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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노경은만 있었어도… 롯데의 ‘오프너’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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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브록 다익손. 뉴시스


프로야구 롯데는 5선발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이했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5선발 자리에 투수 2명을 투입하는 ‘1+1 전략’을 구상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구멍 난 선발진을 필두로 롯데는 마운드가 붕괴하며 추락했고 꼴찌 다툼을 벌이는 신세가 됐다. 급하게 외국인 투수 교체에 나섰지만 헨리 소사를 SK에 빼앗기고 결국 SK가 버렸던 브록 다익손(25)을 영입하는 것에 그쳤다. 롯데는 19일 현재 선발 평균자책점(5.17)과 불펜 평균자책점(5.19) 모두 10개 구단 최하위다.

이러자 공필성 롯데 감독대행은 새로운 투수운용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오프너(opener)’ 전략이다. 일반적인 선발투수(starter)와 달리 선발 등판한 투수가 짧은 이닝만 소화하고 롱릴리프가 뒤를 받치는 방식인 오프너 전략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가 안착시켜 화제를 모았다.

롯데가 선택한 오프너는 다익손이었다. 긴 이닝 소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다익손은 13일 사직 KT전 2이닝 투구로 오프너 역할을 시작했다. 그리고 18일 잠실 두산전에 이어 20일 인천 SK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 등판해 주목받고 있다. 비록 하루의 휴식일이 있다지만 동일 투수가 2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것은 2016년 한화 송은범(현 LG) 이후 3년 만이자 KBO리그 통산 60번째 나온 희귀한 경우다. 당시 송은범은 6월26일 대전 롯데전에 선발 등판해 공 20개로 1이닝(1피안타 3실점)을 소화한 뒤, 하루 쉬고서 6월28일 고척 히어로즈전에 나서 4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이런 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었지만 투수 분업화가 자리 잡은 이후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송은범의 경우 당시 사령탑이 변칙을 즐기는 김성근 감독이었기에 가능한 기용법이었다. 실제 송은범 이전 이 기록은 2002년 LG 최향남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LG 사령탑 역시 김성근 감독이었다.

물론 다익손이 2경기 연속 선발 등판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익손은 18일 두산전에서 2이닝을 던졌지만 투구수는 28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2경기 연속 오프너가 등판한다는 것은 롯데 선발진의 구멍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롯데 마운드가 오프너 전략까지 내몰린 원인 중 하나로 자유계약선수(FA) 노경은을 붙잡지 않은 것이 꼽히고 있다. 노경은이 있었다면 롯데 선발 마운드가 이렇게까지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팬들의 한탄 섞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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