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정상급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는 손흥민.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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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그냥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좁은 공간에서 아주 빠르게, 그것도 정확한 처리가 요구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 속에서 '퍼스트터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속도가 생명인 시대에서 퍼스트터치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이미 생산적인 전개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조금이라도 부정확한 컨트롤이 나오면 지체 없이 2~3명이 달려든다. 찬스가 날아가 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소유권이 상대에게 넘어가는 빌미가 제공된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자세로 플레이에 임해야한다. 첫 터치가 희비를 가른다. 일단 퍼스트터치가 가능해야 다음 전개가 가능하다.
손흥민이 현 시점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톱클래스로 분류되는 가장 큰 장점은, 일단 '공간'과 관련된 능력들이다.
빠른 주력을 지닌 손흥민은 공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 소위 '오프 더 볼' 상황에서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부터 공을 달고 공간을 헤집는 능력까지 탁월한 면모를 자랑한다. 그 스피드를 그대로 살려 묵직한 슈팅을 날릴 수 있고 그 슈팅이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아 상대 수비는 더 까다롭다. 참고로, 그가 뛰는 것만으로 동료에게 찬스가 제공되는 효과도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주로 '뛰는 손흥민'이 많이 부각되지만, 사실 손흥민은 터치도 정교한 선수다. 굳이 가를 것도 없다. 정확한 퍼스트터치로 공을 제때 몸에 붙여놓았을 때 드리블 돌파도 가능한 법이다. 현지 찬사가 쏟아진 지난 14일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났다.
경기 시작부터 경쾌한 움직임을 보이던 손흥민은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수비수 알더베이럴트가 보낸 롱패스를 크리스탈팰리스 지역 오른쪽에서 잡아낸 손흥민은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왼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여러 가지 '클래스'의 합작품이지만, 일단 환상적인 '터치'가 가장 돋보였다.
축구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패스 중 하나로 꼽히는, 머리 뒤에서 날아오는 롱패스를 달려 들어가면서 허벅지(혹은 골반)로 받아냈는데 마치 손으로 잡은 것처럼 발 앞에 떨어졌다. 이 퍼스트터치가 있었기에 득점이 가능했다.
이어진 두 번째 컨트롤도 일품이었다. 손흥민은 오른발로 슈팅을 때리는 척 방향을 접어 수비수를 역동작에 빠뜨렸고, 다시 먼 포스트로 차는 척하더니 가까운 골포스트를 노려 골키퍼까지 속였다. 월드클래스였다.
크리스탈팰리스와의 경기에서 멀티골을 작성하며 4-0 대승을 견인한 손흥민.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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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3분에 나온 추가득점 역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손흥민은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오리에의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논스톱 왼발 발리슈팅으로 연결해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패스를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한 셈이니 또 다시 '퍼스트터치'가 빛났던 장면이다. 무리하게 강하게 때리지 않았고 발 안쪽 면으로 정확도에 신경을 썼는데, 워낙 타이밍이 좋아 그 자체로도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렸다.
예전에는 '빠른 선수'만으로 부각이 됐던 손흥민이 점점 더 다양한 무기들을 온몸에 장착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을 터득해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PL 시즌을 거듭하면서 첫 터치가 부정확했을 시에는 자신의 장기인 '폭풍 질주'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을 손흥민이다.
EPL은 잠시라도 방심하면, 틈을 보이면, 실수가 나오면 여지없이 상대 수비수나 공격수의 먹잇감이 되는 정글이다. 그곳에서 손흥민이 진화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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