(로봇 팔)로 딸기를 수확하는 식이다. 최재원 대표는 “F&B 외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은 늘 꿈꾸던 일이었다”며 “서울형 R&D를 통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했던 일을 2년 만에 해냈다”고 설명했다.

    2025년 헬퍼로보틱스는 농심 엔지니어링, 쿠쿠(CUCKOO) 등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최 대표는 “과거에는 로봇과 로봇 사이에 인간의 개입이 필요했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그 빈 곳까지 로봇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형 R&D 지원사업의 성과를 기반으로 로봇 전문 기업을 넘어 ‘로봇 자동화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진 줄이는 전동식 내시경, 이젠 수의사도 쓴다

    조선일보

    전임상시험에서 개(비글)를 대상으로 동물용 전동식 AI 내시경을 사용하는 모습. /메디인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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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인테크’는 전동식 AI 내시경을 개발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이다. 내시경 무게를 줄이고 AI로 움직임을 제어하는 하드웨어 제품이 핵심이다. 자율 제어나 안전 기능, 고해상도 병변 시각화를 도와주는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오진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서울대학교 병원을 비롯 5개 대학병원에서 2년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올림푸스사의 기계식 내시경과의 동등성을 입증했다.

    최근에는 서울형 R&D의 ‘서울혁신챌린지 사업’을 통해 동물용 전동식 AI 내시경까지 개발했다. 사람은 내시경을 건강검진 등에서 현재 상태를 살피기 위해 쓴다면, 동물은 주로 이물질을 빼내기 위해 사용한다. 이치원 대표는 “이러한 목적에 맞춰 이물 크기를 AI가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하고 삽입관의 직경도 기존 내시경 대비 약 40% 줄였다”고 설명했다.

    동물용 전동식 AI 내시경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의료진과 함께 비글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까지 마쳤다. 이 대표는 “의사·수의사의 도움을 받아 연구·개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서울형 R&D’라는 점 하나만으로 큰 신뢰를 얻어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허가 등 필요한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해 2026년 2분기 내 동물용 전동식 AI 내시경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동 불편한 어르신도 운동하게 만드는 기술

    조선일보

    서울 광진구의 어르신 20여 명의 집에 방문해 재활 운동을 도왔다. /임프레시보코리아


    ‘임프레시보코리아’는 신경계 질환자를 위한 훈련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대부분의 신경계 질환자는 몸의 움직임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임프레시보코리아는 뉴런(신경 세포) 훈련을 병행해 운동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에서는 전문의나 재활 의료 전문가(Physical Therapist), 운동선수 코치 등이 이 같은 치료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임프레시보코리아는 ‘약자를 위한 기술개발 지원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안영석 대표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 광진구 중곡보건지소 복원주 물리치료사, 건국대 재활의학과 이현행 교수와 팀을 꾸려 독거어르신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참여 의사가 있는 고령자 20명을 모집해 재활 운동 기기를 설치하고 2주간 스스로 운동하도록 안내했다. 안 대표는 “운동 능력을 확인하는 여러 지표에서 크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임프레시보코리아는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통해 ‘가정용 재활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안 대표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다방면에서의 지원과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서울형 R&D를 통해 여러 기관과 협력하며 설루션을 보급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기술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돕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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