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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청각장애’ 이덕희, 남자프로테니스 새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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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P 투어 단식 본선 첫 승리

청각 장애 선수로는 최초

“좌절하지 않으면 뭐든 할수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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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희가 윈스턴 세일럼에서 청각장애 선수들을 위해 새 지평을 열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누리집은 20일(한국시각) 선천성 청각장애 3급 이덕희(21·서울시청)가 사상 최초로 단식 본선에서 승리한 소식을 전하며 그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했다.

세계랭킹 212위인 이덕희는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윈스턴 세일럼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윈스턴세일럼 오픈(총상금 71만7955달러) 단식 본선 1회전에서 헨리 라크소넨(120위·스위스)을 세트점수 2-0(7:6<7:4>/6:1)으로 꺾었다. 투어 창설(1972년) 이후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최초의 청각장애 선수였다.

이 매체는 “프로테니스 선수의 꿈을 키우던 이덕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좌절을 겪었지만 마침내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덕희는 “사람들은 저의 장애를 놀리고 테니스를 하지 말라고 했다”며 “하지만 친구와 가족이 나를 도왔고,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낙담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으로 경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날 두번째 세트에서도 점수가 30-15임에도 계기판 오작동으로 40-15로 표기되자 심판진은 난감했다. 자원봉사자가 나서 손가락 3개를 펴보이자 이덕희는 곧바로 이해했다.

선천성 청각장애인 이덕희는 또 한국어를 입술로 읽어 수화를 모른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도 영어 질문을 자원봉사자가 한국어로 번역하고, 약혼녀가 또다시 이덕희와 대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덕희는 7살 때 테니스를 시작해 12살 때인 2010년 종별선수권, 회장기, 학생선수권 등을 모두 석권하며 국내 최강으로 군림했다. 제천동중 3학년 때인 2013년에는 성인 랭킹포인트를 처음으로 획득했다.

당시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덕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항상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때 인연으로 그해 9월 나달과 이덕희의 만남이 성사됐고, 2014년 프랑스오픈 전에는 이덕희를 초청해 함께 훈련하기도 했다.

이덕희는 2016년 7월 국내 최연소(18살2개월)로 200위권에 들어섰고 2017년에는 세계랭킹 130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에이티피 투어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대회에서도 좀처럼 1, 2회전을 통과하지 못하며 ‘한계가 왔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덕희는 그러나 올해 6월 미국 아칸소주에서 열린 리틀록 오픈 챌린저에서 준우승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거의 3년 만의 결승 진출이었다.

이덕희는 2회전에서 세계랭킹 41위 후버르트 후르카츠(22·폴란드)와 만난다. 이덕희는 “오늘과 같은 태도로 임하겠다. 최선을 다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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