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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무아지경 골프` 박민지, 마지막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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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그너 MBN 여자오픈 / 최종라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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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너 MBN 여자오픈 우승을 확정한 박민지가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양평 = 이충우 기자]


18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파71) 18번홀(파5) 그린. 약 2m 버디 퍼팅을 남긴 박민지(21·NH투자증권)의 볼은 부드럽게 굴렀지만 아쉽게 홀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가볍게 챔피언 퍼팅을 성공시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년 차 박민지가 2019 보그너 MBN 여자오픈 챔피언이 되는 순간이다. 박민지는 아직 우승 세리머니가 어색한 듯 수줍은 미소로 올 시즌 첫 우승이자 개인 통산 3승째를 만끽했다. 끝까지 우승자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치열한 우승 경쟁을 뚫고 챔피언이 된 박민지는 "내 목표가 '매 시즌 1승씩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올 시즌 우승이 빨리 찾아와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박민지의 우승을 이끈 것은 '무아지경 골프'다. 박민지는 전날 "스윙이나 성적, 스코어 생각은 하지 않고 코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골프만 하겠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져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우승 경쟁 속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챔피언조의 중압감을 느끼는 듯 박민지는 초반 3개 홀에서 파 행진을 펼치다 결국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5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지만 8번홀(파4)에서 또다시 보기를 범해 전반에 결국 1타를 잃고 말았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전반에만 2타를 줄인 김자영(28·SK네트웍스)에게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선두를 내준 것이 박민지 마음을 비우게 했다. 박민지는 "전반에 너무 긴장했고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굳어 퍼팅이나 어프로치샷이 잘 되지 않았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후반에는 선두를 내준 뒤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내 샷 하나하나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이후 버디만 3개를 잡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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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차지한 박민지(가운데)가 장승준 MBN 대표이사(왼쪽), 박종철 보그 인터내셔널 대표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양평 = 이충우 기자]


아직까지 전문적으로 멘탈 훈련을 받지 않았던 박민지의 과감한 변화도 '무아지경 골프'에 한몫했다. 박민지는 "지금까지 1번홀에 들어가기 전부터 18번홀이 끝날 때까지 5시간 넘게 계속 골프 생각만 하고 집중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니 너무 힘들고 중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때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볼을 칠 때만 집중을 하고 중간중간 걸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동반 라운드를 하는 김자영과 대화를 하면서 긴장을 덜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간중간 스코어보드를 보고 싶었지만 캐디 오빠가 스코어를 보지 말고 매 샷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해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반면 전반 9홀이 끝난 뒤 단독 선두로 올라 우승을 노렸던 김자영은 이후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아쉽게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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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지는 이번 우승으로 2017년 삼천리 투게더오픈, 2018년 ADT캡스 챔피언십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또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받아 시즌 상금을 3억5641만7913원으로 늘려 상금랭킹을 9위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상포인트에서도 50점을 획득하며 지난주 7위에서 공동 3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보너스도 두둑하게 받았다. 박민지는 대회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8언더파 63타)를 작성해 300만원을 받았고 데일리베스트에게 주는 갤럭시S10도 손에 쥐었다. 이어 박민지는 챔피언 부상으로 보그너 200만원 상품권과 제이에스티나 500만원 상품권을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 1000만원이 넘는 보너스를 챙겨 기쁨이 배가됐다.

김자영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았다면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파에 그치며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장하나(27·비씨카드) 이다연(22·메디힐)과 공동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또 10년 만에 KLPGA투어 첫 승을 노렸던 박주영(29·동부건설)은 13번홀(파5)에서 샷이글을 터뜨리며 맹추격했지만 아쉽게 합계 11언더파 202타로 인주연(22·동부건설) 이수진(23·삼천리)과 함께 공동 5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2년 연속으로 '1타 차 징크스' 스토리도 관심을 모았다. 주인공은 이다연이다. 이다연은 지난해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데일리베스트' 스코어인 6언더파 65타를 쳤지만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이다연은 우승 트로피까지 1타가 부족했다. 1·2라운드에서 3타씩 줄였던 이다연은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꿈꾸며 샷을 가다듬었다.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이다연은 5번홀(파3)에서 다시 1타를 줄인 뒤 9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무섭게 선두권을 추격했다. 그리고 13번홀에 이어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이날만 7타를 줄이고 데일리베스트가 됐다.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먼저 경기를 마친 이다연은 혹시 모를 연장전에 대비했지만 결국 박민지가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2위로 밀리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양평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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