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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121번째 골… 이제부터 '차붐 전설'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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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리그 조별 예선 3차전]

손흥민 올 시즌 4, 5골 터뜨려 차범근 유럽 무대 최다골 타이

車는 26세 첫골, 35세까지 달성… 孫은 현재 27세… 병역문제 해결

골 넣을때마다 대기록 쌓여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66)이 달성한 유럽 1부 리그 121골(372경기) 기록은 그동안 유럽 무대에 도전한 코리안 리거들에게 '거대한 산'과 같았다. 박지성(350경기 46골)과 설기현(257경기 48골), 박주영(138경기 31골) 등 내로라하는 공격수들도 통산 50골을 넘지 못했다. 축구 변방에서 온 동양인이 유럽 클럽 문화에 적응해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전이었다.

1989년 차범근이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은퇴한 이후 30년 만에 121골 고지를 밟은 선수가 나타났다. 올해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하게 발롱도르(유럽 최우수 선수상) 최종 후보 30인에 올라 있는 손흥민(27·토트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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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23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벌인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홈 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 골로 차범근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 1부 리그 최다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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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23일(한국 시각)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 벌인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홈경기에서 두 골로 팀의 5대0 대승을 이끌었다. 유럽 1부 통산 120·121번째(시즌 4·5호) 골이었다. 손흥민은 "(차범근 121골 타이 기록이) 너무나 영광스럽다. (차범근은 나와) 비교의 대상이 아니고 항상 위대한 분"이라고 말했다.

"토트넘의 기폭제 손흥민"

토트넘은 최근 7경기에서 1승2무4패로 부진하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경기 전날 상대팀 수비수 네마냐 밀루노비치는 "예전의 토트넘이 아니다"라고 도발까지 했다. 손흥민이 전의로 불타오를 만했다. 그는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며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해리 케인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선 전반 16분 손흥민은 에릭 라멜라의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두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전반 44분엔 폭발적인 질주로 은돔벨레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3―0 스코어를 만들었다. 영국 BBC는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 손흥민은 토트넘 분위기 반전의 기폭제였다"며 그를 '맨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차범근과 어깨 나란히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타워에서 열린 한 축구 행사에서 6년 전 손흥민을 만났던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스물한 살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1980년대 레버쿠젠 스타였던 차 전 감독에게 "선생님 골 기록, 제가 깰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차 전 감독은 "당시 웃으며 '그래 한번 해봐'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따라잡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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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고 유럽 무대 첫 골을 터뜨릴 당시 차 전 감독의 나이는 26세였다. 경신고 졸업 후 고려대 학생으로 4년, 공군 사병으로 3년7개월간 복무한 뒤였다.

1980년대엔 서른이 넘으면 은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35세까지 유럽 정상급 리그에서 뛰며 121골을 달성한 차 전 감독에겐 '전설'이란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반면 18세 나이에 함부르크 1군 데뷔 골을 터뜨린 지 9년 만에 121골을 달성한 손흥민에겐 아직 '시간'이라는 무기가 남아 있다.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이제부터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한동안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 쌓이는 셈이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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